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뮤지엄 아워스 - 그림을 보듯 영화를 보다, 도시의 풍경도 그림처럼.

무거운 빈가방 2014. 2. 3. 01:42

 

뮤지엄 아워스 (2012) Museum Hours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3216&videoId=43047&t__nil_VideoList=thumbnail

 

 

http://www.youtube.com/watch?v=vMVRKXm5izM 

 

 

http://www.youtube.com/watch?v=dzMAmRVR9bI

 

 

그림을 본다.

 

가끔씩은 해설도 듣는다.

 

도시도 안개에 젖은 뿌옇게 흐리고 다리 아래로 달리는 전철, 비속에 추접한 차들

 

그리고 병원. 희망을 잃은 사람과 잃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들

 

이 속에서 건진 가장 큰 모습은 브뤼겔이다.

 

음악도 그림도 잘모르니 허구한날 영화 속에 빠져 있어도 세상을 바라 보는 초딩처럼 지내는데

 

브뤼겔의 그림은 정말 눈이 번쩍뜨드인다.

 

이게 영화의 매력인듯.

 

아무 것도 모르는 세상이지먄 영화 하나로 아는 듯 가까이 다가서는 것들이 그리 많진 않을 듯 하다.

 

17세기 말 사람 정도로 봤는데 16세기 사람임에 매우 놀랐다.

 

그 시대에 농민을 그리고 풍경을 그리고(동양화는 풍경이 중심이지만 서양은 풍경화가 없었다 한다.)

 

지배와 피지배, 계급의 차이. 당시의 풍습들을 세세히 그린 이 세심함이여!

 

풍속연구자들이 브뤼겔의 그림을 보고 연구한다 하니 그 세밀함이 어느정도 일지 상상할 수 있다.

 

납을 이용한 흰 눈을 표현했다는 것도 획기적이었을 것이다.

 

이것도 알게 된 것이 현대에 방사선을 쬐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라니 더욱 놀랍다.

 

자신이 죽으면서 가족에게 피해가 있을 까봐 그림을 태워라 했다니!

 

그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매우 불안한 모양이다.

 

지금의 삶과 조금도 다름없는 이 쓸쓸함이 그림에 다 베여있다. 벌써 몇백년이 지났는데도 변하지 않은 이 반도의 반쪼가리여!

 

박물관을 지키는 사람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약간은 왼쪽에 앉은 남자를 비춘다. 그 앞에는 선이 그으져 있다.

 

현실과 예술과의 경계처럼......

 

머나먼 도시에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비둘기에게 길 안내를 하는 친절함.

 

이 뮤지엄은 과거와 미래와 현실이 있고 사랑과 외로움이 함께 어울지며 흐릿한  도시를  그림과 대비되듯 보여준다.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

 

 

 

 

요약정보 드라마 | 오스트리아, 미국 | 106 분 | 개봉 2014-01-23 | 15세이상관람가 홈페이지국내 twitter.com/museumhours 제작/배급(주)영화사 조제(수입)

 

감독 젬 코헨

출연 메리 마가렛 오하라 (안네 역), 보비 조머 (요한 역), 엘라 피플리츠

 

 

줄거리

 

낯선 도시의 두 남녀, 뮤지엄에서 만나다

 

사촌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난생처음 빈에 오게된 앤은 낯선 도시에서 방황한다. 우연히 찾아간 오래된 박물관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미술사박물관이었는데, 그곳에서 안내원 요한에게 길을 물어보다 친해지게 되고,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게 된다. 정년 퇴직 후, 온라인 게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던 요한은, 앤을 도와주게 된다. 박물관에 앤을 데려와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고,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환자에게 박물관의 그림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는 앤을 위해, 돈이 들지 않는 빈의 곳곳을 함께 다니며 외로운 그들의 일상을 채워나가는데..

 

제작노트[ About Movie ]

 

브뤼겔, 렘브란트, 세기의 걸작들과 함께

영화로 뮤지엄을 체험하다!!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에서 일하는 박물관 경비원 요한과 혼수상태에 빠진 사촌 때문에 난생처음 빈에 오게 된 캐나다 여성 앤이 우연히 만나, 함께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뮤지엄 아워스>는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뮤지엄의 걸작들과 함께, 시간에 묻혀 외로운 오늘을 살아가는 중년 남녀의 평범한 일상들이 교차되어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두 남녀의 애틋함과 함께 그들의 만남은 각자의 인생과 도시의 역사, 그리고 예술작품이 일상과 현실을 반영하고 형상화하는 과정을 환기시키며, 예술과 인생의 신비로운 교차와 반영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풍경의 중심에 놓인 뮤지엄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예술작품의 의미에 대해 시간을 초월한 논쟁이 벌어지는 수수께끼로 가득 찬 공간이며, 그곳에서 정년퇴직 후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경비원과 갈 곳 없는 낯선 방문객은 예술과 인생, 청춘과 죽음에 대해 현실적인 논쟁과 대화들을 진행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미술사박물관의 가장 유명한 전시실로 꼽히는 피터 브뤼겔의 그림들이 감동적인 해설과 함께 영상으로 펼쳐지고, 영화를 보는 동안 브뤼겔, 렘브란트, 벨라스케즈를 비롯하여 마치 빈 미술사 박물관의 전시된 그림들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미술사박물관을 비롯하여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빈의 곳곳을 누비는 장면들은 깊은 내면의 삶을 담아낸 고요한 세계로서 빈의 풍경을 담아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거장과 명작들뿐만 아니라 매 순간 평범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매료되게 하고, 주인공들의 일상과 이야기에 공감하게 하는 <뮤지엄 아워스>는 마치 브뤼겔의 그림처럼 우리가 중심으로 놓고 보지 않았던 주변과 일상을 충만함으로 채우고 예술로 승화시킨다. 시대를 초월하여 이름을 남기는 존재들과 하나의 생을 다하면 사라져버리는 무명의 존재들 사이의 긴장감을 우아한 소나타처럼 리드미컬하게 그려내는 영화 <뮤지엄 아워스>는 1월 극장가에 찾아와 고요하고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자, 중요한 모티브인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Wien)은 독일의 건축가 G.젬퍼의 설계로 1891년 개관하였다. 이집트 조각, 그리스 공예품, 르네상스와 바로크 회화작품 외에도 옛 왕궁의 보물, 무기, 화폐를 비롯하여 16세기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와 17세기 중엽 레오폴트 빌헬름이 수집한 소장품을 시작으로 세계 미술사 전반에 걸친 진귀한 작품들이 있으며, 특히 그림으로는 브뤼겔,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베르메르, 루벤스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또 다른 주인공, 브뤼겔

이름 없이 사라지는 존재들에게 바치는 헌사

 

브뤼겔의 그림처럼 주변과 일상을 충만함으로 채우고 예술로 승화시킨 <뮤지엄 아워스>는 시대를 초월하여 이름을 남기는 존재들과 하나의 생을 다하면 사라져버리는 이름없는 존재들간의 공존과 긴장감을 조화롭게 그려낸다. 그런 의미에서 농민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데 주력하고, 종교적인 주제를 제목으로 보여주면서도, 그 중심 주제를 외면하고 있거나, 별로 상관하지 않는 익명의 일반인들의 모습을 함께 그려내 현대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브뤼겔은 이 영화의 시작이자, 또 다른 주인공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피터 브뤼겔 (1525?~1569)은 16세기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방의 화가이다. 그는 장르화, 다시 말해 풍속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브뤼겔은 남부 네덜란드 지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 후원으로 지은 교회나 왕궁의 장식을 위한 작품을 제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 박식한 인물인지라 당대 인문학자들과도 교류가 활발했고 전형적인 북유럽 화가의 모습을 고수했다. 그는 교회를 위해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종교화를 몇 점 남기긴 했지만 그것도 얼핏 보면 종교화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한 편의 장르화 같은 느낌을 준다. 또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농민의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가 주로 플랑드르 지방의 농민들의 삶을 화폭에 담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브뤼겔의 1568년 작 “농민의 결혼잔치”는 그의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당시에는 성인, 귀족 그리고 시민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그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먹는다는 것은 인간 존재가 소화기관, 즉 자연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고 이는 인간을 이상화하여 신의 형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당대의 예술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뤼겔은 인간을 육체를 가진 존재로서 바라보았고 인간의 욕구를 표현하였다.

 

또한 브뤼겔은 그의 작품에서 개별인물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을 가리곤 했고 제목으로 언급된 성서의 인물을 표현할 때도 한쪽으로 몰아두거나 비슷한 크기의 군중들 사이에 감추어 두었다. 그의 전 작품 속에서는 평범한 시골 하층민을 나타내는 익명의 인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그의 대표적인 그림이 바로 “이카루스의 추락”이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추락하는 이카루스에 중심을 두었다면 브뤼겔은 이미 바다에 빠져 다리만 간신히 보이는 이카루스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추락하는 이카루스와는 상관없이 묵묵히 일하고 있는 농민들의 일상과 풍경에 집중하였다.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은 브뤼겔을 진보된 관점의 작가이자 중세와 근대를 잇는 연결고리로 만들었으며, 이 점은 영화 속에서 미술 해설사 게르다 파흐너의 대사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뮤지엄 아워스>라는 영화가 제작되어지기까지 그 시작점엔 브뤼겔의 “성 바울의 개종”이라는 그림이 존재한다.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이 그림을 보게 된 젬 코헨 감독은 중심주제보다 주변부에 더 시선을 잡아두는 그의 그림에 매료되었고 불멸의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평범한 인간의 일상을 조화롭게 다룰 수 있는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낯선 도시의 두 남녀, 친구가 되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원스>까지

 

난생 처음 낯선 도시에 오게 된 중년의 여인, 그리고 그 도시에서 오래도록 살았지만 은퇴 후 온라인 게임으로만 시간을 보내며 집에서 홀로 지내온 박물관 경비원 남자. 서로 다른 두 도시에서 살아온 두 사람은 우연히 뮤지엄에서 만나게 되고, 뮤지엄과는 별 상관없이 살아온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친밀감을 느끼고, 예술작품들을 함께 감상하면서 자신만의 생각들을 나누게 된다. 두 사람은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예술작품들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도 묘하게 이어지는데, 낯선 도시에서 뮤지엄과 음악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원스>의 두 남녀주인공을 떠오르게 한다. 젊은 시절 밴드 매니저, 콘서트 프로모터로 정신없이 일해왔던 남자 주인공 요한과, 혼수상태에 빠진 사촌의 소식을 듣고 빈에 오게 될 때도 친구에게 돈을 빌려야 할 만큼 곤궁한 처지에 딱히 이렇다 할 직업도 갖지 않은 여주인공 앤은 세월과 풍파를 겪어가며 쌓여간 다정함과 배려로 서로에게 다가가게 되고, 외로운 그들의 일상을 함께 채워나가게 된다. 이제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두 사람이 헤비메탈에 대한 격렬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아직 가시지 않은 그들의 열정의 온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그들이 함께 하게 되는 도시는 바로 <비포 미드나잇>,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의 시작이 되는 그곳, 오스트리아의 빈이다. 부다페스트에서 파리의 집으로 돌아가는 셀린느와 미국인 청년 제시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충동적으로 내려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 <비포 선라이즈>의 도시가 바로 빈이었던 것이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단 하룻밤의 동행에서 두 사람은 빈의 곳곳을 누비며 서로가 가진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젊은이다운 열정과 순수함으로 풋풋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들과 달리 이제 청춘의 열정은 사라진 <뮤지엄 아워스>의 주인공들은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고, 안타까운 현실에 처한 서로에게 도움과 위로가 되어주려 한다.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질 존재들, 이미 시간 속에 잊혀져 가고 있는 그들의 외로운 일상이 작품처럼 펼쳐지는 순간, 겨울을 맞이한 빈의 고요한 풍경과 함께 관객들은 아련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 Director's comment ]

 

영화 <뮤지엄 아워스>는 빈 미술사 박물관의 브뤼겔 전시실에서 시작되었다. 16세기의 그림들을 보면서, 중심 주제는 물론이고 주요 대상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분명히 나타내려는 바가 있었고, 묘하게 현대적이었으며(심지어 급진적이었고), 적어도 나에겐 깊은 울림을 주었다. 표면적으로는 성 바울의 개종을 그린 한 작품에서는 나무 밑에 서 있는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그 아이에게 매료되고 말았다. 사실 종교적인 주제와는 전혀 무관한 주변적인 대상이었지만, 성 바울만큼이나 그 아이에게 눈길이 갔다. 그 아이는 화폭 안의 다른 것들만큼이나 중요했다.

 

이렇게 시작된 생각들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서 몇 년간 길거리 촬영을 하면서 또 다시 터득하게 되었다. 전경과 후경이라는 것이 있다면, 거리에서는 이것들이 수시로 자리를 바꾼다. 어떤 것이든 도드라지거나 돌연 사라질 수 있다. 빛이나 건물의 윤곽, 다투는 커플, 폭풍우, 기침 소리, 참새들...

삶에서는 이 모든 요소들이 서로 이어지고 뒤섞였다가 다시 분리되곤 한다. 하지만 영화는 훨씬 더 협소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느낄지 알려주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방법은 뭘까? 어떻게 하면 관객으로 하여금 자기 고유의 연결성을 만들게 하고 한 치 앞을 모르게 생경하게 만들어서, 심지어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지?’란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작은 디테일과 큰 관념에 똑같이 집중하고, 다큐멘터리의 직접적이고 개방적인 특성과 가공의 이야기와 인물을 섞을 수는 없을까? 이런 것들이 박물관을 바탕으로 내가 다루고 싶은 질문들이었다.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림(그리고 조각과 책, 음악)에서도 영감을 얻어 왔는데, 이번 영화는 이 모든 것들의 종합편이자 일종의 정점일 것이다.

 

몇 년이 지나고, 제한된 재원으로 소규모이지만 열린 마음의 스탭들과 박물관이 있는 도시로 가서 단순한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관찰하며 깊이 사색하는 인물로는 박물관 경비원이 가장 적합할 것 같았다. 특이한 직업을 이해하는 차분한 목소리의 비전문 배우를 염두에 뒀고, 바비 소머가 적격이었다. 메리 마가렛 오하라는 25년 전, 그녀의 공연을 본 이래로 함께 하고 싶었던 배우였다. 그녀는 고상하면서도 유쾌하고 규격에 얽매이지 않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처음 와보는 도시에 놓이면 그 안을 움직이며 색다른 관점으로 도시를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박물관에서 발견한 중요한 것이 또 있었다.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전시품과 관람객이 서로 자리를 바꿔 관람객들이 예술품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한 전이는 다른 역사 속으로 이동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는데, 우리가 보는 작품은 400년에서 많게는 3000년 전의 것이고, 그걸 보는 행위를 통해 작품과 관람객 상호간에 반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게 박물관이 품고 있는 매력이자 내재된 에로티시즘이고, 어찌 보면 현실과 무관한 듯한 박물관에 대한 관점을 상쇄시켜 주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어떤 시대의 예술품도 지금 현재 우리의 상황에 따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빈의 낡고 거대한 박물관을 거리와 일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벽은 두껍지만, 이 영화가 그것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Production Note ]

 

소수 정예 인원으로7명의 스탭들이 영화제작에 함께 했다. 촬영은 다큐멘터리를 만든 경험이 있고 하이 스피드 프라임 렌즈에 능통한 촬영감독 피터 뢰슬러가 참여했다. 브루노 피세크는 믹싱과 붐 오퍼레이터를 담당했다. 조명 감독이나 스크립터, 로케이션 매니저를 따로 두지 않았다. ‘Empires of Tin’의 비엔날레 커미션 때부터 젬 코헨 감독을 도왔던 메인 프로듀서이자 프로덕션 매니저인 파올로 칼라미타와 함께 했다. 파올로는 <뮤지엄 아워스>의 구상에서부터 엘라 핍릿츠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통역과 사소한 부분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젬 코헨 감독의 전작 〈Chain>(2004)에서도 작업했던 가이 피씨오토는 1차 편집본의 관객이자 홍보 담당자가 되어주었다. 일정과 재정적 사정으로 떠나기 전까지 마크 바이브는 감독과 함께 편집을 하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마크 바이브가 떠난 이후로는 일 년간 감독이 집에서 홀로 편집을 해나갔다.

 

이 영화는 자연광과 이미 존재하는 불빛만 사용했다. 야외는 슈퍼 16mm로, 실내는 레드 카메라와 컨슈머 기종 DSLR을 써서 디지털로 촬영했다. 미술 감독이나 디자이너 역시 없었다. 도시의 전망은 익숙한 현지인과 완벽한 이방인의 관점 모두의 것이다. 촬영지는 보통 감독이 직접 빈의 곳곳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발견했고 가끔 박물관의 예술품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감독이 우연히 기차를 타고 요셉슈타트 역에서 내려서, 추위를 피하려고 우연히 한 술집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술집 주인은 친절하게 모국에서 온 감자와 치즈, 올리브와 술을 대접해줬다. 벽은 수없이 많은 인물 사진들로 덮여 있었는데, 마치 또 다른 박물관처럼 보였다. 그리고 추후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기 전 감독은 일주일 동안 와인드 업 16mm 볼렉스로 거리를 찍었다. 그때 포착한 이미지들은 나중에 영화의 인물들이 보거나 지나치고 기억하는 것들이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모르는 언어로 말하는 한 남자를 거리 구석에서 찾았는데, 그는 자신을 찍게 해줬다. 그리고 빈 미술사 박물관의 1442년 프랑스 궁중광대 초상화에서 그와 닮은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느리지만 달콤한 박물관 산책 [뮤지엄 아워스]

리뷰 | 씨네21 | 2014.01.22 09:16:06

 

빈미술사박물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요한(바비 조머)은 자신의 직업을 적당히 즐기는 훌륭한 관찰자이다. 늘 보아왔던 그림 속에서 새로운 디테일을 찾아내거나, 관람객의 얼굴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의 소일거리다. 특히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이 그에게는 가장 소중하다. 브뤼헐의 그림은 빈미술사박물관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디테일이 풍성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장점을 지녔다. 어느 날 요한은 미술관에서 유독 긴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 방문객을 발견한다. 앤(메리 마거릿 오하라)이란 이름의 이 캐나다인 여성은 몇년간 왕래가 없던 사촌이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이곳을 방문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를 돌보는 중년의 여성과 퇴직 뒤 느긋하게 박물관 일을 하는 남성의 만남은 뜻밖의 관점을 제시해준다. 그들의 시점에서 박물관은 사람들의 삶을 탐구하는 신비로운 교차로로 바뀌고, 빈이란 도시는 작품의 세계를 반영하는 신비로운 화판이 된다. 둘의 우정을 통해, 영화는 미술품과 일상적 풍경을 교차시키며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 뮤지엄 아워스 > 는 픽션과 실제가 섞이는 세미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한다. 다큐멘터리적 경험에서 강점을 지녔지만, 시적인 리듬감에도 많은 할애를 하는 영화이다. 브뤼헐을 중심으로 렘브란트와 루벤스, 아르침볼도 등의 다양한 거장을 보여주며, 마치 미술관을 방문한 것처럼 여유롭게 그림을 볼 수 있게 만든다. 그렇지만 뮤지엄을 주요 테마로 삼은 영화는 아니다. '시선'을 재구성한 일종의 실험영화로서, 극은 주인공들의 관계조차 미니멀한 요소로만 제시할 뿐이다. 때문에 나름대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익명의 지도를 따라서, 관객은 미술관과 우리의 삶을 병렬 배치시킨다. 느리고 부진한 감은 있지만, 이 박물관 산책은 꽤나 달콤하다. 수많은 단편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젬 코헨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이며, 2012년 로카르노영화제를 시작으로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