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연극 <밀다원>에 출연한 늦깍이 배우
무거운 빈가방
2021. 6. 23. 10:58
연극 <밀다원>에 출연한 늦깍이 배우
-- 박수 보내주지 않아도 가고 싶은 곳을 간다.
오늘 주인공은 내 아내이자 바깥아내였고 동반자이며 스승이고 거울이다.
거칠고 삐죽한 내 마음을 감사 안아 부드럽게 만들고 참음으로 마음을 누그러뜨리도록 한다.
삼십 중반, 생활 전선에 뛰어 들 수밖에 없었고,
이후 일속에 파묻혀 살았던 사람,
육십이 넘어 드디어 일을 손에 놓고 <연극>이란 문을 조심스럽고 두드리고 있다.
처음 <책과 아이들>에서 아이들과 동화극을
그런 직후 <영화의 전당>에서 시민극단(2019년 후반기 사업인 듯)에 응모하고 당첨,
낭독극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과 <뽕>을 하늘연극장에서 한다.
2020 봄에는 <하늘로 가는 전봉준>을 야외극장에서
가을에는 두차례 낭독극이 아닌 실제 연극 무대에 오른다.
<미장원에서>라는 20분짜리 극,
<국제여성연극제>의 한토막에 참여한다.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나이 들어서도 하고픈 일을 하니 참 부럽다‘ 등등
말을 한다.
난 가족이니 매니저란 이름으로 늘 모셔다 드리고 모셔오고를 반복하고 연습을 지켜보니 이 와중에 고민과 어려움을 날 것으로 본다.
하늘에서 벼락 떨어지듯 동작이나 말에 대해 꾸중이 나린다.
발성연습을 해 봤나, 동작 연습을 해 봤나
가진 건 약간의 목소리 뿐.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굳은 몸, 하긴 자기 뜻이란 것도 없다.
영화를 많이 봤지만 , 배우들이 연기 잘한다 말은 하지만,
그 배우들이 저 동작을 하기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냥 깜깜이.
익지도 않은, 이제 발걸음 딛는 나든 사람이 무대에 오르려 안간 힘을 쓰지만
매서운 연출의 눈엔 모든 게 부족하다.
평생 들어 본 꾸중과 욕의 몇 천배를 1년 동안 듣는다.
비오고 벼락치는 들판에서 마음 상하고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며 연습, 연습.
이제 처음으로 프로 극단(극단 배관공)과 함께 한다.
<미장원에서>는 아마들의 무대다. 이 때 들은 욕의 몇배를 더 듣는다.
나 같으면 벌써 그만 뒀겠지.
주인공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상대의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모두 다 자기의 선배다.
힘들고 기분 상하지만 받아드리고 생각하고 움직여 보고 궁금해 하고 또 움직여 본다.
이번 <밀다원> 출연은 비록 단역이지만 그에겐 매우 중요한 역이다.
전문극단과 한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선을 지나가고 있다는 뜻 일거니.
긴장도 많이 하고 힘도 들지만 넘치는 에너지로 스스로를 태워 새로운 열을 만들어낸다.
해도 어젠가는 시든다는데
사람은 더 빠르지만
시들기 전까지 활기차게 움직일거다.
난 그에게 큰박수를, 존경을 실어 보낸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와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막아서며 뚫고 나가는 기세를 누가 멈추게 할 수 있으리.
나도 움직일 수 있는 한은 매니저로 멈추지 않으리 ㅋㅋ
출연료 20만원...
매니저에겐 10만원을 주신다.
1억 너머의 가치를 지닌 이 돈은 작지만 크다.
나의 주인공은 앞으로도 어떤 역을 맡든 노력으로 해낼 것이다.
다시 박수....
<밀다원> 본 뒤 멀리까지 와 주셔서 격려 해 준 분들의 소감 몇 마디 같이 올린다.
김화가
어제 모처럼 문화생활을 느꼈네요
대배우님 연기가 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여유가 느껴졌어요
호흡과 발성도 다른 전문 연기자들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조만간 큰 배역 기대됩니다
작은 체구지만 움직이는 선이 작지 않고 크게 느껴졌고 그동안 얼마나 정성과 노력을 다하셨는지 알 수 있는 무대였어요
마치고 대배우님 만나 안아드릴 때 순간 울컥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참 애쓰셨어요
그리고 그렇게 나이드심이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감동입니다
대신 전해주세요
외조하시는 민샘께도 감사드립니다
두 분 참 부럽습니다~~~
한선생님
재미있게 잘 봤어요. 언젠가는 주연급 출연의 작품을 보게되겠지요^^
스님
밀다원
ㆍ부산 피란민시절
부산 산복도로 밀다원
다방에서 예술가들의. 만남
젊음의 절규
노래하는 시인
방황하는 영혼
페미니즘?
덕분에
노통이 노닐던 민주공원을 스님 모시고 다녀왔다
난
무얼하며 지냈지?
이 나라 민주를 위해
난 무엇을 했는가?
청보리 익어가는
보리밭. 사이로
뉘엿 익어가는 노을이
내일은 맑음을 알려준다
지금 여기 있는. 자리에
최선을!
연극인 박복남님의 발전과 축하를
남김없이 응원합니다
당신은 주인공입니다
조카
극에 대하여:
이제는 옷가게로 바뀌어 없어진 밀다원.
밀다원이 있었다는게 중요하지 구체적 위치가 뭐가 중요하냐는 말에 화가난 관람객이 있다. 예술가들이나 예술을 동경한 사람들이 품은 추억,열정들..이제는 세월에 묻혀 대충 퉁쳐지는 것은 결국 그들이 예술이라고 말한 존재가 그저 지나간 일이 된것에 대한 애달픈 분노가 아닌가싶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서로 교감한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영혼을 표현해보려하지만 현실의 궁핍함에 너덜너덜해진 친구1과 직장인으로서 배는 채웠으나 영혼의 궁핍함으로 삭막해져가는 친구2는 예술가와의 교감을 다시한번 느끼고자 밀다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위로받고자 한다.
시공간이 교차하는 밀다원. 그곳에서 그들은 과거 그들의 영혼을 적셔주 예술가들과 만난다. 커피한잔과 담배한대 나누며 서로 의 혼을 교감하려던 찰나, 총소리와 포탄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 예술가들은 목숨이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혼을 불태웠으리라.
예술가는 모든 시대에 어떤 상황에서든 늘 있어왔다. 이는 그토록 사람이란 존재가 영혼의 교감을 갈구하기 때문일까.
그 교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초라함, 추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하며, 모든 현실의 역경속에서도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계를 바라보아야만 한다.
참으로 아름답고도 비참하다.
과거에는 총탄에 목숨이 저울질 되었으며, 현재는 자본주의와 코로나 블루스 속에서 정신의 매마름을 버텨야한다.
그 역경속에서 표현한 예술가의 한 작고도 순수한 혼이 그저 대충 퉁쳐진다는건, 예술을 동경했던 이들에게는 너무나 가슴아픈 일일것이다.
한때 예술을 동경했던 나도 밀다방에서 쓴 커피한잔을 마신 기분이다.
오늘도 영혼의 교감을 위해 자신을 깎아내며 다듬는 전우들에게 위로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