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랑스> : 밀착된 카메라에 담긴 프랑스라는 미디어
무거운 빈가방
2021. 10. 16. 00:53
<프랑스 France> : 프랑스라는 미디어

시작과 동시에 정부청사 건물에 펄럭이는 프랑스 깃발이 나오고 그 뒤 깃발 아래 여성앵커가 나온다. 나라 이름인 줄 알았던 영화 제목 <프랑스>는 주인공인 여성앵커의 이름이다. ‘프랑스 드 뫼르’, ‘드 뫼르’는 ‘죽다’와 ‘부활하다’라는 상반된 뜻을 같이 가지고 있다.
감독 '브루노 뒤몽'은 영화의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의 얼굴을 길게 보여준다. 관객에게 움직이는 눈빛과 표정을 읽어내라는 무언의 압력을 주며 동시에 깊게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영화의 주제를 주인공의 이름과 그 두 장면의 얼굴에서 다 보여주는 것 같다.
자신의 모습이 괜찮은지를 끊임없이 카레라맨에게 묻는 저널리스트 ‘프랑스 드 뫼르’는 어디서나 같이 사진찍자는 팬들의 시선 속에 있다. 매니저 ‘루’는 ‘프랑스’의 화려한 모습에 감동을 보내고 한껀 크게 히트 칠꺼리를 종용한다. 여기에 더 자극받아 ‘프랑스 정부’가 개입한 분쟁지역에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가 그 모습들을 촬영하고 인터뷰하여 시청자들의 감동을 이끌고 정책에도 영향을 주려한다. 인터뷰 과정에서도 모든 것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것은 똑같다. 총알이 쏱아져도 마음에 드는 장면 연출을 위해 전사들에게 다양한 포즈를 요구한다.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세상 모든 이의 눈과 귀가되기 위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영화 프랑스에서 '프랑스'는 매우 강한 붉은색의 루즈를 바른다.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시선을 자기에게로 당기려는 선택!>
화려하기만 하던 그녀의 삶에 균열이 오기 시작한 것은 아들 조를 등교시키다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교통사고에서부터였다. 남편은 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한다. 어쩌면 작은 사고라 무시할 수 있는데, ‘프랑스’는 환자와 가족을 보면서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책임지고 뒷바라지를 하면서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작은 물줄기가 흘러가면서 큰 냇물이 되듯 그녀에게 불행의 문은 점점 커진다.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이름처럼 맞닥뜨리는 고통을 지렛대 삼아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프랑스의 모습은 모든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다. 단지 그녀는 카메라 앞에 있을 뿐이고 우리는 또 다른 일 앞에 있을 뿐이다. ‘바닥을 치는 죽음을 보여주면 부활이 더 빛난다’는 ‘루’의 말은 인기를 통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미디어 세계의 한 면을 보여준다.
TV도 없어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샤를’을 산 속 휴양지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보여주기에 지친 그녀에게 ‘샤를’은 순수한 존재이며 처음으로 미디어란 매체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행동을 한다. ‘라틴어’ 교수라니! 지금 세상을 모르고 과거에서 살아가는 존재! 사실 ‘샤를’은 프랑스를 취재하기 위해 위장 잠입한 상대 언론사기자다. '자유로움을 선택한 프랑스는 자유가 아니라 더 큰 속박을 선택한 셈'이 되었다. ‘샤를’은 그녀의 일탈을 신문에 도배시키고도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다고 소리치며 스토커처럼 따라 다니니 '프랑스' 보다 더 지독하다. 미디어의 이중성과 잔혹성은 벗어나기 힘든 굴레인가..
아들과 남편의 죽음을 겪은 프랑스는 집에 찾아온 샤를을 만나준다. 샤를은 프랑스가 자신을 용서했고 자신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큰 파도를 넘어 본 사람에게는 작은 파도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된다.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면서 내면은 성장하고 품어 낼 수 있는 일의 크기가 자랐다. 어떤 일이 누구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인가는 각자가 겪은 삶의 행적에 따라 다 다르다. 어떤 것도 동일하게 평가될 수 없고 아무도 사람의 속을 다 알지 못한다.
바람을 쐬러 나간 프랑스와 그녀를 따라 나간 샤를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젊은 남자가 오토바이를 박살내며 화를 낸다. 산다는 일은 이렇게 늘 개 같을 뿐이라는 감독의 외침으로 들린다. “이상도 진보도 다 소용없는 일이다. 미래는 없다. 지금이 있을 뿐이다. 직업은 직업일 뿐이다”고 감독은 관객이 프랑스의 얼굴에서 다 읽어 내지 못했을 까봐 친절하게 프랑스를 통해 말을 한다.
<프랑스>는 미디어가 가진 진실과 허상을 앵커 ‘프랑스 드 뫼르’를 통해 보여주는 영화다. 미디어도 결국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 ‘프랑스’는 미디어 대변자다. 카메라가 잡는 그녀의 밀착된 시선과 고혹적인 모습, 잦은 눈물도 결국은 미디어를 위한 행위 중 하나인 사실적 보도와 인기를 위한 쇼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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