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녀 - 시대를 대변하는! 시대를 넘어선 모범

무거운 빈가방 2010. 6. 5. 10:23

10-05-30 하녀 - 시대를 대변하는! 앞서 간! (영상자료원 DVD)

 

김기영표 하녀의 마력은 그 시대를  넘어 지금에도 능히 사람들을 사로잡을 듯하다. 내용은 이미 잘 알려져있고 출연진들의 연기가 내면을 품으면서 외부로 뿜는 기 싸움의 현란한 장면들로 지금까지도 말해지고 있다.

 사진을 통해서도 그 힘은 마법사가  미래에도 통할 주문을  넣어 둔 것 처럼 살아 숨쉬지 않는가? 장면 하나하나 그냥 넘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을 배치한 구성은 숨막히다. 오래된 일본 영화의 유명 감독들이 숨겨둔 장면 마다의 비밀 처럼 사람의 뇌리에 박아버린 마법이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만큼이나 강렬한.

 

 이런 김기영의 마녀가 전설로 막을 내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되었는데 이것을 봉인에서 풀고 다시 세상에 내어 놓는 주술사가 있었으니 그가 임상수이다. 임상수표 하녀가 개봉됨으로 하여 전작 하녀는 그 이름만큼이나 유명한 그의 몸체를 다시 드러내고(재상영을 시작하게되었으니) 잊혀져 가는 세간의 눈길을  모울 수 있게되었다.

 

 전작 하녀를 보는 즐거움음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도 시대가 흐르다 보면 기술적 부분이나 시대적 부분 때문에 보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아 지는 법이다. 그러나 후작 하녀의 탄생으로 인해 시대를 앞서갔으나 이제는 빛이 조금씩 퇴색될 전작하녀와의 비교가 가능하게되고 누구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자기 나름의 비평도 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자리잡게 되었다. 아마 전작 하녀가 제법 많은 관객을 모운다면 리메이크와 전작의 상영을 같이 이루는 비교의 시대가 좀은 더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전작에 대한 관심과 보는 재미는 비교 대상이 될 후작이 있으면 더욱 배가 되기 때문이다.

 

 두 하녀의 시대적 배경, 가족구성원, 주인남자의 직업과 집의 재산 정도, 축적과정, 하녀의 역할, 부인의 역할, 하녀의 유입 과정, 하녀가 주인집에 대한 애정이나 저항의 표현 등등은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여기에다 영화의 배경 자체가 되어버린 주인집과 주인집을 구성하는 가구나 소품들, 하층민이 상층민에 당한 분출이를 어떤 방식으로 푸는 것이 가능한가하는 시대적 차이점, 여성들이 보는 남성의 모습, 전작에는 없는 장모와 늙은 하녀의 탄생의 이유와 역할. 마찬가지로 전작엔 있으나 후작에는 없는, 후작엔 있으나 전작엔 없는 것들에 대한 비교도 해 볼만 하다.

 

 두 영화 중 하나만  본 사람이나 아니면 하나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두 영화를 다 보시길 권유한다. 비교의 재미와 한국영화사의 발전과 변화를 동시에 보고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공부의 장도 될 것이다.

 

 후작은 전작에 대한 큰 부담으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후작은 전작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고 상당 부분은 벗어났다고 본다. 리메이크기에 전작의 토대를 깡그리 부술 순 없지만 짙고도 깊은 그늘에서는 벗어났기에 후작 하녀의 우수성도 증명되었다고 생각한다. 세상 어느 리메이크를 보아도 임상수표 하녀 만큼 전작을 벗어나면서 스스로 성공체로 만든 영화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세간의 관심도 그 만큼 컸지 않는가.

 줄거리와 여러 설명, 전작 하녀의 새로운 탄생과 우수성 등등을 길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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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기영

출연 김진규 (동식 역), 주증녀 (동식 아내 역), 이은심 (하녀 역), 엄앵란 (조경희 역), 안성기 (창순 역)

 

헌신적인 가장 동식, 아내를 위해 젊은 여인을 하녀로 맞이하다

방직공장의 음악선생인 동식은 헌신적인 아내와 함께 다리가 불편한 딸, 어린 아들을 보살피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잘 생긴 외모로 인해 여공들에게 흠모 이상의 지나친 관심을 받고 난감해진다.

집을 근사하게 리모델링한 지 얼마 후 손바느질로 맞벌이를 해온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하녀를 찾기로 결심, 동식을 사모하던 여공 경희의 소개로 젊은 여인을 하녀로 맞이한다. 하녀는 품행이 방정치 못하지만 나쁜 여자처럼 보이진 않는다.

하녀와의 하룻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임신

이제 그의 가정과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신한 아내가 요양을 위해 친정에 간 사이 경희가 집으로 찾아와 동식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는 이를 매몰차게 거절한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하녀는 경희가 나간 후 동식을 유혹해 관계를 맺고 아이까지 임신한다.

사실을 알게 된 동식의 아내 하녀를 계단에서 넘어뜨려 유산시키고, 아이를 잃은 하녀는 잔인한 복수를 시작하는데..

 

이영화의 키워드 : 불륜, 실화

 

제작노트탄생 50주년 <하녀>는 대한민국 영화계의 화두가 되다!

1960년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그 해 22만 관객 동원으로 최고 흥행작이 된 <하녀>는 故 김기영 감독 작품들의 모태와도 같은 작품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여성노동자, 중산층 대열에 합류하고픈 가장 등 근대화가 진행 중인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캐릭터들, 복층 구조의 현대식 가옥 내부에서 벌어지는 밀실 공포라는 독특한 공간적 설정, 보는 이의 신경을 자극하는 극적 서스펜스 구조 등은 영화를 차별화된, 보다 세련된 작품으로 올려놓는 데에 일조했다. 이후 <화녀>, <화녀82>, <충녀>, <육식동물> 등 리메이크를 거듭하면서도 1960년 <하녀>에서 보여준 시대를 뛰어넘는 작가적인 성찰과 표현은 진화와 함께 맥을 이어갔다.

 

1990년대 말부터 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들은 ‘재발견’이라 일컬어지며 세계 영화계 를 놀래키기 시작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하녀>는 그의 대표작답게 프랑스 최고 권위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 장 미셸 프로동, <분노의 주먹>, <디파티드> 등을 만든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 등의 찬사를 받으며 매니아의 영화에서 세계 영화팬들의 영화로 격상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0년 현재, 대한민국의 영화계는 다시 한번 50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거대한 걸작의 표본이 된 <하녀>의 예술성과 존재감에 압도되고 있다.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를 결심하고 전도연이라는 최고의 배우가 주연을 맡은 2010년 리메이크 <하녀>가 등장한 것처럼 동시대 국내외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배우 그리고 관객조차 50년 전 이 기이한 영화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틴 스콜세지가 이끄는 세계영화재단(WCF)의 첫 번째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 <하녀>, 깨끗한 화면으로 완벽하게 되살아나다!

해외의 고전영화들이 일찌감치 보존 가치를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보관되어 오는 것에 비해 국내 영화계는 뒤늦게 고전영화의 보존과 복원을 화두로 삼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미국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자신이 운영하는 세계영화재단(WCF, World Cinema Foundation)을 통해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를 첫 번째 디지털 프로젝트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디지털 복원 지원사업이 제3세계 영화에만 국한된다는 세계영화재단의 기본방침과 다른 것으로, 당시 스콜세지는 ‘<하녀>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으로 이 영화의 지원을 결정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당시 <하녀>의 필름 상태는 불안정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프린트를 합쳐놓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본이 된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은 1982년 5권과 8권, 두 개의 릴이 사라진 상태로 발견되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1990년 영어자막이 들어간 또 다른 프린트를 찾아내 소실된 두 릴을 채워 일단 하나의 <하녀> 프린트로 완성됐다. 하지만 영문자막은 손으로 휘갈겨 쓴 것이었고, 어떤 장면에서는 자막이 화면의 1/3 이상을 차지해 몰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먼지와 티끌, 스크래치를 제거하는 것 외에도 자막제거작업은 유례가 없었기 때문에 힘든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영상자료원은 자막복원솔루션 ‘MJW1.0’을 개발, <하녀>의 자막을 말끔히 제거하고 자욱이 남거나 윤곽선이 깨지는 부작용까지도 없앨 수 있었다. 이처럼 정상적인 상영이 불가능했던 <하녀>는 그 가치를 알아본 스콜세지 감독의 지원과 한국영상자료원의 협조로 깨끗하고 안정적인 화면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다.

서스펜스 넘치는 공간, 도발적인 캐릭터, 사회풍자적 시선

모든 것은 김기영 감독의 천재성으로 완성된다!

 

“<하녀>시리즈에 시골 출신의 젊은 여자들이 나오는 건 60, 70년대 당시 한국에서 아주 흔한 모습이었기 때문이거든. 근대화 정책으로 여자들이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와서 버스 안내양이나 하녀로 일했지. 당시에는 곧잘 가정부가 있는 중산층 집 안에서 치정사건도 일어나곤 했기 때문에 그들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어.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주로 중산층 가정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만든 거야. 명보극장 사장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 - 故 김기영 감독

 

근대화를 시작한 1960년의 한국에서 여공, 하녀, 맞벌이 주부, 생계형 예술가로 대표된 <하녀>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새로 지어진 2층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충돌하고 공생하게 된다. 김기영 감독은 이 한정된 공간 속에서 결코 어우러질 수 없는 반목을 통해 이들의 도발과 파격, 갈등을 서스펜스라는 영화적 장르로 표현하며 근대화 시기의 과도기적 성향, 즉 중산층으로의 열망, 여성의 신분상승 욕망, 좌절 등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영화를 가득 채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미장센은 전적으로 이 천재 감독의 예술적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학도였지만 어려서부터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그는 ‘세상의 축소판’이란 생각으로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2층 집 세트를 만들었고, 직접 가구와 소품까지 제작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조명에도 관심을 기울여 현재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될 기괴함을 창조해냈는데, 당시의 조명기법에 대해 결코 입을 여는 경우는 없었다. 창조과정에 대한 과묵함, 그리고 시대를 앞선 세련된 연출력은 그 신화성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소가 되어 이제 마틴스콜세지, 박찬욱, 봉준호, 임상수 등 현존하는 국내외 최고 감독들과 평론가들은 그를 천재감독으로 부르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원작 <하녀>의 재개봉은 그런 故김기영 감독의 거대한 재능을 일반 관객들이 확인하고 되새기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김진규, 주증녀, 이은심, 엄앵란, 안성기..

파격적인 연기에 도전한 당대 최고배우들을 만나라!

<하녀> 속 캐릭터들은 도덕성보다 개인의 욕망에 초점이 맞춰진, 당시로선 파격적인 성향의 인물들이 주를 이뤘다. 이에 투입된 것이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던 김진규, 주증녀, 그리고 신예 이은심이다. 김진규는 한국영화사에 손꼽히는 걸작 <오발탄>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에 출연한 당대 최고배우로, <하녀>에서는 하룻밤 외도로 삶을 송두리째 저당 잡히는 남자의 억울함, 그리고 자신의 가정을 중산층으로 격상시키려는 집요한 욕망까지 복합적으로 담아내는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의 핵심인 ‘하녀’ 역의 이은심은 악녀의 잔인한 본성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파격적인 연기로 <하녀>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을 정도. 이 밖에도 400여 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한 한국 대표 여배우 중 한 사람인 주증녀가 ‘동식 부인’ 역으로 등장해 한국고전여인상의 표본을 보여주며, 신성일과 세기의 결혼식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킨 인기 여배우 엄앵란도 출연해 맹랑한 젊음을 연기한다. 특히 지금은 국민배우로 존경 받는 안성기의 8살 아역배우시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하녀>가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