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현상 - 목적을 잃어버린 아님 처음 부터 목적이 없었던지.
* 일주일 동안 영화를 보지 못했다. 지난 한주는 술에 관련 되어 시간을 다 보냈다. 해야할 일을 하는데도 금단현상이 일어난다. 처음엔 '영화'를 보지 못해 생기는 현상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것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블로그 만든 이래로 뭔가 적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머리 속에 지나치게 자리잡게 되었고 밤 늦어도 자판을 뚜드리는 것이 일상화되어 버린 지금, 이것을 두드릴 일이 없엇다는 것 자체가 금단현상을 불러 일으킨 것 같다.
서울에 올라 온 화요일과 밤샘을 한 뒤의 목요일은 반시체가 되었엇다. 태어나서 이리 시체가 되어보긴 처음이엇던 것 같다. 수요일엔 잠시 올라온 바깥아내와 낮을 보내었고 목요일 저녁엔 술을 담그고 금요일엔 '하얀리본'을 보러 갓으나 매진으로 영화관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이 때는 그대로가 함께 했으니 술 한잔 걸친 것은 당연. 잠시 공백이 생기는 토요일엔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기념영화인 '7인의 사무라이'와 '란'을 보려고 출발했다가 갑자기 평화로운 주말 아이와 함께 했던 옛날이 떠올랏을까? 그대로 손잡고 테오얀센전을 보러 '과천과학관'으로 갔다.
이 모든 것들이 살아있음의 반증인데 영화 한편 못봤다고 마치 죽을 사람처럼 몸이 달궈지니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지에 이르렀다.
주변의 권유로 페이스북에 가입한 뒤론 댓글 단다고 시간을 보내는 행위도 블로그 연 뒤 아는 사람 찾아오길 하루종일 기다리는 습관처럼 중요해져 버린 일상이다.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이 목적인지, 왜 부산으로 가질 않고 서울에 머물러 있는 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며 찾는 것이 어떤 것인지 헷갈리고 엇갈린다.
잘려다가 '아, 지금 뚜드리지 않으면 영원히 못뚜드린다'는 생각에 다시 컴을 켜는 이 밤도 내 삶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방황하는 장년의 안타까운 몸부림으로 보아야할 지.
토요일 영화를 포기하고 과학관으로 갔으면 그만인데 돌아오는 길에 영화 한편 볼 수 있겟나 싶어 막힌 길을 뚫으려 용을 쓰는 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안타깝다. 분풀이로 일요일 술담기 준비 등으로 바쁠 와중에 잠시 시간 내어 본 것이 8과 1/2이다. 이 잠시가 이동 시간 합하면 5시간이 넘는다. 그런 뒤 또 허둥지둥. 혼자 바쁘다. 혼자 쫓긴다.
일요일 술을 담고 월요일 오전엔 남은 밑술에 덧술을 치니 2주동안 시루었던 술이 드디어 마무리가 되었다. 쉬어야할 타이밍에 다시 영화관을 찾아 금요일 못 본 ‘하얀리본’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쉰다.
완전히 미친넘이다. 이 시간 컴 앞에 앉아있는 현상까지 합하여 꼽으로 미쳤다.(지금이 화요일 새벽 세시사십분이다.)
만든 블로그에 사람 기다리다 지쳐 문 닫을 것을 몇 번이나 고민하면서도 일상이 되어버린 시간적 유희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더 외로워하는 이런 이상한 현실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왜 이리 살고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마라, 미워하는 사라도 만들지 마라’는 경전의 말을 지키지 않는 ‘현실의 체험전’을 꿈꾸고 있는 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