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일 감독이 보잔다고 노박사로 부터 전화가 왔다. 수요일이란다. '내가 하는 일 때문에 어렵다고 여쭈어라'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시네마테크에 '미친과실'을 보러가면서 갑자기 이창동 감독의 '시'에 대한 씨네 21의 내용이 떠오르고 '소심함의 오만방자함'이 떠오른다. 감독이 보자는데 '바쁘다' 이 한마디로 될것인가? 건방이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어쩌면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영화에 출연시키면 우짜노하는. 전화 준 노박사에게 전화를 했다. 납짝 엎드린 자세로. 내가 일언지하에 거절한 듯한 건방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담에 시간되면 자리하자고.
월요일은 너무 피곤해 누워 빌빌거렸다. 이번 부산행은 바쁘기도 했고 웬지 짜증을 내어버린 후회의 날이었다. 어버이날이라 바쁠 듯 하여 친구들에겐 연락을 안했다.그래도 바빴다. 그래서 깊지도 못하지만 누워 빌빌거리며 하루를 보내었다. 떨어지는 주식에 무기력하게 가슴만 아파하는 소극성으로 .
오늘은 '하하하'를 봤다. 홍상수 영화 중 가장 많이 '하하하'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일관된 '관성의 법칙'을 가지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론 숙성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홍감독이 이리 웃길지는 몰랐다. 보면서 그리운 이들과 술한잔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참말로 잔을 쨍 부딪치면서 지난 이야기들 미래의 이야기들 꽃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게 안되믄 음주당구라도 좋고.
그리움도 오래되면 병난다.외로움도 오래되면 습관 된다.
집에 와서 송엽주로 목을 축이고 늘 그렇듯 쌀씻고, 아침에 할 고등어찌게 준비해 두고 자리에 앉았다.
요사인 CBS FM을 자주 듣는다. 영화음악 강좌의 인연 덕분이다.
세상살이란게 뭔지. 남의 일은 다 이해되면서 나으 일은 눈꼽만큼도 여유가 없다.
청계천 옆뽈데기 지나다 노래를 듣다. 원스 생각이 나서 나도 돈을 넣었다. 그 기타집 같은 것에. 시원한 바람과 음악 그리고 지나는 사람 모두 하나의 풍경이다.
금요일엔 이사장할배와 종현형을 만나 창덕궁을 걸었다. 참 정열적인 사람들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난 피곤해 죽겠는데 할배는 계속 이야기하면서 걷는다. 저 머리속엔 어떤 우주가 있을까? 잠시도 멈추지 않고 우물 처럼 마르지 않는 지식과 정열이 부럽기만 하다. 약속 때문에 일찌 가야했다. 또 부산엘 내려가야 하니.
누굴 만나러 가야했을까? 이전에 '최병관의 대나무'를 본 것을 블로그에 간단히 올린 적이 있다. 그 '최병관님'이 저녁식사 초대를 했다. 이런 복이...... 그러나 난 부산 가야하고 시간이 별루 없다. 그래도 작가께서 초대를 하는데 어이 거절할 수가 있나? 안되더라도 만나서 고맙다 인사라도 해야겠다 싶어 만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목요일엔 '영화음악 강좌' 마지막 날이다. 몰랐다. 마지막인지. 개근상으로 '잠바브웨 현대미술전 도록'을 받았다. 또 다른 상이다. 고맙고 기쁘다. 일전에 이야기 하였듯 상 때문에 나를 욕하거나 놀릴 사람 이젠 없다 싶기에 마음도 편하다.
혼자서 막걸리 한잔 하고 내일 준비하고 있는데 그대로가 왔다. 또 한잔 더 했다. 술 덕분에 글 두드린다.
잠이 너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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