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05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여.
잘알고 있는 모회사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업설명회가 있는데 간단히 한 뒤 오페라를 공연하는데 볼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다. 당근이다. 오페라 마다할 내가 아니지 않느냐?
대치동에 있는 마리아칼라스 홀에서 진행하는 이 행사는 VIP 50명을 초청해 연다. 공연은 가수3명, 사회자 1명(장일범-KBS FM DJ) 그리고 피아노 1명(제갈소망)이 하고 차와 다과가 준비되어있다.
소프라노 이지은, 테너 이재욱, 바리톤 최종우. 5M밖에 안되는 거리에서 뿜어내는 그들의 목소리는 어떠할까? 공연장엘 가면 기본 거리가 30m가 더 된다. 아무리 울림이 좋은 음악당이라 해도 5m의 거리면 울림조차 필요 없겠지. 그랬다. 그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의 그 어느 성악 보다 더 높은 감동을 느끼도록해 주었다.
코 앞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신호 표정 익살과 피부색, 주름조차도 배경이 되어버린 홀. 이지은은 카르멘의 하바네라를 부르면서 객석을 일일이 돌아 모든 관객과 악수를 하는 서비스도 보여준다.
끝난 뒤 사인회와 시진찍기 그리고 CD에다 조그만 화분까지 선물로 나눠준다. 물론 이것은 주최측의 준비된 운영이지만 그래도 내게는 오페라가수들이 나를 위해 펼쳐준 무대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자리에 든 비용이 얼마일까? 사람 한명꼴로 30만원~50만원정도는 들었을 것 같다. 내가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이 회사의 VIP(예치금이 장난이 아니다)들을 위한 행사이다. 여러 설명회 등을 가보았으나 이리 지극정성은 처음이다. 내가 처음이지 이 행사가 처음은 아니니 수많은 일에 벌어져 있는 빈부격차가 얼마한가는 실감이 간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다. 내가 서 있는 이 달콤한 곳이 과연 내 자리인가? 나는 누구 흉내를 내고 있는가? 여기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은 되는가? 몸이 유혹에 빠지니 나를 알기 어렵고 헷갈린다.
이 달콤한 세계에 머물고 싶은 욕구들이 강력하나 내 세계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어제 시멘트 바닥에 앉아 들었던 하모니카와 앙상블의 연주, 이것만 하더라도 부산에서 보기 어려운 시샘이었는데...
밤이 되니 마음이 찹찹하다. 받아들이지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허우적대는 모습 때문에. 우물에 빠져 나뭇가지에 겨우 목숨을 유지하면서도 떨어지는 단맛에 정신을 못차리는 경전의 사내처럼.
동영상은 엉망이다. G1은 줌이 안된다. 그래서 완전 고정이다. 색과 음도 별로다. 그래도 우짜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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