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산전기: 군산의 애환과 희망을 감성으로 풀어낸

무거운 빈가방 2020. 10. 21. 18:07

군산전기(2020) City of Outlanders

2020 부산국제영화제는 시작했지만 자리가 없다.

며칠전 밤샘하여 시간표를 짰다. 그리고 매표를 시작한다. 어라! 자리가 없다.

겨우 구한 것이 <군산전기> 딱 하나다.

내친 김에 영화 보고 군산이나 놀러가까? 그래 갈거다.

 

군산 전기는 군산에 대한 감독의 생각들을 다큐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물론 군산의 역사와 현재가 나온다.

그러나 일반 다큐하고는 많이 다르다.

군산의 모습에다 음악과 무용 등을 함께 올린다.

 

군산은 이방인의 도시라고 감독은 정의 한다.

첫장면부터. 이방인 음악가가 피아노와 첼로를 연주하고, 이방인 감독이 카메라를 열고, 가장 이방인 같은  스위스 무용수가 춤을 춘다.

그리곤 나레이션으로 <이방인의 도시>라고 정의하고 시작한다.

영화를 보는 우리 부부도 이방인이다.

 

<군산>은 대한제국 때 항구로의 형태를 갖춘다. 이게 왜놈들의 압박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민지 때 출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군산 옆에는 한국의 곡창인 <깅께이 망께이 메배미들>(징갱 맹갱 외에밋들)이 있다.

왜놈들은 이곡창지대의 쌀을 저거나라로 훔쳐가려고 군산항을 더 개발한다.

<군산개정면구일본인농장창고>: 층 마다 넣은게 다르단다. 한층은 빼앗은 땅 문서와 현금, 한층은 우리 문화재 등등 이리 보관했다한다. 지하는 남북전쟁 중 감방으로도 사용했다하네...왜놈 개인이 수탈한 대표로 상징적인 창고인데, 전국으로 확대하면 입다물기 어려울거다. 이 곳이 거의 첫장면으로 나온다.

식민지 왜놈 미군정기 미군 이후 들어서는 자동차(대우-지엠) - 새만금사업

 

군산은 내면에서 나오는 성장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시작되어 외지인들이 들끓는 곳으로 자리했다가 그들이 물러가면 썰물처럼 사람이 사라지는 도시다.

 

과거를 그리워 하는 사람과의 인터뷰

미래를 희망하는 젊은이들과의 인터뷰

구도심이라 불리는 폐허가 되어 가는 곳들을 다니며 애정을 담는 카메라

무용수는 우주에서 유영하듯 건물과 길에서 춤을 춘다.

그리고 피아노와 첼로는 폐부를 찌르듯 흘러나온다.

 

마치 시 한편을 본 기분이다.

감독도 <개인의 감성으로 찍은 시적 다큐>라는 표현을 한다.

진실이나 사실에 대한 기록에서 벗어나 감성으로 찍으니 많은 부담에서 자유로웠다고 한다.

감독의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느껴진다.

인터뷰 중 젊은이가 군산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바람이라고 하자,

장면은 왜놈 절 <동국사> 로 가고 뒤편 대나무를 담으면서 바람에 출렁인다.

마치 <아라비아 로렌스>의 장면 전환 같은 느낌이다.

 

재작년 <목포>에 갔을 때 본 구도심도 문닫은 가게들을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군산>은 거대 자동차회사가 문을 닫았으니, 그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다.

 

<개복동> 3층건물은 완전 폐가다. 보기 드문 장면이다. 여긴 거리 예술을 하는 곳으로 자리 매김하는 모양이다. 누군가 양목발(요샌 목발이 없는 모양-약간 철제류다)로 걸음을 걷는다. 마치 군산의 모습같다.

이 동네엔 집창촌이 있었고, 2002년 큰불이 낫는데 포주들이 도망을 막기 위해 철문 걸어 잠군 바람에 20여명이 타죽었다 한다. 폐허가 된 건물에서 그들의 비명이 들려오는 듯하다. 동시에 집들은 그들이 토한 비명으로 그을려 가는 것 같다.

 

사람이 사라지는데 거리가 안죽을 수 있으랴!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지방의 집값이 내리는 것도 당연하다.

모이는 곳과 사라지는 곳의 차이가 어이 비슷할 수 있겠는가!

 

옛날 아메리카 거리라 부르던 영화동에는 <영화타운>을 만들어 젊은이들이 새로운 시도들을 한다.

부산에서도 부전동 시장 2층에 이런 것을 하더라.

서울 중앙시장 지하에도 젊은 예술인들에게 싼 대여로 자리를 주더라. 이곳엔 한 때 청바지 화가(최소영)가 있기도 했고, 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친구가 내보고 사라더라. 800하면 된다고. 지금은 몇배는 더 비쌀거다. 그리고 몇 달 뒤 가니 그 작가의 작품과 화실은 없어져 버렸다.

<영화타운>이 잘되길 빈다.

몇 년전 <손혜원>국회의원이 목포 구도심에 집을 산 것을 투기라고 지랄지랄 하던 찌라시들과 정치가들은 여기에 투자하면 되것다.

구도심을 뭔가 제도로 지정해 주면 돈이 된다고 지랄들 했으니, 서울도 가깝고 새만금도 있으니 여기다 집들을 사면 되것다.

근디 저것들은 절대 사지 않을꺼다. ? 무슨 짓을 해도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서울 땅 하나 사면 몇천배 낫기 때문이다.

마치 노무현대통령 김해 집을 아방궁이라 표현 하면서 지랄들 했던 찌라시, 정치인, 그리고 그리 떠든 국민들도 바퀴벌레와 마찬가지다. 박그년이나 이왜박, 전개환의 집들에 비하면 절반 값도 안되는 것을 가지고 저리 지랄들 했으니...

 

<군산전기>는 군산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희망을 담았으나, 역시나 이방인 감독이 만든 것이라 그런 냄새도 많이 난다.

우리가 흔히 무심히 던지는 말, <그래서 우짜란 말이고!>

누구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 장들은 공사를 일으켜 콩고물 뜯어먹으면서 공적을 내세우는 일에만 집중한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작업은 등한시 한다.

 

군산의 가장 강점이 <사람냄새>라 한다.

사람들의 정은 참으로 징하다고...

옷수선을 하는 분은 옛날 군대 사람을 기다린다고 한다.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 떠나지 못한다고.... 그가 자루는 재봉틀이 추억의 <브라더 미싱>이다.  

그래, 이런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고민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런 장들이 별로 없다.

식민지와 남북전쟁과 독재의 시대를 좀 더 치열하게 겪은 이방인의 도시.

 

군산은 이제 제2의 도약이 가능할까?

<새만금사업>을 바라 보고 미래를 꿈꾸면서 군산에 들어 온 젊은이들이 탈탈 털리고 돌아가질 않고 떵떵 거리며 살까?

 

소비도시의 비애를 처절하게 겪고 있는 군산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스스로 일어설까?

 

버려질 것만 같은 도심들을 바라보면 늘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부산을 봐도 그러한데 군산을 보면 더 그렇겠지.

그래도 영화를 본 뒤 힘차게 박수를 보냈듯, 군산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낸다.

식민지 수탈에 저항을 했고, 3.1 만세를 더욱 활기차게 진행 했듯이

 

쓰레기 자본주의의 짓누름을 뚫고 분연히 일어나 사람이 숨쉬는 도시가 되길 바라고 빌면서.

 

***** 문성욱 감독은 첫영화가 <이방인>(1998)이라 한다. 이번 <군산>이란 시적다큐도 이방인의 이야기다. 이방인이란 단어가 떠오르면 뭔지 모르게 씁쓸한 느낌이나 등 뒤가 생각이 난다. 문감독의 영화는 처음이다. 그럼에도 그의 감성이 내 몸 전체를 젖게 만드는다. 피아노와 첼로를 주무르는 솜씨도 참좋다. 물론  연주나 작곡은 본인 몫이 아니지만 감독의 가슴이 아니면 나오질 못할 것들이니.

<군산>은 그냥 군산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보기 점점 어려워 지는 과거의 이야기도 있지만, 어디서든 사라질 위험에 처한 우리들의 현재 이야기라 생각된다.

 

******************

 

군산전기(2020) City of Outlanders

 

다큐멘터리한국 61

감독 문승욱, 유예진

 

 

이방인의 도시 군산. 불과 몇 백 명의 주민만이 살았던 어촌 마을은 일제강점기 시절 쌀 수탈을 위해 개항되며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고, 해방 이후엔 미군이 들어오고, 근래엔 대기업의 공장이 들어섰다 폐쇄되고 국가사업이 진행되며, 부흥과 쇠락을 거듭해 왔다. 그때마다 유입되었던 사람들은 다시 떠나거나 그대로 남아 이방인의 도시를 이루었고, 부흥과 쇠락의 잔해들은 현재 군산의 지형과 경관을 만들었다. 영화의 카메라는 군산의 쓸쓸하고 애잔한 풍경 속을 부유하고, 스위스에서 온 무용가 안나는 그 풍경을 애절한 몸짓으로 위무하며, 새로 유입된 음악가들은 그곳에 애가를 선사해 <군산전기>를 써내려 간다. 그리고 군산의 이방인들은 폐허 속에서도 다시 한 번 꿈을 꾸며 새로운 생을 살아가고 있다.

(2020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홍은미)

 

 

감독

문승욱 MOON Seung-wook

 

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를 졸업했고, 단편 <어머니>(1994)<오래된 비행기>(1995)로 국내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다. 장편 극영화 데뷔작 <이방인>(1998)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나비>(2001)로 로카르노영화제 여우주연상,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옴니버스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 <전쟁, 그 후>(2002)로 로카르노영화제 비디오 부분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상업영화 <로망스>를 연출했다. <망대>(2014)를 기점으로 건축물과 도시, 건축가가 바라본 도시 풍경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유예진 YU Ye-jin

 

동화 작가출신으로 문승욱 감독의 다큐멘터리 <망대>(2014)의 구성작가를 시작으로, 장편 극영화 <세트 플레이>(2019)의 편집 작업에 참여했다. 건축가 장윤규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작가 및 편집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제니필름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도시재생 다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