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리산 조개골로 휴가를

무거운 빈가방 2021. 8. 9. 00:41

2021-08-05 지리산 조개골 1

 

여름은 덥다. 이번 여름은 나도 덥네.

아들이 휴가 온단다. 거의 10년 만에 아들하고 휴가를 보낸다.

계곡으로 간다.

계곡의 깊은 맛과 조용하고 시원함을 주는 조갯골이 최고다.

 

아들은 서울에서 버스 타고 산청으로 오고 우린 부산서 산청으로 간다.

아점으로 산청약초식당(산청군 금서면 매촌리 136-4)에서 냠냠.

이름은 약초식당이지만 약초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행길에 가격치고는 괜찮고 맛도 좋다.

돼지고기 위에 얹어져 있는 약초는 뭔가 모르겠지만 식감을 더 살린다. 몇가지 산나물의 향과 맛도 매우 좋다. 청국장은 더 일품이다.

누구에게든 추천하고픈 곳이다.

<음식 사진은 허겁지겁 먹는다고 안찍었네. 입구에 석류만 한 컷 있네..긋참... 그리 배가 고팟나? >

아들은 운전하고 난 잔소리 한다. 산청에서 조개골까지 가려면 매우 구불탕 길을 지나 대원사게곡을 통해 유평도 지나고 최고 안쪽으로 가야한다.

아직 초보라 할 수 있는 아들놈은 긴장하지만 운전 잘한다.

초보 때는 좁은 길에서 차를 만나면 더 긴장하지 않나!

그래도 남 뒤따라 가니 좀 편하게 운전한다.

 

내가 왕초보일 때 겨울에 <희방사>를 갔다.

돌아 오는 길에 타이탄 한 대 뒤따라서 왔다. 차가 밟으면 나도 밟고 브레이크면 나도 브레이크... 그 차는 산길을 매우 빠르게 운전했고 나도 같이 날랐다.

모두 다 내가 베테랑인 줄 알았다.

당시 험하기 이를데 없는 경북 살골짜기 겨울 운전을 그리 수월케 빠져 나왔으니........

당시 이원학 선생이 선탑자로 나를 이끌었다.

모두 잘타고 왔는데 내가 초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8명 정도) 자고 싶어도 잠이 안온다고 한다. 초보가 트럭만 보면 미친 듯이 추월해 버리고 금방 멈출 것 같은 봉고로 기본 130 이상을 밟으니 어이 잠이 왔겠노...

부산 도착 하니 모두 엄지 척 하며 베스트 드라이버라 한다.

지금은 아트 드라이버라 부르지만 ...

산청 고개를 지나면서 철이 달랐지만 당시 생각으로 미소.

 

주로 조갯골 산장에 머물렀는데 이번엔 <대호산장>이다.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길 925)

조갯골산장 보다는 약간 아래지만 산과 숲 그리고 별을 보기 좋아서 이곳을 선택했다. 여긴 밥 안사먹는다고 눈치 주는 일은 없어서 좋다.

대체로 등산객이라 보고 기본 물품은 거의 없어서 산행 중 밥 먹듯 모든 것을 다 준비해 가야 편하다. 오랜만의 이런 행차라 뭘 준비행 할지도 잘모르겠다. 고기 구워먹는데 바나 코펠이면 끝이어야 하는데, 전기팬, 가스펜 등 덩치 큰 것을 많이도 준비 했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게곡으로 간다.

폭포로 직행.

아무도 없으니 폭포는 그냥 우리 차지다.

맥주캔을 따서 나눠 마시고, 폭포가 베푸는 물안마 받으면서 비명을 지른다.

알탕도 매우 오랜만이다.

 

이전과 달라진 것 중 하나는 폰이라는 더 발달된 가벼운 사진기가 있는 것이다.

찍으려고 포즈 취해라는 요구가 많아 즐기는데 흐름이 끊긴다.

그래도 좋다. 매우 좋다.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늦게 돌아와 오겹살 먹을 준비.

이 집엔 평상을 하나 준다.

아들놈은 양반 다리 잘못하여 일반적 다리 내릴 수 있는 작은 탁자를 선택한다.

몸살림운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들놈이 이런데도 아버진 말도 못한다. 그냥 지 편한대로.

 

오겹살은 오겹살이다.

먹으면서 감탄 연발, 위에 덮은 미나리 맛도 엄청나다.

페졸와인으로 맛은 더한다.

마무리는 된장국.

                <오겹살 다 먹고 가져온 돼지 껍데기와 된장으로 마무리>

 

 

맥주를 따서 마시면서 별을 본다.

아직은 흐리다. 10시 넘으면 좀은 더 맑아질거다.

날개미들이 떼거지로 날라온다.

이곳에는 가끔 이런 현상이 자주 생긴단다.

우린 짐을 치우고 방에서 빈둥거리다가 12시 넘어 밖으로 나온다.

바로 위에 산장 불빛이 별 보는데 방해는 좀 있어도 남쪽과 북쪽에 별이 많이 보인다.

이른 시간엔 북두칠성이 지금은 카시오페아가 ... 별이 많아 북극성은 찾질 못하다.

남쪽은 산이 막아 많은 별을 보기 어렵다. 여름의 대삼각형도 산에 맥을 못추고 나타나질 않는다.

우와~~~ 별동을 몇 개 본다. 선명한 놈 굵은놈 약한놈... (나중 보니 이 시간 이정호 선생이 하늘을 찍었는데 내가 본 것을 같이 본 듯한 사진도 있다)

선명하진 않지만 여름 은하수를 보는 기분은 좋다.

우린 3층 콘크리트 바닥에 자리를 갈고 누워 하늘은 즐긴다.

 

좀 더 쏟아져 내려왔으면 싶지만 지리산은 그것 까지는 허용하지 않는다.

여긴 빛이 드문 높은 산이 아니다.

여러 봉우리 아래 겸허하게 보여주는 것만 봐야 하는 곳이다.

그래 이것으로 충분하지...

더 이상 더 바라면 벌받지..

추위를 느끼며 방으로 들어와 문 닫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