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팬스 : 미래가 없고, 과거와 현재만 있는 곳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무거운 빈가방
2022. 3. 21. 00:40
스팬스 : 미래가 없고, 과거와 현재만 있는 곳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스팬스’는 다이아나 황태자비가 결혼하기 전 ‘성’이다
영화는 ‘스팬스’의 1인칭 중심이다.
영국왕실은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별장에서 전날, 당일, 다음날 등 3일 이상을 별장에 머무는 모양이다.
영화 시작에 ‘실제 기반으로 꾸며낸 이야기‘라 나온다. 정황만 있지 정확한 실화는 아니지만 ’영국왕실에서 외롭게 고통받는 스팬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린 영화를 보는 내내 그 고통의 일부를 감내해야 한다.
왕실에 결혼하면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호강에 받쳐 요강 깨는 소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다이애나’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참 많았던 모양이다.
결혼을 하여 아이 둘을 낳았고 이제 초딩 정도 인데, 아이는 엄마의 아픔을 제법 이해하는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화면은 어둡다. 화려한 옷색깔과 매우 대비된다. >
앉을 위치, 어제 어디서 입을 옷, 정확한 시간, 전통적으로 내려왔다는 좀 웃기는 몸무게 재기, 일거수 일투족의 감시
영화는 이런 속에서 ‘스팬서’의 행보를 보여준다.
우린 그가 파파라치를 피해 달리다 죽은 것을 알고 있다.
‘다이애나’는 결혼 순간부터 ‘파파라치’의 최고 손님이었고 한 장 사진이 비싸게 팔린 모양이다. 당시 최고의 인기녀였으니. 그래서 그 깊숙한 별장에서 조차도 창문을 못열게 한다. 그는 별장 속에 갖혔다.
음식이 입맛에 맞질 않다. 거식증인가? 먹으면 토한다. 실제 안맞아선지, 일부러 그러는 진 모르겠다. 여기선 오직 옷 담당인 ‘매기’만 마음이 통한다.
시작에 바이얼린 소리가 귀를 좀 가른다. 트럼펫 등등과 화음을 이루지만 엔딩 가까이 가서야 밝은 음이지 거의 영화를 관통하는 음이다. 그래서 음악만으로도 가슴이 움찔거리고 꼭 스릴러를 대하는 것 같다.
왕실의 화려한 옷과 높은 천장 장신구... 구경도 못해 본 세상이 펼쳐져 있는데 즐겁지 않다. 엘자베스 여왕, 남편 찰스 황태자, 모든 감시를 책임진 ‘그레고리 소령’ 약간의 대사와 표정으로 ‘다이애나’를 짓누른다.
그래, 이 영화는 왜 ‘다이애나’가 이혼 하여 ‘스팬스’로 돌아가는지 그 과정을 단 며칠만으로 보여준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힘듬과 감내 하기 어려운 슬픔을 잘표현한다. ‘발연기’라 비난 받았을 때 <퍼스널 쇼퍼>(2017, 올리비에 아스야스)에서 연기가 괜찮아 기대가 되었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 올리비에 아사야스)에서도 좋아서 계속 기대, 근데 기대한 두영화는 내 기억엔 <퍼스널쇼퍼>를 먼저 본 것 같은데 기록상 연대는 뒤로 되어있네. 점점 과거의 기억은 앞뒤가 어긋나 버리는 모양이다. <퍼스널쇼퍼>는 국도에서,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는데....
그는 왕실의 압박 속에서 결국 이혼했고, 이 후 죽음을 맞이한다. 명복을 빈다.
위 사진은 이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허수아비 사진이 없어 좀 안타깝다. 어릴 때 스팬서 집에 있던 허수아비는 아버지 옷을 입고 있다. 다이애나는 그것을 가져와서 자기 걸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노란 옷을 나중 허수아비에게 입힌다. 다이애나는 왕실에서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인 존재처럼 느껴진다. 오래된 허수아비와 화려한 옷은 전통으로 찌그러진 세상이 화려함으로 치장한 것같다.
1. 강가에서 아이 둘은 의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이애나’는 강을 바라 본다. 그 때 갑자기 생뚱 맞은 생각. ’저 장면 사진 한 장 찍었으면 돈 벌겠다.’ 참 미친 생각이다. 인간의 욕심이란... 쯧쯧...
2. ‘매기’가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 한다. 그렇겠지. 사람과의 관계도 상대적 아니겠나. 자유분방하게 자랐을 것 같은 다이애나가 견디기 어려웠겠다.
3. 사람마다 자기 위치에서 한마디씩은 한다. 작은 포스터에도 나와있다. 그럴거다. 다들 먹고 살려면 각자의 위치를 지켜야 하니. ‘귀를 다 닿고 오직 음식에만 집중한다’라는 세프의 말도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