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04-22 이태호 근대 짱돌의 역사전(나무화랑) , 잊어버릴 뻔한 카메라. 태극당, 기억의 전쟁(시네마테크)

무거운 빈가방 2020. 4. 24. 00:30

20-04-23

석파정엘 가려고 나섰다.

내일 엄이사 부부와 만나기로 했는데 봄도 만연하니 옛건축도 보고 자연도 좀 느끼면서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을 고민하다가,

석파정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석균에게 메시지 보내니 가볍게 점심 먹자한다.

낙원상가에서 국수 먹고 석파정 들리기로 한다.

근데 나오니 무척 춥다. 바람도 많이 분다. 혹 싶어서 가벼운 겉옷 가져왔는데 비까지 내리니 더 춥다.


만날 시간이 좀 남아 인사동 전시회 몇군데 들린다.

이제 사실적인 그림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인상파의 종말이라고 해야 하나?

 일반적 사실적 그림은 하나도 없다. 뭔가 덧칠하거나 생각을 다른 형태로 돌리거나 미디어를 이용하거나.....

처음 사진이 나왔을 때 뺏기는 것과 같아서 예술로 취급하지 않았다 하는데 이제 사실적 그림은 사진과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많아 처음 사진처럼 별 취급을 안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어디 같은 그림이 어디에 있겠노 만은....


                                      <이진이 전 - 너를 위한 꽃> 중에서 한 작품 : 통인 갤러리


<나무화랑> 5층은 실망한 적이 별로 없다. 사회적 에술가들이 전시를 많이 한다.

이번에도 <이태호 : 근대 짱돌의 역사>는 제목부터 특이하다. 그래서 올라가 본다.


화랑 안에 가득차 있는  분노를 본다.

역사적으로 억압받고 죽임 당하고 억눌린 분노

현실적 분노와 정치적 분노

그리고 조작된 사건들에 대한 분노.


분노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그는 감추질 못한다.

그리고 비틀어서 헛웃음 짓는 듯한 해학으로 표하기도 한다.

 







그 중 돌 하나를 놓고 사진과 그의 해석을 단 작품은 다큐멘타리적 예술이다.

민중들은 무엇으로도 저항하기 힘든 압제적 틀 속에 놓여있거나 갇혀 있다.

저항 하고픈 순간, 분노를 표현하고픈 순간, 우리 곁에는 그저 무심한 돌 뿐!

그래서 터져나오는 분노를 돌을 던지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게 재수 없어서 언 놈 머리를 맞출 수 있지만 가능성은 0. 길가던 김씨가 맞을 순 있겠지만.

 


 














그의 작품을 보니 눈물이 나온다 얼굴이 살짝 젖고 가슴이 젖는다. 고마운 생각이 든다.

몇 장 찍고 방명록에 글을 쓰고 나온다.

 



              <남산터널, 2017>

                 < 성곽길 - 자꾸 넘어온다, 2017>

              < 책 읽기 - 한국전쟁 >







이젠 낙원상가로 가서 국시 먹고 목적지인 석파정엘 가는 거다.

상가 입구에서 온도를 재던 사람은 안보인다. 이젠 사회적거리 두기를 약간 거리두기 하는 모양이다.

 

막걸리와 국시.

한병이면 될 줄 알았는데 석균이는 한병 더 하잔다. 추워서 물국시 먹는데 게다가 막걸리라.

먹고 나니 배가 터진다. 국시 둘, 막걸리 둘에 7400!

 

얼굴은 달아오르고 배는 부르고 힘들다.

커피 한잔 하고 가잔다.

통인가게에 1층에 들리니 안이 상당히 괜찮다. 가게 안에 한옥이 있다. 풍광도 좋다.

그래서 사진 한 컷 하려는데 아뿔사! 카메라가 안보인다.

제일 가능성 있는 곳이 나무화랑이다.

방명록 기록하려고 카메라를 놓고 적은 뒤 안가져왔을 가능성.

누가 들고 갔으면 우짜노!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작가가 보관하고 있을거야.

부른 배 움켜 잡고 뛰어간다.

엘리베이터 없는 4!


밖엔 보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니 작가님이 카메라를 건넨다. 본인은 작가는 아니라 한다.

참 고맙다.

안그래도 작품집 하나 사려다가 가방이 너무 무거워 관뒀는데 카메라 찾은 기념으로 작품집을 가방에 넣는다.

방금 먹어 튀어나온 내 배처럼 불룩하다.


옛날 지리산 혼자 산행 갔다가 화엄사쪽 주차장에 주차하고 한참 걸어가다가 카메라를 차 위에 두고 그냥 온 기억이 나서 뒤돌아 어마무시하게 뛰었다. 그 무거운 배낭(2박3일 비박하려는)을 두고 갈 생각도 못하고. 지금도 바로 그 짝이다.

 

다시 통인가게 들려 그림도 보고 커피도 마신다.

2층에 <태극당>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중 하나란다. 그런데 3대 빵집엔 안들어간다 하네.

3대 빵집은

성북동 나폴레옹 제과점, 성산동 리치몬드 제과점 , 서초동 김영모 과자점

 



3제과점 공통점이 모두 나폴레옹 빵집과 연관 있다 하네. 나폴레옹 사장이 유학을 보내줬고 체계적 빵공부를 하게 했다 하네.

태국당도 그 출신이지만 3대는 아니라 하네.

아는 것도 참 많다.

서울을 걸으면 줄줄줄 이야기가 나온다. 책에서 보기 어려운 것들이 어느 지역을 걷든 줄줄 나오니 석균이와 길을 걷는 것은 참 즐겁다. 물론 오늘은 앉아서 이야기 듣다가 조불다가 한다.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봐야 한데서 같이 하나(2.500) 시켜 먹는다.

<사만코>하고 별 차이 안난다.

 









멈추니 가기 싫다.

석파정은 포기하고 집으로 간다.

서울극장에 있는 시네마 테크에 들리니, 독립영화관 자리에 몇 명이 회의 중에 있다

 벽엔 <기억의 전쟁> 포스터가 크게 그려져 있다.

최근에야 베트남 관련 단체에 기부금을 내기 시작했다. 후원회원 가입이지.

구수경과 김원중 가수가 부산 와서 <베트남전에서의 학살과 현재 베트남사람>에 대한 이야기 들으면서 가입해야 겠다 생각했는데 거의 1년이 다되어 가입했다.

 




영화의 전당이 문 닫은 지 오래되어 영화를 보질 못했다. 덕분에 아주 더디지만 책을 보지만 이러다 영화보는 것도 잊을 것 같다.

 

서울극장 전단지도 몇장 챙긴다.

시사인에서 간단 소개한 일본 영화 <너의 새는....>도 있다 쳐다 보지도 않는다. 지금의 일본 영화는 영혼을 팔아버리고 어디로 가는지 목적도 모르고 흘러가는 좀비의 행렬처럼 나는 느낀다.

 

짱돌의 역사. 잊어버릴 뻔한 카메라. 하루는 이렇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