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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럭 벵잉> : 난장판 속에서 고찰하는 인간의 다중성

무거운 빈가방 2021. 10. 15. 00:33

배드 럭 뱅잉 Bad Luck Banging or Loony Porn

<배드럭 벵잉>은 붉은 빛나는 포로노같은 영상촬영을 시작으로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각자 살아 온 시대적 배경이 인간의 사고에 미친 영향까지 논하는 영화다.

 

도입부 외에 3부로 나눈 감독은 매우 장난꾸러기 같다. 다큐맨트리, 컬트, 뮤직비디오 등등의 느낌이 물씬 나는 장면들을 과감하게 차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맺는다.

 

* 아침 9시에 영화를 보는데 첫장면이 매우 노골적인 포로노라... 보는 사람들이 많이 당황해 한다. 나도 상당히 당황스럽다. 감독은 사람들의 이런 황당해 하는 것을 상상하며 혼자 낄낄거리며 영화를 찍은 것 같다. 실제로 다루는 내용은 매우 진중하고 역사적이지만 화면에는 그냥 똘끼 넘치는 듯 보이니 감독의 재기가 참 대단하다.
 

1부 <일방통행로>는 동영상 유출 이후 ‘에미’가 교장을 찾아가 선처를 부탁한 뒤 다시 돌아온다. 억수로 단순한 로드무비 마냥 도심지를 걷고 걷는다. 카메라는 등 뒤에서 따라가면서 관객도 걷게 하고, 걷는 중간 여러 모습을 비춘다.

찾아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이 참 길다. 도심에서의 소음은 엄청나고 인도는 차들이 차지하여 제대로 걷기 어려운 경우도 많으며 지나는 곳마다 공사다. 싸이렌 소리. 경적소리. 싸우는 소리. 따라 가던 카메라가 가끔 건물이나 어떤 지역을 약간 길게 잡는다. 역사적이거나 파괴되어 사라지거나 할 것들, 사람들의 모습과 거침없는 대화의 내용들을. 루마니아의 현재, 지금 모습을 거리낌없이 보여주고픈 의도된 감독의 카메라다. 덕분에 우린 긴시간 ‘에미’가 걷는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내가 왜 이렇게 길게 걷게하는지 관객들은 그 뜻을 알겠느냐 놀리는 듯. 여기서 일방통행이라 도로를 말하는것이 아니라 관객이 이 영화를 본 이상 일방통행로에 놓인 차처럼 따라와야 한다는 감독의 의도된 길처럼 보인다.  

2부 ‘불가사의에 대한 짧은 시선’은 신문, 과거 영상자료, 그림 등을 뒤썩어 나레이션을 들려주는데 영화와 크게 관련 없다는 듯 빠른 장면과 말로 지나간다.
 

전쟁과 독재, 수많은 죽음, 격앙된 애국심, 작가들의 글과 명언들. 진실과 거짓, 인간이 저진 수많은 죽음들이 나온다. 들려주는 격언들이 많아 좋다 싶은 순간 다른 것이 덮어 버려 정보과잉으로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2차 대전 중 독일편에 서서 악행을 같이 저질던 루마니아가 연합군 측에 돌아서면서 신문은 두가지 기사를 준비 했다한다. ‘히틀러 만세와 스탈린 만세’, 루마니아의 국민시인이 화폐에 있다. 가장 존경받는 시인인 모양이다. 한국의 이순신 같은 존재인 국민적 영웅에 대해 잘못말하면 엄청난 공격에 시달리게 된다. 이건 3부의 결론을 이끌기 위한 고급자료이다. 루마니아 처한 현실, 이 현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어 있는지를 고찰한다. 이 고찰은 3부의 토론에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과 직접 연관이 있다.

3부는 드디어 학부모회에서 ‘교사 에미’의 처리 문제를 논한다. 코로나 시대에 거리두기를 하면서 모두 마스크를 걸치고 야외에서 토론에 들어간다. ‘마스크가 이쁘네요’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인사다.
 

다양한 직업의 학부모, 공산치하에서의 관료들과 일반인들은 자신이 삼는 기준이 다르다. 대부분 과거의 영광을 환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며, 젊은 학부모는 오직 아이의 미래라는 환상으로 살아가는 발언을 한다.


 ‘에미’는 사생활임을 전제 하고 당당히 학부모들과 맞서 싸운다. 루마니아의 아픈 역사와 영웅에 대한 편견도 거침없이 깨부순다.

짓꿎게 포로노 형식으로 시작한 영화인 만큼 결론도 그렇다. 1,2,3번으로 보기를 준다. 관객은 어떤 선택을 할지 나도 궁금하다. 내 마음도 아슬아슬 줄타기 하는데 다른 사람 마음은 어떠할까? 학교를 떠나가게 하는데 한표를 던져? 아님 교사생활을 계속하는데 한표를 던져? 이것이 진보나 보수적 성향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겠지? 너무도 조바심이 난다. <라두 주데> 감독의 화법은 참 독특하고 짓궂기까지 하다. 포로노를 배치 하고 이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이중성과 폭력성을 루마니아의 역사와 함께 배열하다니! 

 

1, 2, 3부 모두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따라가기 좀 힘들고 어떨 땐 제법 난해 하다. 그러나 아주 난장판으로 마무리하는 장난기에서 깊은 울림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감독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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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럭 뱅잉 Bad Luck Banging or Loony Porn , 2021 제작

 

요약 루마니아 외 | 드라마 | 106

감독 라드 주드

출연 카티아 파스카리우, 니코딤 언구레아누, 클라우디아 이에레미아, 안디 바슬루이아누

 

루마니아 영화를 대표하는 라두 주데 감독은 화려한 필모그래피에 올해 베를린 황금곰상 수상작 <배드 럭 뱅잉>을 추가하게 되었다. 도발적이고 냉소적인 제목답게 그의 최신작에서 교사 에미는 남편과의 합의 하에 찍은 섹스 비디오가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비디오가 학생들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어느새 동료 교사들과 학부형들까지 알게 되고, 에미는 심판대에 서게 된다. 삼부작으로 구성된 영화를 따라가며 관객은 부쿠레슈티 시내를 배회하는 에미의 모습을 CCTV 화면을 바라보듯 관찰하고, 외설 그림 사전을 불쾌한 기분으로 감상하고, 마침내 에미가 비난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부조리를 쓴웃음으로 지켜봐야 한다. 감독이 제시한 세 가지 결말 중 과연 관객은 어느 것을, 무슨 이유로 선택할 것인가? (박가언)

 

라두 주데

 

Radu JUDE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나 영화를 전공했고, 조감독으로 경력을 쌓았다. 50개 이상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단편 <소년과 TV>(2006)를 연출했다. 첫 장편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2009)로 베를린영화제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을 수상했으며, <아페림!>(2015)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극영화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