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신(서머 스페셜 2020) The Red Shoes
작품정보 135min |D-Cinema |color |UK |1948 |
감독 마이클 파웰(Michael Powell), 에머릭 프레스버거(Emeric Pressburger)
배우 안톤 발브룩, 마리우스 고링, 모이라 시어러
https://www.youtube.com/watch?v=WFcOqyWBKYg
각자 레르몬토프 발레단 공연을 보러 온 비키와 줄리안. 작곡을 하는 줄리안은 담당 교수의 음악을 듣기 위해 왔으나 자신이 쓴 곡임을 알아차리자마자 공연장을 떠난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비키는 공연 후 파티에 참석해 발레단장 보리스 레르몬토프를 만난다. 다음 날, 줄리안은 보리스를 찾아가 공연에 쓰인 곡에 대해 고하고, 줄리안의 재능을 알아본 보리스는 그를 고용한다. 한편, 무대 위의 비키를 본 보리스는 그녀의 재능과 열정에 반해 그녀를 새 발레 레퍼토리 「분홍신」의 주인공으로 발탁한다. 그런데 공연 준비 중에 비키와 줄리안이 사랑에 빠지고, 비키에게 남다른 감정을 품고 있던 보리스는 둘의 관계를 눈치 챈 후 줄리안을 해고해 버린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예술에 대한 광적인 열망을 투영했다. 유명 무용가들이 참여한 발레 공연 장면이 환상적이다.
* 1949 아카데미 미술상, 음악상
* 글의 무단 전재를 금함.(출처 표기: (재)영화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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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은 내용을 빼더라도 무대에 오른 무용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여자는 결혼하면 더 이상 발전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
진정한 예술가는 사랑에 한 눈 팔면 끝이라는 신념
질투와 광기.
무대 위에 오른 <분홍신>
분홍 빛깔의 발레화는 무용수를 유혹하듯 빛을 발하고, 어떤 무용수든 이 신을 신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 신은 단 한명이 무용수만이 신을 수 있다.
사람이 신을 선택하지만 사실은 신이 사람을 선택한다.
일단 이 분홍신을 신고 춤을 추면, 멈추고 싶어도 신이 춤을 원해 죽을 때 까지 춤춰야 한다.
분홍신의 내용은 빛나고 화려하지만 비극적이다. 무용수가 죽어야 끝이 나기 때문이다.
<발레 분홍신>은 <영화 분홍신>의 내용과 닮았다.
특히 무용수를 선발하고 발레를 무대에 올리면 무조건적 성공을 보장 받는 단장 레르몬토프의 욕망과도 통한다.
그는 오직 춤에만 승부를 거는 무용수를 원한다. 사랑, 결혼 따위는 방해 요소다. 자신도 결혼 하지 않고 밥도 거의 혼자 먹는다. 오직 발레에 대한 창작 열의만으로 살아간다.
하나에만 집착하는 자가 권력을 쥐면 무섭다.
그에겐 발레가 인생의 목표이고, 모든 것으로 보인다.
그 댓가로 나타나는 것은 광기이다.
음악을 담당하는 줄리안도 비슷하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오직 자기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홍신을 신었던 <비키>는, 분홍신을 통해 자신의 희망과 삶에 의미가 있기에 춤을 계속 추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줄리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춤을 추면 왜 자기와 헤어져야 하는가.
남자들은 여자가 자기 곁에 있어 주기만을 바란다.
모두 다 광기다.
무용수를 독차지 하려는 분홍신과 비슷하다.
<비키>는 갈등한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그래도 사랑을 택한다.
분홍신 보다 줄리안을...
그런데 사랑을 택한 댓가는 가혹하다.
분홍신은 자신을 버리고 달아나려는 비키를 하늘로 던져 버린다.
처음 비키를 본 레르몬토프는 왜 추느냐는 질문을 하니, 비키는 “니가 살아있으니 사는 것처럼 난 춤을 추어야 하니 춘다”는 대답을 한다.
가장 원초적 질문이며 기본적 욕망이다.
이 근원적 삶의 욕망에, 남자들의 집착과 광기로 자신은 물론 주변을 모두 희생시킨다.
장면들은 아름다우나 집착과 광기로 가득한 영화는 극도의 긴장감을 준다.
모나코 해변(밤 배경은 꼭 세트장 같다)을 풍광으로 담은 호텔, 그 아래로 지나는 기차의 소리와 연기,
화려한 무대와 춤들. 참 볼거리가 많은 영화!
**** 호텔 아래로 지나가는 기차는 여수 여행에서 형제묘 입구 도로에 있는데, 그 아래로 지나가는 레일 바이크가 생각난다.
***** 분홍신을 내미는 구두장이의 춤은 참 환상적이다. <비키>가 죽은 뒤 그녀 없이 진행되는 홀로의 춤은 슬프고도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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