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랑스여자: 세계적 사건을 오락가락하는 정신으로 소비하는

무거운 빈가방 2020. 6. 22. 08:19

프랑스여자(2019) A French Woman

 

배우, 연출 감독 등을 꿈꾸는 사람들이 덕수궁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다.

뭔가 억압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안든 여자(미라:김호정)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결혼해 살다가 한국에 잠시 온다.

같은 아카데미 친구(전부 다 나이로는 후배다) 들이 모이고 옛 이야기를 나눈다.

여자는 현재 진행에서 과거의 기억들이 마구 섞여 혼란을 겪는다.

대부분 다 죽은 해란에 대한 것이거나 자신의 아픔에 관한 것들이고 꿈과 현실이 오락가락한다.

 

자신들이 자주 모이는 분위기 있는 술집은 다시 모여 옛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이자 과거의 기억들이 같이 공존 한다.

침실, 욕실. 밖에서는 화장실 그리고 긴 복도. 이런 공간들이 은근히 스릴러로 느껴질 정도로 여자는 어둡고 무거우며 두려움에도 시달린다.

 

<프랑스여자>는 여자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영화이다.

그런데 여자의 고민이 어떤 것인지는 여자가 몇번 한 말 "왜 내가 너한테 내 생각이나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야는 데?"처럼 우린 듣질 못하고 상상할 뿐이다.

그렇다 하여 상상이 깊어지진 않는다.

아카데미. 그리고 프랑스에서 남편과의 관계. 딱 요것만 나오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유도 모르고 그냥 따라가니 좀 힘들다.

세월호, 파리 폭탄 테러도 나온다.

그냥 구경꾼 처럼 스쳐 지나가면 모르겠지만 약간 깊게 관계되어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뭔가 연관을 지어줘야 한다. 그런데 스쳐 지나가듯 끝이다.

미라가 살았던 시기가 그랬다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건 많이 아니다.

이 두 사건은 세계적인 것이며 정치적 환경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세월호는 정부가 자라는 아이들을 죽인 엄청난 사건이다. 이게 영화에서 잠시 뭔가 있는 듯 보여줄 일이 절대 아니다.

 프랑스 폭탄 테러도 극단적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는데...

엄청난 사건들을 단순한 영화에서 몇장면으로 소비해 버리니 참 우울하고 기분 나쁘다.

영화를 이렇게 찍으면 안되지!

관객이 그리 만만한가?라는 생각이 절로 나온다.

 

***** 감독의 이전 영와 <설행, 눈 길을 걷다>(2015)는 참 잘봤다. 생각과 끈기가 제법 감동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사라진 <국도극장>에서의 늦은 GV, 싸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지. <프랑스 여자>처럼 나도 이 두 영화가 오락가락하며 현재가 더 우울하게 느껴진다.

 

***** 카메라의 시선이 참 괜찮은데......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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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자(2019) A French Woman

 

드라마 한국2020.06.04 개봉 89, 15세이상관람가

감독 김희정

주연 김호정, 김지영, 김영민, 류아벨

 

˝그 순간이 기억나,

그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

 

한때 배우를 꿈꿨지만 파리 유학 후 그곳에서 프랑스인 남편과 정착한 `미라`.

이별의 아픔을 겪고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20년 전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함께 공부했던 옛 친구들, 영화 감독 `영은`과 연극 연출가 `성우`와 재회한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후배 배우 `해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지만 어느 것도 선명하지 않은 기억 속에서 `미라`는 한 순간에 그때 그 시절 과거로 돌아가 꿈과 현실이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되는데...

 

 

김희정의 네 번째 영화 <프랑스여자>는 전작 <설행_눈길을 걷다>(2015)에 이은 유령 이야기이다. 유령은 삶과 죽음, 나타남과 사라짐, 의식과 무의식, 꿈과 현실 사이, 림보의 상태에 놓인 존재이다. 죽음의 뒤를 이어 출몰하는 유령들에게 붙들린 이 영화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를 사는 우울한 여자 미라에게 향한다. 프랑스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온 미라는 오랜만에 찾은 단골 술집에서 과거와 대면한다. 2015년과 1997년이 시간의 문을 사이에 두고 교차하는 구조로 서사를 짜면서 김희정은 죽음의 뒤에 무엇이 있는가? 누가 그들의 존재를 알아볼 것인가?를 묻는다. 주변인들은 과거로 갔는데 미라만이 현재의 모습이다. 둥글게 도는 시간을 형상화하면서 <프랑스여자>는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현재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시간의 진실에 도달한다. 프랑스에도 한국에도, 과거에도 현재에도 정박하지 못하는 방외자의 자리에 여자가 놓여있다. 림보의 상태를 형상화한 인공적 세트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공허 속에 프랑스 여자가 서 있다.

(2019년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장병원)

 

 

연출의도

 

7년간의 폴란드 유학생활과 1년여의 프랑스 레지던스 체류를 하면서 항상 자신의 땅이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의 삶이 궁금했었다. 철저히 혼자이고 이방인인 삶. 여기 십 년 넘게 결혼생활을 한 프랑스 남편과 이혼하면서 그 불안감으로 프랑스국적을 획득한 한국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가끔 자신이 파리에 있지만 서울에도 있다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염원 같은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 테러의 한복판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녀의 생각은 서울 덕수궁 안에서 연극 배우던 젊은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있다. 그 시간과 공간의 섞임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