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욕창 : 고통의 유쾌한 표현, 가장 사실적인 간병기, 배우와 감독의 찰떡궁합, 반드시 봐야할 우리 모두의 모습

무거운 빈가방 2020. 7. 23. 20:05

욕창(2019) A Bedsore

 

작년 여름에 엄마(난 할매라 불렀다.)한테 욕창이 생겼다. 울 할매는 말 안한지 몇 개월 되었고 의사 표시는 욕 그리고 표정과 손사레로 한다.

밥은 그럭저럭 드시다가 수저질을 못했고, 이젠 김밥 같은 걸 만들어 두면 손으로 드셨다. 이것도 얼마 안있다 안한다. 그저 떠먹여야만 한다. 무른 것 중심으로 반찬과 밥의 조화를 잘맞추어 드린다. 영양도 생각해야 하고 양도 적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요양원 보낸 뒤 매주 방문하다가 적응을 잘못하자 2주에 한번씩 방문했다. 방문 뒤는 모셔다 와서 하루 주무시게 하고 다시 요양원으로 보낸다.

집에서는 전복이나 장어, 회 등을 드시는데 이발도 없는데 회를 드시는 양은 엄청나다.

 

점점 변을 못가리니 대변 보게 하고 목욕시키고 하는 것은 내 몫이다.

처음엔 손도 못대게 하다가 이젠 숙달되니 그냥 내 한테 맡긴다. 물에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하고....

 

아침엔 본 대변 치우고 씻기고 하는 것이 행사다.

그래도 요양원 가기 전에 대변을 보면 좀 더 안심이다. 요양원에선 한참 뒤에 볼테니...

 

작년 생신(음력6) 이후는 음식을 먹고 움직이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 진다.

요로감염으로 병원엘 가자, 코로 음식 넣아야 할지 모른다고 의사가 말한다.

그건 절대 안한다 했다.

이젠 날마다 병원엘 가서 밥을 드시게 한다. 우리가 아니면 사람들이 잘못한다.

병원은 좀 거시기 하다. 아끼는 게 너무 심해 병원에서 6월 담띠기를 얻었다.

병실에 선풍기도 몇 대 없고 에어컨은 안튼 수준이니 당연하겠지.

 

퇴원해서 다시 요양원(금정요양원, 범어사 밑에 있는데 정말 좋은 곳이다.)으로 가셨다.

우린 여전히 날마다 방문하여 한끼 식사는 우리가 직접 드시게 한다.

이젠 주사위로 음식을 들게 한다. 그래도 꼴깍꼴각 받아드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쩌나 숟가락으로 드시기도 하고 아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다 욕창이 생겼다.

욕창메트를 사다 달라해서 사서 눕는다.

이제 당신이 스스로 몸을 못가누니 욕창 자리가 자꾸 닿아 점점 더 커진다.

   <욕창 치료방법을 설명한다.  반가운 인물 - 찬실이는 복도많아의 강말금 배우다!>

 

 

9월에 다시 입원한다.

병원에서 얻은 땀띠와 관련 있다 보지만 의사에겐 말 못한다.

 

이전엔 노래를 크게 부르곤 했는데 이젠 노래 듣기도 어렵다.

노래는 매우 짧은 소절로 여러가질 부른다.

“ ... 영감이 살아 돌아온다...” 이런 노래도 있다.

 

꺼저를 붙이고 소독을 하고 약을 먹고.... 한번씩 산소 호흡기, 링거...

 

링거 꼽는 것은 참 힘들다. 핏줄이 잘안나타나 간호사가 영 힘들어 한다.

그러니 여기저기 팔 다리 오만데 다 찌른다. 얼마나 괴롭겠노...

생생할 땐 그래도 괜찮은데 이젠 의사 표현을 못하는데 찌르니 아픔이 가슴 속으로 들어가 덩어리가 되었으리...

 

욕창은 참 힘든 현상이다.

간지럼을 참는 것도 어려울거고 따가움을 참는 것도 그러하리.

 

영화 <욕창>은 환자의 고통과 가족의 고통을 살피는 영화다.

나의 어려운 모습들, 가족의 힘듬이 다 들어있다.

누워만 있으니 식물인간처럼 취급당하는 환자의 아픔,

함께 살아가면서 돌봐야 하는 남편의 어려움.

일을 하다가도 뭔가 조짐이 안좋다 연락오면 가야 하는 자식들의 힘듬.

여기다 가족 돌보미로 와 있는 중국교포의 모습.

 

<욕창>은 이런 관계들을 참으로 잘묘사하고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렇지만 고통스런 영화가 절대 아니다.

 

영화 자체가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끌고 간다. 웃고 즐기다 보면 숙연해지고 낄길거리다가 눈물이 난다.

 

             <욕창>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수족이 제대로 못움직이면 식물인간 취급 당한다.

               간절함이 있어도 표현하기 어렵다. 

                아직 살아 있고 나에게도 감정이 있음을 표현하는 한 장면.

                가끔 환자가 자기 표현하는 표정이 나온다. 절로 고개가 끄덕인다.

 

 

                                                <순수의 시절로 돌아가는 표정 ㅋ>

 

 

감독의 경험과 내공이 빛난다.

여기다가 배우들은 우찌 이리 잘 배치했노!

 

모두 다 영화 하나에 녹아들어가 영화 자체가 된 것 같다.

 

요사인 한국독립영화라 부르는 저예산 영화가 참 좋다.

그냥 마구잡이 갱 영화가 아니라면 한국영화의 결들이 부드럽고 사려깊고 실생활로 다가온다.

 

<욕창>은 근래 상영한 <벌새> <김군> <찬실이는 복도많지> <아워 바디> <메기> <안녕 미누> <나는 보리> 등등 영화들 리스트에 꼭 넣어야할 영화다. 물론 더 많이 있지만 기억이 ....

 

집에 누구든 환자 한명씩은 있다.

그 환자 때문에 힘들고 어려움이 있으면 <욕창>을 꼭 보시길 권한다.

 

어려움 없어도 언젠가 내가 그럴 수도 아니면 누군가 그럴 수도 잇기에 곡 보시길 권한다.

인간의 애정이 어떠해야 할지, 또 욕심은 어떠한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진짜로 일어날 모습을 보면서 위로도 하고 화도 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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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 2020.07.02 개봉 99, 12세이상관람가

감독 심혜정

주연 김종구, 강애심, 전국향, 김도영, 김재록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깊은지가 문제거든요

 

퇴직 공무원 창식은 간병인 수옥과 함께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길순을 돌보며 지내던 중 길순에게 욕창이 생긴 것을 발견한다.

 

욕창과 함께 길순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애써 감춰두었던 각자의 욕망이 드러나며, 마음속 상처들이 덧나기 시작한다.

 

연출의도

 

욕창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오래도록 고정된 상태에 있으면 살이 썩는 질병이다. 우리는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자신의 살이 썩어가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영화 <욕창>70대 퇴직 공무원 강창식과 뇌출혈로 몸을 못 쓰는 아내 나길순. 불법체류자인 재중동포 간병인 유수옥,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욕망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다.

 

<욕창>은 노인, 이주노동자, 이혼, 가부장적 세습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얽매여 있는 인물들의 심리와 사건들을 따라가면서,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과 인간 존재론적 고민을 마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