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겨울, 나는> : 그 겨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무거운 빈가방
2021. 10. 13. 00:24
그 겨울, 나는 Through My Midwinter ,
**** 배우의 연기가 참 좋다 했었는데 , 부산국제영화제 마지막날 남자주인공 '권다함'은 조진웅이 뽑고 수상하는 '배우상'을 받앗다.

그 겨울 나는 무엇을 했을까?
그 추운 겨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 한국에서 제일 큰 문제는 무엇보다 '청년의 미래'일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 대부분이 공무원이 되려고 노량진 학원가(이 소재를 영화로 만든 비전 영화도 많았었다)로 몰리는 시대,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원비나 식의주를 떼울 돈을 벌어 다시 학원으로 간다. 젊음이 낭비되고, 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경학’(권다함)은 바로 이런 청년이다. 경찰이 되기 위해 시험 준비 중이다. 애인 ‘혜진’(권소현)은 벌써 스물아홉인데 원하는 직장에 취직할 것이라는 처음의 의기양양은 죽고 조금씩 눈높이를 낮추다가 일반 회사에 취직을 한다. 둘은 동거를 하며 미래를 약속하지만 미래는 불투명하고 경학 엄마 빚 때문에 경학은 아르바이트라도 하여 돈을 마련해야 한다. 둘은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자기생각들에만 사로잡히게 된다.

<그 겨울, 나는>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절박함이 화면 밖으로 나와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영화이다. 처음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이제 시험을 포기하고 직업으로 바꾸려는 ‘경학’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혜진’의 질타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경학’이 쉽게 따를 수 있는 말도 아니다. 둘의 갈등이 생기는 이유와 갈등 중의 대화나 싸움은 매우 자연스러워 가슴 아리는 공감이 생긴다. 이 갈등은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경학’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혜진’의 질타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경학’이 쉽게 따를 수 있는 말도 아니다. 둘의 갈등이 생기는 이유와 갈등 중의 대화나 싸움은 매우 자연스러워 가슴 아리는 공감이 생긴다. 이 갈등은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갈등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서로 주고받는 신체적 언어가 참 좋다. 처음 서로 좋아하다가 약간씩 틀어지는 시점에서 서로에게 나타나는 모습과 표정, 싫어하진 않고 사랑이 완전 식은 것도 아닌데 지친 일상과 어긋나는 생각들 때문에 헤어지려하는 순간들의 슬픔과 분노, 두 배우의 이런 응축된 표정과 분출하는 미움은 영화를 끌어가는 긴장감인 동시에 힘이다. 조연들의 함께하는 호흡도 막힘이 없고 자연스러워 영화다운 영화가 되었다. 감독의 말처럼 많이 만나고 이야기 나눈 효과가 캐릭터에 잘살아나는 모양이다.
‘경학’은 돈을 벌어야만 한다. 경학처럼 개인들이 전혀 원하지 않지만 일어나는 현실 때문에 밖으로 내몰리는 모습을 감독은 다양한 직업군을 통해 보여준다. 누구하나 따뜻할 수 없다. 세상은 자기만 살아가려고 친구에게도 사기치고, 동료들도 자기 성과를 더 올리려 다툼이니 모두 다 매몰찬 경쟁자들일 뿐이다. 배달 일을 방해하는 다양한 갑질이나 요소들이 이렇게 많은지는 처음 알았다 아마 실제로는 더 많은 일이 일어나겠지.

배달원들은 빠른 속도로 많은 일처리를 하는 것이 수입에 가장 중요할 것이다. 가급적 가까운 거리나 드나들기 쉬운 곳 들을 차지하려고 직원끼리 벌이는 눈치싸움은 현실의 대표적인 반영이다. 심지어 총괄하는 사장 까지도 자신들의 경쟁자다.
감독은 달리는 오토바이를 따라 가는데 관객이 배달직원의 위험성과 두려움, 다급함을 충분히 느끼도록 한다. 액션 영화가 아니라도 카레이스의 박진감은 심장을 쫄이게 한다. 골목길 바삐 달리는 오토바이가 곡각을 못이겨 쓰러지는 장면이나, 큰교통사고는 작은 예산으로 시도하기 힘든 부분인데도 과감히 해내니 더 감동이다.
경학이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자신을 다시 잡으려하는 데는 의외의 장소와 만남에서다. 나락의 끝까지 떨어지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끝이 가까워서야 보여준다. 치열한 사랑싸움에서부터 다양한 직업군의 모습과 오토바이 속도전 까지, ‘오성호’ 감독은 무엇을 찍어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