<안개> 그리고 <메기>와 <비욘드 드림스>(스웨덴 영화제)
19-11-13 <안개> 그리고 <메기>와 <비욘드 드림스>(스웨덴 영화제)
오늘은 안개 – 정사 – 지옥화 세편을 볼 계획이었다.
갑자기 서면 쪽에 일이 하나 생겨 정사를 취소하면서 급변경했다.
메기 -- 메기는 할 말이 없다. 작년 영화제 때 우리 시민평론단이 뽑은 영화다. 나는 그 때 <아워바디>에 표를 던졌다. 그런데 <아워바디>는 여성의 자의식을 이야기 하는 듯 하면서 사실상 종속적인 형태(단어를 뭐라고 하든데 기억이 안난다)를 표현한 것이라고 몇몇 여성들이 흥분하여 말하면서 사실상 꼬리를 내려버렸다.
지난 주 <아워 바디>를 보았고 끝장면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렇지 여전히 좋았다. 같이 본 부인도 좋아했다.
그런데 <메기>는 좋다 안좋다 말할 자격이 없다.
둘 다 거의 자버렸다. 재치와 해학이 넘쳐나는 장면들 속에서 자버렸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하여 또 다시볼 생각은 들지 않는다. <메기>는 영원한 과제로 남겨둘 수밖에.
<안개>
“윤정희”배우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제대로 못한다는 소식을 저녁에 듣고 젊었을 때 윤정희를 만나니 참으로 반가웠다.
안개 자욱한 무진 만큼 ‘기준’의 생활과 고민 미래도 안개에 쌓인 듯하다. 버려질 ‘하인숙’은 가슴 아프다. 길에서 만난 여자의 시체는 그녀를 암시하는 걸까?
김수용의 작품은 늘 반갑지만 동시에 오래된 영화는 향수를 불러일으켜서 참 좋다.
<비욘드 드림스>
자욱한 안개에 샇인 오리무중의 무진을 쳐다 보다가 갑자기 밝은 화면을 보니 반갑다.
중간중간 화면 전체가 벽면을 비추는 양 밝은 색 하나로 호흡을 가다듬고 전환할 때도 기분이 좋다.
형을 살고 나온 ‘미리야’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려고 움직이는 모습,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듯 일자리를 차고 쉼 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들은 장면 자체로도 에너지가 넘친다.
몇 달 전에 본 <그녀들을 도와줘>(앤드류 부잘스키,2018)의 장면들이 동시에 떠오르기도 한다. 여성들 간의 우정, 직업의식, 그리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려면 몸부림들이 많이 닮았다.
엄마와도 친구들과도 통하는 것도 있지만 뭔가 하나는 막혀있다. 자신을 질책하고 믿지 못하는 엄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애틋함과 동정을 가지고, 유일한 친구들은 마음을 고쳐먹고 난 뒤는 행동이나 할 일들에서 거리감을 느끼고 가급적 멀리하려 한다. 몇 개의 사건들은 ‘미리야’의 새로운 삶을 만든다.
사건의 전개는 매우 당돌한 아이들을 즐겁게 보여준 <플로리다 프로젝트>(션 베이커, 2017)만큼 빠르고 즐겁다.
세게 최고 복지국가라 하는 ‘스웨덴’의 사각지대, 그들의 삶속에서 완전무결함은 없음을 늘 느낀다.
참 인상적인 첫장면.... 분위기는 꼭 춤출듯한.... 영화가 매우 즐거울 것이라고 암시하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