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 : 소년은 가라앉았지만 삶은 떠올랐다. 세상의 여러 형태의 희생자들에게 묵념을.
부력(2019) Buoyancy
참 징하다....
우리도 몇 년 전에 새우잡이 배에 끌려간 사람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그냥 노예이다.
<서산개척단>(2018,서조훈), <형제복지원> 같은 이야기도 있다.
이들은 독재자 다카키 마사오(또는 오카모토 미노루, 박정희)에 의해 자행된 국가적 노예들이다.
부력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가난에 시달리다가 돈을 벌려고 가출한 소년의 이야기다.
이 소년은 새우잡이(우리씩으로 말하자면, 여기서는 여러 고기를 잡는다) 배를 타게된다.
태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자들을 모아 돈을 받고 밀입국시켜주는데(이건 미국영화에서 많이 봤다. 국경을 접한 멕시코인들의 밀입국 이야기처럼), 돈없거나 돈이 부족한 사람은 가장 극악한 곳으로 보낸다.
그게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배다.
심금을 끝없이 울리는 음악과 출렁이는 바다.
때로는 하늘은 아름답겠지만 이들에겐 숨쉴 공간도 부족할 만큼의 삶이다.
혹독한 고통 속에 놓인 소년이 어떻게 이를 헤쳐가는가 우린 꼴깍거리며 지켜봐야 한다.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배우가 아니라 관객이다.
그저 무사하여 배에서 벗어나길 기원하지만
배는 무심히 떠 있을 뿐.
선장의 손 때와 총의 두려움은 심장을 멎게 만든다.
그물을 던져 고기를 올린다.
바다에서 건진 고기는 하나 같이 이상하다. 다 죽은 듯 보이고 간혹 펄떡이는 약간 큰 고기, 이건 선장의 횟감이다.
이들이 먹는 건 오직 밥 뿐이다. 한 컵 정도 떠서 먹는다.
물도 제대로 없다.
좀 먹여가면서 시킬 일이지.
근데 선장은 재워주고 먹여 준다고 큰소리 친다. 댓가를 지불하라고 한다.
가난에 찌들린 환경에 불만을 토하자 아버지는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말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전근대적 사고에 빠져있다.
이들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가 착취와 수탈이 기본이다.
영화는 이러한 것들을 별대사없이 거의 침묵레 가깝다 할 정도로 장면들로 처리한다.
그들이 처한 환경, 소년이 떠날 선택을 한 몇개의 사건들과 두려움
이후 선택에 의해 눈을 뜬 순간 노에가 되어버린 사실들
얼마나 참혹하고 숨쉬기 어려운지
여기에 대한 소년의 반응과 대응.
선장은 엣홍콩 영화에 나오는 호걸 같은 톤으로 크게 웃기도 하지만
소년의 움직임은 그저 작을 뿐. 그 덩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표정도 그렇다.
분노를 감추었지만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관객에게 내어 놓질 않는다.
단순미와 절제의 극치라고 할까!
배우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위에 단 두가지만 예를 들었지만 한국의 현대사도 만만찮다. 국가적 폭력은 일상화 되어 조금이라도 의식 있는 사람은 공포 속에 살아야 한다.
한번씩 만나는 사업가가 있다.
그는 나에게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다카키 마사오”가 독재를 좀 더 했으면 훨씬 더 잘사는 나라가 되었을 거다>라 말한 적 있다.
이게 우리나라 사업가 수준이다. 일부이지만.
싱가포르의 독재는 법치에 의한 원칙주의다.
독재지만 법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응된다.
매우 작은 도시국가, 게다가 다민족 국가다.
첫 출발할 때 그들은 강한 통치를 선택했고 좌우익 관계없이 정치는 다 용납했다.
수상은 말레시아 독립운동가 출신이다.
반면에 <다카키>는 독립운동가를 때려 잡은 일본군인이다.
오직 자신과 자신들 세력을 위한 독재를 했다. 그가 사랑한 일본을 위한 정책들도 많았다.
그는 매국노이고 억압자이며 살인자이다.
어떻게 싱가포르와 비교하는가!
게다가 그의 독재가 더 유지되었다면 6월항쟁 이후 엄청난 사상자를 내어 광주항쟁 이전의 부산항쟁 등이 있었을 것이다. 민주화는 여전히 뒷골목 속삭임 정도였을 것이다.
<부력>은 참 가슴 아프고 찡한 영화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국가적 폭력을 워낙 많이 보았기에 구조적 폭력이지만 사적으로 비쳐지는 것은 약간의 아픔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부력>을 본 날은 비가 많이 왔다.
소년의 마음은 물에 가라앉았지만 삶은 떠올랐다.
비는 내 마음을 둥둥띄워 <부력>처럼 여전히 남아있는 현실 한 구석에 대한 아픔을 느낀다.
한국의 많은 여성들은 저 배에 탄 노예들과 마찬가지이다.
엄청난 성폭행의 굴레에 있어도 가해자는 무사하다.
우짜다가 배 한척 정도 반란에 성공한다.
<부력>은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동남아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인신매매와 폭행의 모습이고, 세상의 피해자들이 경험할 법한 이야기들이다.
<소년>은 그저 가난에서 조금만 벗어나길 원했을 뿐인데....
엔딩은 매우 당연하지만 그래도 찡하다... 소년의 눈물과 미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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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범죄 오스트레일리아 2020.06.25 개봉 91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로드 라스젠
주연 삼 행, 타나웃 카스로, 모니 로스 예
˝여긴 죽음의 바다야.˝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14살 소년 `차크라`.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태국으로 떠났지만
도착한 곳은 바다 한가운데였다.
하루 22시간 노동에 시달려도 받는 돈은 없고,
허기를 채울 만한 건 한 줌의 찬밥과 더러운 물뿐이다.
끔찍한 학대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곳,
그 어디에도 소년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