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숨어버린 주민증들
무거운 빈가방
2022. 8. 22. 00:07
주민증 이야기 2022.08. 21
내게 아주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있었다. 아는 이와 투자를 하여 건물을 하나 지었는데 그게 나를 매우 힘들게 했다. 수차례 팔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런 와중에 작년에 엄청난 세금 폭탄을 맞으면서 기진맥진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트가 고장났다. 책임 공방으로 입주자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더 골치가 아파진다.
도움 받을 곳에 문의 하는 과정에서 한번 팔아 보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런데 며칠 뒤 전화가 와서 살사람 있다고 만나잔다.
이 힘든 시기에 기적이 일어난 거다.
3주만에 계약이 이뤄지고 물건을 넘기게 되었다.
주주가 여러명이라 다섯명의 신분증을 내가 가지고 갔다.
일 마무리 하자마자 휴가를 가야하기에 조금 바쁘다.
도장 찍고 아주아주 기분 좋게 휴가를 떠난다.
참 달콤한... 매우 간만에 느껴보는 시간들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이일저일 처리하고 유유자적..
동업자가 신분증을 찾으러 온다한다.
아뿔사! 신분증을 어디 뒀는지 기억이 전혀 안난다.
가방을 뒤지고 차를 뒤지고.. 지나온 곳들에 전화를 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기 시작한다.
마눌님께도 물건을 다 뒤져바라한다. 여러번 했으나 없다한다.
나는 0%에 도전하는 기분으로 스무번 이상 같은 곳을 뒤진다.
책꽂이도 다시 정리한다.
혹 갔다 와서 책꽂이에 뒀을까 싶어서다.
혹시나 싶어서 마눌님가방을 다시 뒤적거린다.
애꿎은 차 트렁크. 6번 정도 다시 뒤진다.
신분증 넣어두는 가방은 20번 털치기 당한다.
목요일부터 시작하여 일요일 아침까지...
몇 달이 지난 기분이다.
동업자에겐 분실신고하라 한다.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려워서다.
서울에 아들놈에게 전화하여 찾아보라 한다. 아들놈도 같은 장소, 혹시나 싶은 곳을 대여섯번 뒺졌다 하낟. 참 미안타.
서류 하나 잘못되어 월요일 우리동네 뒷골목 다방에서 도장 찍은 것 있는데 그 다방에도 전화한다. 전화 받자마자 없다 한다. 의심이 간다. 카페 일을 어이 그리 모든 것을 다알아서 받자마자 없다카노!
찾아간다. 가서 물어보자마자 또 바로 없다한다. 뭔가 찝찝하다.
봉투에 넣었다가 쓰레기 버리면서 같이 버렸나?
온 의심이 다 가지만 찾을 길 없다.
나도 신고하러 가야한다. 혹시나 싶어서.
아들도 연류되어 신고하라한다.
그러다가 잠시 멈춘다.
기분에 어느 날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내 머리를 두드리며 까마득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정말 어마무시하게 원망한다. 모든 신경이 신분증에 가 있다.
일욜 해운대 쪽에 전시회 몇 개 가볍게 보려고 챙긴다.
물하고 수박 잘라둔 것 하고 산만디서 온 옥수수 두 개 삶는다.
나가려는데 갑자기 마눌님이 “있다!” 소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