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깨면 집에가자 - 알콜중독에 대한 인간적 해학
술이 깨면 집에가자 (2010)
酔いがさめたら、うちに帰ろう。 Wandering Home
참 별난 제목이다.
일본 예술인들은 못만드는 작품이 없다. 피구를 소재로한 만화 까지 그려서 히트를 치는 장인들이니...
알콜중독자의 치유과정을 영화에 담았지만 그 보다는 그런 과정 속의 희망과 코믹에 초점을 둔다.
이들은 병자가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병이 난 것 뿐이다는 식으로.
대사는 그리 진중하지 않고 배우들의 모습도 그렇다.
그런데 이들의 사는 방식이 눈에 들어오고 웃음이 나오는 것은 작은 것에서 일상을 찾고 즐거움을 찾는 감독의 눈 때문인 것 같다.
'해피브레드'의 지나친 포장에 실망했지만 '집에가자'에선 소박함에 다시 눈이 뜨인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들의 방식은 우리가 삶에서 가슴 아프지만 저리 의연하면 참 좋겠구나 싶을 정도다.
내 주변의 초꾼님들, 밤새도록 마셔도 마르지 않는다.
이님들은 그냥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기 위한 수단이 술인 듯 하시니 더욱 더 많이 마신다.
그러기에 힘들어도 훌륭한 몸을 유지한다.
난 조금만 있으면 그냥 잔다. 술을 가장 덜먹은 내가. 그러기에 몸을 유지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폭음은 몸을 망가뜨리게 되겠지.
음주라는 것도 대화력의 차이에 따라 중독이 되기도하지만 인생의 즐거움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리하면 알콜중독(영화에선 알콜의존증이라 표현)은 생기지 않을 듯 하지만 영화에서 처럼 술깨면 집에가야하는 사람은 참으로 치명적이리.
그래서 삶에는 넓은 가슴과 대화력이 필요하나 보다. 술력이 좀 더 있으면 더욱 좋고, 특히 한국에서는.
난 그냥 꽝이다.
그래도 술 깨지 않아도 행패는 직이지 않으니 술취해 집에 가도 된다.
썩 그리 재밌는 영화는 아니지만 독특하고 잔잔한 생활의 한이면.
요약정보 드라마 | 일본 | 118 분 | 개봉 2012-07-12 |
감독 히가시 요이치
출연 아사노 타다노부 (츠카하라 역), 나가사쿠 히로미 (유키 역), 이치카와 미카코 (아사미 역), 리즈 고, 타카다 쇼코
줄거리
사고뭉치 아빠는 오늘도 음주마라톤?!
다음 주에는 술에 취하지 않은 모습으로 가족을 만나리라. 꼭....
이라고 백만 번 결심하지만 만취한 채 길바닥에 쓰러져 있기 일쑤인 사고뭉치 아빠 츠카하라(아사노 타다노부). 술 때문에 아내 유키(나가사쿠 히로미)에게도 버림받은 그는 이제 알코올 의존증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귀소본능에 몸부림치며 자진해서 알코올 병동에 입원한다! 소란스럽고 정신 없는 병동 사람들과의 생활에도 점차 익숙해지고 하나 둘씩 친구도 생기면서 하루하루 상태가 호전되어 집으로 돌아갈 날이 코앞에 다가온 어느 날, 그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과연, 츠카하라는 지긋지긋한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7월, 한잔에 훅~ 가는 코믹 가족드라마가 온다!
태그라인 딱 한 잔만 더하고!
제작노트
전쟁 사진 작가였던 츠카무라는 캄보디아에 다녀온 후 그 후유증으로 알코올에 의지하게 된다. 아내와 이혼한 후에도 술을 끊지 못하던 그는 몇 번이나 객혈을 하고 쓰러지고 난 뒤에야 헤어진 아내의 권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다. 카모시타 유다카의 동명의 자전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2007년 위암으로 사망한 작가는 유명 만화가 니시하라 리히코의 남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일본판 존 레논과 오노 요코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의 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술에 의존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아내, 아이들, 그리고 남자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그려진다. 힘든 금욕 생활을 이어가는 치료 병동의 일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츠카무라의 망상마저도 영화는 웃음의 장치로 전환시킨다. 경쾌함을 유지하는 영화의 톤은 희망을 잃지 않는 가족들과 영화의 숨은 화자인 아내 소노다 유키의 삶의 자세를 반영한다. 그 속에 삶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 미디어에 대한 우회적 비판, 전쟁 사진작가의 비애 등이 쓸쓸하게 묻어 있다. 작은 몸짓과 표정의 변화만으로도 벼랑 끝에 몰린 알코올 중독자를 탁월하게 표현해 낸 아사노 타다노부의 섬세한 연기와 슬픔과 기쁨 사이의 미묘한 감정까지 담아낸 나가사쿠 히로미의 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 (2011년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 배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