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멀홀랜드 드라이버- 블로그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잡념

무거운 빈가방 2010. 3. 18. 02:04

10-03-16 멀홀랜드 드라이버Mulholland Dr.(중앙시네마)

 

영화를 보면서 ‘이게 무슨 의미지? 무엇을 상징할까?’ 식으로 보면 참 피곤하다. 데이빗 린치의 영화는 그냥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옛날옛적 지금은 기억도 거의 나지 않지만 ‘트윈픽스’가 컬트 영화의 걸작이라는 선전. 처음 조금 보다가 나중 시간이 맞지 않았던지 다 보지 못했던 드라마. 기억나는 것이라곤 주인공 얼굴(카일 맥라클란)과 꿈속의 거대한 사람.

<멀홀랜드>도 꿈속에서 일정 단서를 주는 양 꿈같은 영화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영화를 좋아했지만 그냥 보고 즐기고 잊어버리는 그런 영화가 좋았고 많은 고민을 짜내게 하는 것은 그냥 피해버렸다. 그런데 <살인의 추억>을 보고 호룡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거 다른거다. 그냥 재미있게 봤는데 ‘ 강압수사, 끼어 맞추기식의 증거, 배웠다는 형사조차도 외국의 문서 하나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현대 수사에 대한 비웃음’ 등등과 장면마다 자세한 의미와 이유, 감독의 성향 표현하고 싶은 의도 등등을 말하는데  말의 꾸러미나 받는 느낌의 수준이 딴세상이다. 구구절절 맞는 것 같으면서도 영화를 저리 분석해 본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것이 당시 떠오르든 마음이었고 또 내게는 그럴 자신도 전혀 없으니 그 이후 호룡 앞에서는 가급적 영화 이야기를 피해왔다.

그러던 호룡이 내 눈앞에서 부산국제영화제 표를 흔들어 대었고 몇장 받았으나 보지 않고 2년을 견뎠는데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시기가 찾아왔다. 지 돈 들여가면서 이리 계속 영화표를 주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냥 받은 표 공짜라 생각하고 모른 척 하면 그 뿐일텐데 돈을 안줄 수도 없고 주니 돈아까워 보지 않을 수 없는거다. ‘에이 까잇것 함 보자. 나도 나름 한 영화 했던(그냥 보기만 했지만) 사람인데’ 그 길로 조금씩 빠져든게 영화의 늪이다.

  이젠 조금 골치 아픈 영화도 그냥 본다. 영화제 때 서른편 가까이를 꾸역꾸역 보고, 졸면서도 보고,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도 본다. 선택 잘못으로 마칠 때 까지 가슴 두드리며 후회 하면서도 보고, 제법 괜찮은 영화 보면 선택 잘했다는 기쁜맘으로도 본다. 보는 거다. 이젠 서울에 올라 오니 넘쳐나는 시간 때문에 본다. 보기만 하니 변태 같아서 이젠 끌쩍대고 끌적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집중해서 보고 영화 중에 껌껌한데서 대사를 적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자꾸 밀린다. 어디 영화 한편 보고 글하나 후다닥 적을 수 있는 능력이 나한테 있겠나? 내가 마감 쫓기는 기자가? 그런데도 늘 쫓긴다. 글 쓰라고 압력을 넣은 아내도 읽어주지도 않으니 내 쫓길 이유가 없는데 왜이리 적지 않으면 똥 누고 딲지 않은 것 마냥 찝찝한지..... 관성의 법칙인가? 그런 것도 잇지만 이게 다 호룡 때문이다. 이런 악연이 없다. 정신에 향기와 여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귀신에게 쫓기듯 살아가야 하는 호러물이 되어버렸다. 하다 하지 않으면 일어나는 금단현상 처럼  두드려야 한다. 밤 늦더라도. 자판을. 처음 시작은 수첩에 표 붙이고 간단히 글 적고 아내에게 다 했다고 검사 맞듯 보여주었다. 그 땐 행복한 기다. 지금은 손목도 아프다. 머리도 아프다. 밤 늦게 머무니 잠도 부족하고 배도 고프다. 지금 시간도 한시 오십사분이다.

멀홀랜드는 내일 쓰야것다. 보일러 잉잉거리는 소리 신경 쓰여서(이건 오늘- 벌써 어제네-본 플란다스의 개 이야기다.) 잠도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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