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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들: 끝내 만나지 않는 세사람의 뒤를 따라가면 궁금증이 더해진다.

무거운 빈가방 2020. 12. 4. 00:17

<영화의 전당, 다음 등에 올려져 있는 글을 먼저 둔다.>

 

기묘한 이야기들(아르헨티나 영화의 새로운 시대) Extraordinary Stories / Historias extraordinarias

 

253min | D-Cinema | color | | Argentina | 2008 |

 

감독 마리아노 이나스(Mariano Llinas)

배우 마리아노 이나스, 월터 제이콥, 아구스틴 멘디라하르주

 

 

(다음 영화) 미스테리한 실종 사건, 기묘한 괴물, 도난된 보물, 끔찍한 범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체 모를 세 남자. <기묘한 이야기들>은 위 단어들만으로도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불가사의한 영화다. 하지만 그만큼 매혹적이다. 4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은 3개의 큰 이야기와 18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내레이터는 변사처럼 모든 사건을 해설한다. 우연히 농부를 살해한 정부감독관 X, 한 남자를 아프리카까지 쫓아가는 Z, 끝까지 모호한 존재 H. 이들은 마치 보르헤스 소설의 주인공처럼,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환상적 모험을 펼친다

 

(영화의 전당) 남자 X가 살인 장면을 목격한다.

 

현장에 다가간 X는 예상 밖의 일을 저지른 후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 남자 Z는 새 일자리를 구한다. 20년이나 일했다는 전 직원이 썼던 차를 정리하던 Z는 이해할 수 없는 암호로 가득한 공책을 발견한다. 수로 개발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자 팍토로비치는 남자 H를 고용한다. 남자 H는 이유도 모른 채 강을 따라가며 교각이나 기둥의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 정체불명의 세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세 줄기의 이상야릇한 이야기가 펼쳐지며, 모든 이야기는 마치 책을 읽어 주는 듯한 내레이션을 통해 전해진다.

 

마리아노 이나스(Mariano Llinas)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생. 아르헨티나의 영화대학(Universidad del Cine)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모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2002<발네아리오스>라는 독특한 다큐멘터리로 장편 데뷔한다. 2008년작 <기묘한 이야기들>을 통해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아르헨티나 영화의 새 시대를 이끌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영화사에 아로새겨질 대작 <라 플로르>를 발표한다. 감독이자 각본가이며, 제작자이기도 한 이나스는 알레호 모귈란스키 등과 함께 영화 창작 집단 ‘El Pampero Cine’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기존 영화 산업의 틀 밖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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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는 기묘하다.

3명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일을 하는데 H를 제외하고는 모두 과외의 일을 한다.

 

XZ는 맡은 일 외에 자신이 알게된 또는 알아가야 할 것에 대한 궁금증과 혹 일확천금이라도 줄까 하는 기대감으로 사건을 하나하나 파헤쳐 간다.

H는 일꺼리를 얻어 수로를 따라 배를 타고 움직인다. 수로 옆에 세워진 표식들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H가 가는 곳마다 표식이 폭파되어 있다. 사진 찍는 자와 폭파시키는 자, 뭔가 엇갈린다. 이 두남자는 만난다. 그리고 함께 움직인다. 이 영화에서 제일 신나는 장면들이다.

영화는 나레이션으로 끊없이 움직임이나 상황을 설명 한다.

마치 채만식의 <탁류>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물론 대화들도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은 대화가 없고 오직 나레이션으로 설명한다는 거다.

 

XZ는 서류가방, 물건, 사진들을 통해 기대하는 바를 추적한다. 누군가에게 쫓기기도 하고 먼 세상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4시간 넘어 기본 세사람의 움직임을 입도 아프지 않는지 설명하는데, 언제 이 세사람이 만나나? 어떻게 만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기대감으로 촉각을 세운다.

근데 안만난다. 각자 자기 이야기로 끝난다. 참 대단한 감독이다. 세 이야기를 말라꼬 할꼬? 한편씩 찍어도 될 것을? 나야 알 수 없다.

<기묘한 이야기>는 상당히 지루할 수 있는데 세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들리면 하나의 궁금을 두고 다음 이야길, 또 그 다음 이야길.... 이렇게 하니 궁금은 몇배로 증폭되는 참 기묘한 현상을 겪게 된다.

 

박인호 평론가는 뜻을 같이 하는 <감독들>은 그 누구의 지원을 받지도 않고 그들만의 영화를 만들고, 저 예산이란다.

환율 때문일까?

4시간 넘는 영화를 5천만원 정도에 만들었다하니 기절할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독립 영화도 어지간하면 5천 넘기는 게 기본이다. 이 차이가 뭘까?

 

호기심과 기대감은 세상 무엇도 막기 어려운가 보다. 영화에 관통하는 것은 <호기심> <기대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긴 영화에 비하면 매우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