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백기완 선생님 시민 추모제

무거운 빈가방 2021. 2. 19. 07:39

하루하루가 너무도 쉽게 빨리 흘러간다. 벌써 목요일이다.

<백기완선생님> 돌아가신지 며칠 되었으나 오늘 오후에야 문상간다.

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부산시청 광장으로 가는 것이지만 마음은 남다르다.

 

평생을 힘든 이들과 함께 한 그 분의 삶은 그 누구 보다도 고귀하다.

뜻과 몸을 함께 하고 어렵게 사신 분들도 많지만

많은 이들은 정치라는 밧줄을 잡고 세상위로 튀어 올랐다.

그러고는 땅에서 움직이고 노래하고 부르짖던 일을 개꿈처럼 잊어버린다.

 

우린 그런 시대에 살고 있고 세상은 늘 그런 시대를 쓸쓸히 보내왔다.

이것이 일상화 되어 버리니 이젠 자연스런 일이 되어 버렸다.

 

오후에 집을 나서 광장으로 간다.

날이 어찌나 추운지 문상객을 맞이하는 사람들과 5시에 추모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내가 제일 중요하다. 마눌님이 곧 오실 것이니 전철역으로 쪼로록 내려가 기다린다. 역안은 덜 춥다.

<백영현형>이 보내준 책 <아버지처럼 나도 내 아들에게>(백영현, 백이든,2021)를 기다리며 읽는다. 책이 재미있어서 낄낄거리고 박장대소도 하지만 손이 얼어붙는다. 두 편을 읽고는 그만 주머니에 손을 찌른다. 참 추운 날씨다.

 

함께 영전에 고개숙인다. 난 절을 두 번 드린다.

눈물이 흐른다. 오열한다.

이런 분들에겐 늘 미안하고 고마움에 이 순간들은 어쩌질 못한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난 안락에 너무 취해 있고 이걸 떠날 마음도 사실 없다.

이런 분들의 뒤를 쫓지 못하면 열심히 박수치거나 후원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짜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한번 더 속으로 격려하고 나를 채찍한다.

추위 탓인지 아니면 며칠 동안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는지 텅빈 빈소 같다.

잠시지만 내가 빈소를 혼자 안은 듯 서 있는다.

          <오른 뒤편 펼침막 끝 선생님이, 이 천막 뒤에 서 계시면서 요놈들...  하시는듯 하다.>

<김진덕> 선생님은 빈소를 지키고 있다.

참 한결 같은 분이다.

나이는 나하고 거의 같은 것 같은데 쉼없는 활동력과 정열은 100배는 더 하다.

난 활동 같은 것을 안하기에 사실 비교가 되질 않네....

반갑게 인사나누고 광장에 잠시 있는데 더 춥다.

 

잠시 전교조 사무실을 들린다.

<박미순>이 반갑게 맞이한다. 참 따뜻한 여인이다.

이젠 전교조 부산지부의 품이 되어버렸다.

막가져 온 커피라고 한잔 내려준다. 우린 커피를 손에 고옥 쥐고는 온열기인 양 떼질 못한다.

안쪽에서 무언가 편집을 하다 나온 윤지형샘을 보고 인사 나누고 윤샘은 광장으로 먼저가고 나는 최대한 늦게 나간다.

 

벌써 시작했네.

여자 분은 한얀 소복을 입고 춤을 추고 소리꾼 양일동은 징을 치며 소리한다.

둘 다 신을 신지 않고 버선발이다.

저분들은 춤사위와 노래로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한다.

그리고 선생님의 뜻이 이 땅에 널리 퍼지도록 염원한다.

선생님이 원한 세상 우리들이 원하는 세상

선생님 하신 일, 우리들이 할 일

춤사위와 소리가 염원조차 얼어 붙게할 추위를 물러나게 한다.

많지는 않지만 광장을 둘러 산 우리들의 가슴을 데운다.

 

어느 목사님의 추도사는 선생님 삶이 어떠했는지 일억분의 일 밖에 표현 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공감한다.

약력은 그야말로 약력이다. 삶을 표현하기엔 너무도 생략되었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우린 따라가기 어려울 엄청난 일들이다.

존경한다. 귀한 분이다. 소중한 분이다.

이제 어른들이 별로 없다. 내가 어른이어야 하는데 난 여전히 철이 없다.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내가 강도사에게 이 노래가 언제 우리 애국가가 되겠노? 했더니

동아시아 억압받는 민중들이 같이 부른단다.

 

그래 이 노래는 이제 핍박받는 사람들이 있는 어디에서나 불르는 노래다.

지금은 홍콩, 태국, 버마에서 울리는 영원한 민중의 노래다.

사람을 대표하는 노래이니 한나라의 국가를 뛰어넘는다.

 

손을 들어 손을 뻗으면서 힘껏 노래를 부른다.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라 목이 컥컥 거리기도 하지만 군중의 소리에 묻힌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