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과 사랑 사이 - 이민자 수용소에서의 통곡과 갈등 부산국제영화제
10-10-10 모정과 사랑 사이 - 이민자 수용소에서의 통곡과 갈등 부산국제영화제
(2010) Between Two Fires
시작과 동시에 들리는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힌다. 이 영화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란 암시가 영화내내 음악으로 나타나기에 긴장을 잠시도 늦출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눈속의 밝은 장면에서도.
자신의 모국을 버리고 다른나라로 가려는 이민자나 밀입국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은 '절실' 그 자체일 것이다.
모정과 사랑사이가 이 '절실'의 영화이다.
그러나 이 절실한 마음의 현실에선 사랑도 하나의 환상처럼 보여진다. 실지로 그렇다.
자신의 어린 딸을 팔아넘기려는 무정한 새남편, 어린 딸도 상품화 하려는 주변의 모습들. 어떤 남자이든 돈을 버는 남자와 같이 살아야만 하는 돈을 적게 버는 여성의 무기력함. 이것이 시작의 내용이고 영화에서 비춰주는 폴란드 하층민의 모습이다.
딸을 위해 스웨덴으로 입국하려는 여인과 딸의 마음은 너무 절실하다.
물론 이 모녀 뿐만 아니다. 명예살인을 피해 달아난 요르단 여성, 아내를 잃은 알제리 남성. 교수 출신의 노인, 아립인과 아프리카인, 한국 중국인 등 수용소는 인종 집합소이며 이들을 지켜 보고 안내하는 관리인들은 표정하나 없는 서류와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과연 스웨덴에 살만한 사람인지 면접과 서류를 통해 판단되어지고 운명이 결정난다. 대체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울부짖음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통과하여 새나라에 안주하는 것은 10%도 안될 것이다.
모녀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스웨덴 국적을 취득할 수 잇다는 희망을 가지고 많은 준비를 한다. 수용소에서 새로이 찾아온 사랑은 행복함에 푹 빠지게 만들어주고, 우정 또한 짙고도 깊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끼리의 도움은 몸을 데워주나 순간순간 의심이 일어나고 조금만 각도가 비뚤어져도 원망하며 다신 보지 않으려 달라든다. 세상사의 모습이지만 여기선 아차하면 과거의 수렁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없는 칼날 위에서의 삶이기에 더욱 긴박하다.
딸의 입학이 허락되고 시내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자 드뎌 시민권을 얻겠구나하는 희망을 가지지만 절친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추방명령을 받게되고 이 모녀에게도 복귀명령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모녀가 선택할 길은?
내용에 대한 것은 요까지로 정리하겠다. 영화의 최고 압권은 끝장면인 듯하다. 침대에 앉아있는 남자와 옆으로 누운 여자의 표정, 하나는 즐겁고 부끄럽고 행복한 표정이지만 하나는 무표정하며 뭔가 포기한 듯한 멍암을 간직한 누드. 영화 전체를 이 그림하나로 설명이 다 되어질 듯 하다.
이번 영화제에서 손까락 꼽을수 있는 영화 중 하나다. 다큐를 중심으로 다뤘다는 우카시악 감독의 첫장편이라는데 첫 작품치고는 끌어가는 힘도 시나리오도 카메라도 대단하다.
1. 다른 나라의 국적을 얻기 위한 내용은 최근 '사막의 꽃'과 '로나의 침묵' 밀입국을 시도하는 '웰컴' 등의 영화가 있다.
사막의 꽃은 주인공이 오히려 영국남자에게 정략결혼이니 같이 잘 수없다고 당당히 말하고 시민권이 나오자 반지를 빼서 줘버리고 자신의 길을 간다.
로나의 침묵은 결혼을 통해 시민권을 얻고 폭력 등을 핑게로 이혼을 하고 밀입국하려는 남자와 결혼하여 돈을 받고 하는 이민사회에서의 돈벌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물론 이것이 영화의 주제가 아니다.로나의 침묵도 대단한 영화이다.)
2. 수용소에서의 출연진들 대부분은 그 수용소 사람을 배우로 했다 한다. 그들의 표정은 배우의 연기 보다 훨씬 실감난다.그들 자체가 이 영화의 실제 모습이니까.
3. 마르타(여주인공)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너무 착하다. 못된 놈도 제법 많을 듯 한데 오직 스웨덴에서 삶을 이었으면 하는 같은 바람을 가진 사람이라서 그런지 사람간의 갈등은 덜하다. 그들을 억압하는 것은 제도이다.
4. 전세계 피난민 캠프에 아랍인이 약 70%를 점한다 한다. 이라크 전쟁과도 관계가 많으리라.
5. 이 영화는 스웨덴에 관련된 영화가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에 해당되는 영화이다. 세계에서 난민을 받는데 가장 인색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으로 알고 았다. 이유 불문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섬나라'다.
6. 관리들의 딱딱한 모습은 어떤 사람에게든 정을 줘서는 안되는 직업상의 문제로 보아진다. 그래도 스웨덴은 망명자들에 대해 너그러운 편으로 보인다. 다소 억압적이거나 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약한 것도 있지만 모녀를 시내에서 살게 하는 등 정착 문제가 결정되기 전 까지는 비교적 자유로움을 많이 주는 듯하다.
7. 번역이 맞는지 모르겠다. 제목의 Two Fires에서 Fires의 의미가 사랑과 모정인지? 영화에서 사랑은 그야말로 잠시다. 두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그럴 정신적 지역적 여유가 없다. 애인의 권고도 있지만 받아들일 처지가 아니니 두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 같은 구도는 절대 나올 수 없다. 오히려 '현실과 사랑사이'라는 제목이 실지로는 더 어울릴 지 모르겠다. 사랑 보다 정착을 택해야 하는 모녀의 처지이니.그리고 이 정착도 꼭 딸만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단지 딸 때문에 쉽게 포기 못한다는 것이지 본인의 강력한 희망도 함께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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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폴란드, 스웨덴 | 130 분
감독 아그니에슈카 우카시악
출연 마그달레나 포플라브스카 (마르타 역), 시몬 카시아니데스 (알리 역), 카밀라 노비츠 (안나 역), 레일라 하지 (아니사 역), 프레드릭 올슨 (벵트 역)
줄거리
아동밀매를 피해 도망쳐 나온 젊은 여자와 그녀의 딸이 스웨덴 북쪽 피난민캠프에 도착한다. 짐승 같은 세상 속에서 그녀는 손쉬운 먹이가 될 뿐이다. 그녀는 곧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은 그녀의 인생을 악몽으로 바꾸어놓는다.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