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심수환 전시회

무거운 빈가방 2021. 12. 12. 03:39

심수환 전시회 광안리 바다갤러리

 

심화백은 거의 10년 간격으로 개인전을 한다. 이제 3번째라 하니 경력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작가가 그림에 대해 생각하고 가지는 자부심 그리고 대하는 자세도 다른 작가 보다는 많이 달라 아트페어에는 나가지도 않는 모양이다.

자기 기준, 자기 고집은 어느 분야에도 꼭 필요한 일이겠지만 자본 시장의 영향이 가장 큰 그림시장에서는 자기 정신을 잃기 쉬울 것 같다. 욕심으로 지나치게 잦은 전시를 연다면 언제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있겠노! 그래도 30년 동안 개인전 3번은 너무 작은 것 같다.

 

 

심화백은 수채화 그림을 그린다.

유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고 덜대접 받는다 하는....

 

제법 큰갤러리에 벽에 그림이 가득이다.

일상적 풍경이 대부분이라 낮에 익은 장면들이 많다. 그래서 그림을 보면서 연상되는 것들이 우러나오는 효과가 있네...

가까이 보면 유화에 비해 질감이 약하니 화면상 입체감은 있으나 도드라지는 느낌은 약간 덜하다. 거친 붓갈도 있고 흘려 흐느적그림도 있다.

 

<숲으로 가는 길>의 경우는 제목처럼 숲길을 가다가 지나쳤는데 약간 멀리서 보니 느낌이 묘하다. 뭔가 아련한 감동이 우러나온다. 자주 보는 모습이지만 이 경우 넘어갈까 돌아갈까 하는 갈등의 지점이 되고, 저리로 가면 어떤 풍광이 나올까 하는 더 궁금해진다.

그래서 다른 것도 멀리서 본다.

<영축산>은 거친 붓 느낌의 구름이 엄청난 입체감을 만들어 내면서 하늘이 살아 움직인다. 참 묘하다

저녁에 나서는 오래된 배 한척.

모두 쉬고 있는데 이 배는 왜 나갈고? 매연도 제법 있다.

밤에 조업을 하는 건가?

다른 그림 보다 이 그림이 더 가슴에 닿는다.

늦은 저녁이지만 새벽 느낌도 나는 개늑시.. 이 시간에 움직여 보면 세상이 바뀌는 지점이라 감흥이 남다르다. 조용한 역동성!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빠져 나가는 느낌.

<잔설위로 쏟아지는 햇살>, 햇살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잔설만이 눈부시다. 바닥의 흰 파편이 위로 튀어 빛을 발하는 느낌.. 눈을 제대로 못봐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눈에 눈이 박히는 이유가.

이른 아침 채석강은 구도가 제일 옆으로 길다.

수평선의 느낌이 잔득 난다. 수평선 따라 파도는 발아래로 밀려오고 등대는 빛을 머금고 있다. 비율이 딱 맞는 것 같다. 좁아도 더 길어도 더 넓어도 저 구도에 비하면 아뭏것도 아니리..

<흐르는 것은> 가장 시적인 제목. 이리 제목을 붙인 이유가 감상적인 마음이 많이 들었을 때라서 그럴거다. 비가 창에 흐른다. 그냥 일반 창이 아닌 것 같다.

물어보니 서면에 노동자 집회 갔다가 버스타고 돌아가는데 비가 오더란다 그 창에 비친 흘러내리는 물이란다. 어떤 느낌일까? 비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뭏든 비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거나 감상적으로 만들기 마련인데 그림의 물방울은 아득한 세상으로 인도한다.

정태춘의 노래가 들리는 듯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뭍혀 흘러간다.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갑자기 <신홍직화백>의 손가락이 떠올랐다.

그림 보면서 다른 자가를 떠올리다니! 신화백은 유화를 캠버스에 잔득 발라 손가락으로 휘저어 그림을 완성한다. 그러니 뒤엉키는 유화의 깊이감이나 현란한 선들이 어지러우면서도 눈부셨다. 수채화로도 이런 거친 느낌이 들다니! 한라산은 귀티에 조금 보이는데 저 먹구름이 전체를 덮을랑가?

 

6월의 은행나무.. 참으로 굵은 나무가 담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매우 일부분만. <밀양 금시서> 나무라 한다. 참 굵고도 컸던. 노란 빛이 세상을 안을 듯 했던 나무. 봄이니 푸르름이 새록새록 돋는다. 담이 너무 작아보인다.

 

 현실과 끔이 오락가락하는 <벚꽃 아래서>, 도드라진 꽃은 지금 만개한 현실이다.. 뒤에 비치는 꽃은 물속 세상인냥 그림자인양 거울에 비친 투영된 세상이다. 같은 풍경이라도 작가의 눈이 남다름을 느끼게 한다.

<홍매화>, 오 찬란한 붉음이여 피를 토하여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몸전체가 피빛을 띄울 뿐.그림은 늘 꿈 같다. 신기루처럼 다가오는 모습들이 멀리서 가까이서 자신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저물다>, 유투브와 펫북에서 봤을 때 주소를 쳐서 근처를 검색해 봤다.

이제 사라져 갈 시장근처 여관, 날은 어두워가고 아직 노을 빛이 제법 남아있다. 저 지붕 아래에 누가 담배를 태우고 있을까? 놀라나간 아이를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까?

지나는 여행객은 이제 이런 공간에 잘안온다. 지역에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달세나 년세를 내고 머문다 여인숙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사진을 찍은 <이산하>작가도 생각난다.

 

<소나무 숲길로 가자>, 일반 소나무 그림과는 많이 다르네. 내가 곧 저 숲으로 들어가야는데 길과 나무 각질의 느낌이 엄청좋다. 마음이 벌써 두근거린다.

<기픈골에 눈내리다>는 작가가 애정을 가장 많이 가지는 작품이란다. 많은 생각과 붓의 다른 느낌도 듬뿍 넣었다는데 내가 그걸 읽을 수준은 못된다. ㅠㅠ 실물을 보면 산은 요새말로 와인색에 가깝다. 그리고 산 위로 오렌지 빛이 제법 우러나지만 억수로 밝은 것도 아니다. 산 앞 언덕배기를 더 밝게 처리하다 보니 앞으로 도드라지고 덕분에 산은 뒤에서 듬직한 어른인양 언덕도 품고 관람자도 품는다.

<바라보다>, 깡깡이 마을이란다. 창살에서 밖을 보는데 마치 교도소 같기도 하다.

안에는 노동자의 낙서가 벽으로 남아있고 배들이 창살 밖에 머문다. 새로 고친 배들이 정박해 있는건지, 원래 다니고 있는 배인지, 안에 있는 사람은 저 배에 관심을 가졌을까?

 

누군가 불쑥 나타나 아나 이거라도 먹어라하며 뭔가 건네줄 것 같다..

내게 최고는 <비오는 날 자갈치>. 오 물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붓솜씨 보시라.

옛날 우리 동네 길 걸을 때 느낌 그대로 아닌가. 여기도 곧 사라질 곳 그리고 사라질 풍광.

우산 쓰고 걷는 사람은 나다. 그 옛날 지금 보다 젊었을 때 저 거리를 나도 걸었지.. 좀 씋쓸하지만 길은 차량 불빛으로 반사되어 눈부시고 난 그 빛을 밟으며 걷는다. 금방 사라지지만.. 

그림을 본다는 것은 늘 설레는 행위다. 여기다 반가운 사람 만나 같이 보고 이야기 나누면 더 금상첨화지. 근래 종종 보는 이대표와도 이야길 나눴다. 근데 멀리 상주에서 <조영옥화백>의 방문은 더 반갑다. '윤지형'선생도 함께왔으니 저녁을 먹고 이야길 나눈다. 조영옥누님은 이번 일욜 부터 전시란다. 멀리 '왜관'에서인데 가기는 너무 멀다. ㅠ 김장 담기 등등으로 바쁜 일정도 있다.

 

*** 아뭏든 심화백 전시회엔 엄청 많은 그림이 있다. 좋은 것들이 한둘 아니다. 일찍 가봐야 했으나 내 수업 때문에 겨우 목요일 갔고, 조누님과 하루 보내고 그 다음 김장 준비로 허덕이다 보니 이제사 글 올린다. 지금은 전시장을 다 정리하고 그림도 화실로 가져갔겠네.  "전시를 축하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