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망친 여자: 단순한 대화 단촐한 화면 그렇지만 삶의 단면을 잘 보여준

무거운 빈가방 2020. 10. 16. 00:20

도망친 여자(2019) The Woman Who Ran

홍상수 감독의 영화야 알아먹지 못하는 대사는 없지 않은가!

반면에 너무 일상으로 소소히 파고드니, 이게 영화인지 아닌지 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세계 영화인들이 좋아하는 감독이니 어떤 점에서 저리 좋아하는고? 하는 의문으로 가급적 빠지지 않고 보려고 한다.

게다가 김민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드시 볼 수밖에!

 

결혼 후 5년 동안 단 한번도 떨어져 본적이 없다는 <감희>는 세사람을 만난다. 두명은 집을 찾아가고 한명은 직장을 찾아간다.

집으로 찾아간 두 명은 모두 선배이다.

별 대화는 없다. 그냥 우리들이 함직한 이야기들이다.

첫 번째 선배(서영화)는 선후배가 같이 살고 있으며 글을 쓴다.

두 번째 선배는 혼자 사는 것 같고 무용을 하는 예술인이다.

모두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각자 나름의 생활을 한다.

모두 알게 모르게 남자 문제로 살짝 얽혀 있으나 당당하게 산다.

이런 모습이 보기가 좋다.

세 번째 여자는 소극장 관계된 일을 한다.

영화 보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실상 연적이다.

오늘 강연하는 남자를 두고 서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을까?

감희는 그냥 양보하고 남자를 떠난 모양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남편과 5년 동안 떨어진 적 없고 남편은 사랑하는 살람이라면 꼭 붙어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음을 강조한다.

홍감독의 영화에 매우 많이 나오는 단어( ‘너무’‘진짜’‘정말’‘그리고 반복형의 말들)처럼 반복해 상대에게 말한다.

너무 야위어 서 있기도 힘들 것 같은 김민희의 표정은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다.

 

시작에 도망간 여자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사실 감희가 도망을 나온 여자가 아닌가 싶다.

출장을 핑게대고 여기기웃 저기기웃하면서 갈피를 못잡는 것 같다.

 

세여자는 일을 하지만 남편 옆에만 꼭 붙어 있었던 자신은 뚜렷한 일이 없는 듯하다.

옷가게를 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 자신의 대화는 남의 말을 받아치는 것 말고는 딱히 없다.

가녀린 어깨는 쓸쓸해 보이고 걸음도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많은 연기를 보여준다.

별 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오묘한 맛들이 있다.

별 적은 것 없는 것 같지만 많이 적었다.

 

**** 달시 파켓이 까메오로 나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잠시지만 그의 모습을 보면 늘 반갑다.

 

****첫번째 선배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 굽는 모습(뚝 떨어져서 구우니)도 좀 이상하지만 술은 더 이상하다. 기분에 굵기를 보니 돼지고기인 듯한데, 김민희는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서영화는 돼지고기와 화이트 와인을 마신다. 너무 안어울리는 궁합들이다. 술잘드시는 홍감독은 일부러 저런 배열을 했을까? 집에서 나무젓가락 쓰는 것도 생소하다.

****대화 내용 중 수탉이 교미가 아니라 자신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암탉 등에 올라타서 모가지를 쪼운다 한다. 세산의 수놈들의 모습을 닭을 통해 보여주는 걸까?

 

**** 두 번째 선배는 필라테스 강사로 10억 정도의 돈을 모았다 한다. 유명 강사인 모양이다. 쉬운 일이 정말 아닌데.....

매우 당당한 비혼여성 처럼 보이는데. 밥은 하얀 스파게티와 빵 두어점, 화이트 와인이다. 차린게 너무 없다. 홍감독은 요새 굶고 사는 모양이다. 너무 단촐하고 이상하다.

 

***** 두 집 다 CCTV로 문앞 사람들을 확인한다. 일상적인 것 같지만 현대인들의 가까이 가거나 단절되거나 하는 것을 간단히 잘표현한 것 같다.

 

**** 김새벽을 본면 왠지 옛애인 만나는 기분이 든다. 그저 반갑다. 영화에서 종종 만났고 그의 연기가 좋아서 가슴에 많이 꽃혀 있는 모양이다. 참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특히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장건재) 이후 더 그런 것 같다. 보면 절로 미소가 감돈다.

**** 소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뭔지 잘모르겠다. 근데 사운드가 너무 개판이다. 꼭 스피커 나쁜 곳에서 더빙영화 틀어 둔 듯한 사운드다. 사운드 나왔으니 말인데 홍감독 영화 중에 사운드가 제법 많은 영화 인 것 같다.

 

*** 사람들이 두 사람 관계를 가지고 말들이 참 많다. 나도 나이 차 때문에 좋아하던 김민희라서 좀 어색하긴 하다. 그렇지만 범죄를 저진 것도 아니고 저거들 좋아서 하는데 우짜란 말이고? 진짜 넘치는 범죄자들에게나 잔소리 하고 구속시키라고 주장하시라...

 

******************

 

도망친 여자(2019) The Woman Who Ran

 

드라마 한국2020.09.17 개봉 77,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홍상수

주연 김민희,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감희는 세 명의 친구를 만난다. 두 명은 그녀가 그들의 집들을 방문한 것이고, 세 번째 친구는 극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우정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언제나처럼, 바다 수면 위와 아래로 여러 물결들이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