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시 동해 : 두 번째 방문한 주문진은 조용하고 차분한 행복을 우리에게 준다.

무거운 빈가방 2021. 5. 15. 11:45

다시 동해로 : 2021-05-06

남자 다섯 명과의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는다. 다들 게를 맛있게 먹엇지만 내 성에는 차지 않는다. 서울로 가기로 한 계획이 무산되면서 마눌님과 다시 동해계획을 세운다.

이번엔 역으로 동해 춘천 원주 태백 이란 긴 코스를 마련한다. 이럴려면 2박을 해야 하는데 잘안되면 원주나 태백 중 하나는 생략이다.

 

아침 7시에 출발한다. 그리고 강구로 바리 간다.

강구에는 홍게 찌는 공장에서 게를 어마무시하게 사다가 먹고 주변과 나누어 먹기도 했다.

장모님은 게를 맛있게 드시고 주변과 일일이 전화 인사를 하고 그 날 밤 돌아가셨다. 우리 결혼 10주년 때 일이다.

 

남자 다섯 여행 때 그 곳을 잠시 들렸는데 찾지를 못했다. “문을 닫았나?” 집에 돌아와서 지도를 정밀 검색하다가 드뎌 발견! 이젠 그 집에서 게를 사고 싶어 환장하기 시작한다. 두 번 째 동해 여행은 사실 <> 때문이다. 사서 마음껏 먹는 그림이 머리에 떠나질 않아서 원을 풀어 줘야만 한다.

 

강구에 도착하니 9시다.

게공장은 그대로 있으나 황량하다 전화를 하니 할매가 끼가 안나와요.’

올해 수확이 안좋은 건지, 시기가 지난 지는 잘모르겠다. 5월이면 금어철이란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가까이 있는 신돌석장군 유적지에 들린다.

장군이라 붙인 칭호가 마음에 안든다. 그냥 의병장이 더 좋다.

그는 장군이 아니다. 아닌 장군을 장군이라 하는 것은 마치 장군만이 나라를 구하려 햇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평민의병장 신돌석” “신돌석 평민의병장얼마나 좋나!

혼자인 평민이 사람을 모우고 지휘 한다는 건 당시 신분제 사회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고 의병장 중에서도 위쪽에 위치했고, 왜놈들을 엄청 쳐부수어 그 공도 엄청나다 하니 얼마나 더 자랑스러운가!

장군이란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이 공들은 요상해 진다. ‘평민의병장인 줄 사람들은 알지만 머리에 그냥 장군으로 남는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에 직책이 중요하고 장군이 나라를 구한다는 무의식이 생긴다.

참 이상하게 해석한다고? 난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칭호는 매우 중요하다. 역사가 중요하듯.

다카키 마사오는 자신이 군인 출신이니 군인 출신 애국자를 찾는다. 그게 이순신이다. ‘이순신이 위대함은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 그런데 영웅 이순신넘어 성웅 이순신이라 하여 신격화 시켜 버린다. “군인만이 나라를 구하고 이순신이 군인이고 나도 군인이고 내가 나라를 구하려 한다는 등식을 국민들 머리속에 심는다. 실제 그리 했다. 전국 동네방네 충무동이란 이름이 그 때 생기기 시작하고, 전통적 통영충무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그런데 <신돌석장군>이라 지칭한 의병장의 유적지는 참 황량하다.

그 분이 남긴 것이 별로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리는 사당도 사진 한 장 둔 것에 불과할 뿐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돈만 낭비하는거다.

기념관을 뭔가 좀 더 알차게 꾸미는게 훨 좋을거다.

사진 한 장에 향을 피우고 인사한 들 뭔 큰 의미가 있으랴.

 

그분을 기리는 것은 좋으나 허례로 가득차고 혈세를 낭비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 이젠 분노도 일어나지 않는다. 워낙 전국 모든 곳이 낭비와 파괴로 일관되어 있으니. 이제 여길 떠나 위로 올라가면 더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니....

 

우린 평민의병장 신돌석과 작별한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끓어 오른 분노가 여전히 영해 평해 지역에 있고 한국에도 그대로 잔존하고 있으니 감히 편히 쉬시라는 말도 못하겠다.

 

생각보다 시간이 일러 축산항 미주구리정식은 생략하고 바로 망양휴게소로 간다.

마눌님은 뿌연 날씨 때문에 아쉬워 하고, 동해 길을 달리는데 바다가 잘안보인다고 아쉬워 한다.

해안가로 가면 바다 잘보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바다도 계속 보는 것 보다 산을 즐기다가 바다가 나오면 더 반가울거다

 

<망양휴게소> 탁트인 시야에 멀리 주욱 그어진 선은 가슴 설렌다. 에메날드 빛이 우러나질 않아 다소 아쉽지만 시원한 전망은 늘 기분 좋다. 전망대에 있는 커피점에선 <반미 샌드위치>를 팔아서 재미있어서 <상석형 등>에게 톡 보낸다.

 

동양의 나폴리라 카는 <장호항> .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갈매기도 다 숨었다. 단지 알을 품고 잇는 놈들은 위치를 지키느라 할 수 없이 머물러 있다. 알 품은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호항. 섬과 바다와 갈매기가 하나되어 소리치는 곳.

3주전 여행처럼 놀멍쉬멍 걷지도, 여유 있게 경치를 보는 것도 잘안되지만 그래도 바람에 탁기가 다 날아갈 듯하여 좋다.

지난 번에 생략한 <초곡 촛대바위>엘 간다. 장호항 바로 옆이다.

우와!

여긴 전혀 예상 못한 풍광이다.

용굴의 전설의 간직한 <초곡 용굴 촛대바위 길>은 오랜 세월 파도와 풍랑을 참아온 만큼 바위들이 거대 작품으로 펼쳐진다.

이전엔 산에 가려 누구도 볼 수 없는 풍광이라 한다.

지나다니는 어부들만 볼 수 있었던 곳

그 곳을 데크로 길을 놓아 누구든 볼 수 있게했다.

데크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내가 데크에 순응하여 감탄을 하다니!

지 좋은 것엔 눈감아주는 이율배반에도 좋아라만 하다니!

 

솟아 있어서 촛대 바위라 하겠지만 가운데에는 촛물도 떨어져 있다.

주변의 바위들은 모두 각각의 형상을 가지고 우리가 어떤 것으로든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적당히 배려한다.

자연 그대로는 이리 황홀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데 비까지 같이 나린다. 전망대를 올라가는 것 조차 힘들다. 마눌님은 밑에서 기다리고 난 잠시 전망대로 올라가 겨우겨우 내려온다.

비 양이 좀 많아지자 우린 미세먼지가 사라질 것이라 기대를 한다. 그리고 비를 시원하게 가슴으로 맞이한다.

좋구나 좋아.

 

올라오면서 차 안에서 먹은 김밥이 소화가 잘안되어 점심은 그냥 생략하기로 하고 우린 동해를 따라 다시 올라간다.

마눌님은 깜깜밤중이다

지난 번에 머물렀던 동해 논담골길로 간다. 걸어오르려니 마눌님 눈이 잘 떼지 못해 차로 삥 둘러 올라갓는데 여기도 바람이 너무 세차서 돌기가 좀 어렵다.

 

다시 내려와서 까막바위와 어달 해변을 지나 <추암촛대바위>.

원조 촛대바위인 <추암>은 그 형태가 <초곡>에 미치지 못한다.

입구에 해변이 있으나 오른편 언덕 위에 거대 팬션이 자리 잡고 있으니 그 위세가 촛대 바위를 눌려 버린다. 우린 그저 밟히기 전의 작은 미물같은 느낌 마저 든다.

여긴 촛대 바위 보다 그와 어울져 이룬 많은 바위들의 형태가 더 감동이다. <초곡> 보다는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만질 수도 있는 바위들, 수 백 만 년을 버티면서 여러 형태로 나툰 기술들. 감탄을 하면서 출렁 다리로 올라간다.

..... 근데 , 근데 말이다. 오른쪽엔 높은 언덕빼기르 장악한 거대 팬션 때문에 숨막히는데.. 왼쪽은 엄청난 공사를 하고 있다.

옆에 한국전력이 있는데 그들 공사인지, 해군시설을 만드는 건지, 아님 화력발전소를 만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넓고 엄청나다. 동해의 모래들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도 이런 공사들과 관계있으니 조직화된 끝없는 돈욕심은 세상을 다 파괴한다. 공기업의 대가리 4/5는 다 짤라야 하고, 인원도 1/5로 감축해야 한다. 놀고 먹으며 혈세를 물마시듯 하는 저놈들의 비리를 뭘로 막을 수 있으랴! 한국의 관공사는 9/10은 다 엉터리라 나는 믿는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자연 파괴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바닷가 멋진 커피숖에서 풍광을 바라 보고 즐기는 동안.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은 새로운 호텔이나 책방을 찾는 동안 우리도 그들의 동조자가 되어 버린다.

나도 이제 동조자가 되어 버린 기분이다.

그들을 소비해 주는 것으로 그리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초암촛대바위>에선 촛대는 잘안보이고 좌우에 펼친 파괴의 세계가 더 드러나서 배가 아파 똥을 싸버렸다. , 동해 가는 길엔 화장지가 거의 없다. 반드시 들고 다니시라.

 

한국전력, 시멘트 공장을 지나 <정동진>으로.

정동진에 사람이 왜 이리 몰리는지?

구석구석을 걷지 않아 피상적으로만 봤지만...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른쪽엔 거대 팬션이 배 모습으로 자리하고 왼쪽엔 거대 놀이시설.. 많은 사람들이 <레일 바이크> 탄다고 난리다. 길고도 멋진 모래사장은 이 시설물에 밀려 좁게 보이고 해변을 가로 막은 건물이나 공사들 때문에 모래는 절벽처럼 깍여 있다.

이 풍광 좋은 것을, 다니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망가지는 아픔을 동시에 느껴야 하다니...

 

<정동진>에서는 발람이 너무 세게 불어 서있기도 어려울 정도다. 모래사장에서 사진을 찍는데 입에 모래가 들어온다. 물론 우리는 즐겁지만 여기도 마음 붙여 즐길 곳이 아니다.

바로 소돌아들공원 입구 <해돋이민박집>으로 바로 간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차도 제법 밀린다. 40키로 가까운 강릉에서 끝과 끝이니 그렇겠지.

민박집은 생각 보다 더 좁다.

그릇을 점검하니 냄비가 다 끍혀 사용하기도 거시기하다.

씻고 잠시 휴식.

 

저녁은 밖에서 먹기로하고 <주문진식당> 고기조림 먹으러 간다.

금요일 저녁 6시경인데 거리가 썰렁하다.

주문진에도 확진자가 많이 생겨서 8시면 문을 닫는다 한다.

문닫는 다고 확진자가 막아지나.

초창기 우리가 코로나19를 잘몰랐을 때는 모든게 공포엿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환풍이 잘되게 하고 거리를 띄우고 마스크를 쓰고....>

대부분 전파되는 것이 교회 중심이고 가까이 밀착하여 운동한다든지 하는 곳 아닌가!

주문진식당의 조림은 가자미나 여러 고기를 넣었는데 맛이 깊고 좋다.

두부 무 등등은 간이 엄청 잘들어 고기맛을 넘는다.

작은 것이 3만원인데 3명 먹으면 딱 맞겠다.

오늘은 모녀가 가게를 지키는데 따님은 부산에 딱 한번 와봤다고 한다.

난 주문진에 무려 두 번을 왔는데 ..

따님은 마치 송정리에 영남식육식당 따님처럼 말을 스스럼없이 하면서 재밌다.

 

주문진에서 제일 좋았던 곳은 등대다.

우린 밤에 등대에 오르고 새벽에도 올랐다.

밤바다를 보고 해 뜨는 것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동해의 넓고 멀리 뻗은 바다.

가끔 지나는 배와 불빛만이 아른거리지만 동해는 무한정 사람을 품고 사념하게 만드는 것 같다.

저 멀리는 지구상 최고의 악인 나라가 지금도 악행을 저지르고 잇지만 지금 내 눈엔 보이지 않으니 바다만 즐긴다.

새벽 해를 본 뒤는 등대 마을을 한바퀴 돈다.

언덕빼기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좁은 길은 사는 사람들에겐 불편하지만 우리에겐 추억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주 벽화마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마을 입구에서 5백원이나 천원이라도 입장료를 받아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줘야 하지 않나?

구경 값을 내야 하지 않나? 돈 아니면 커피나 풀빵이라도 입구에서 사먹게 해야 하지 않나?

지자체는 우리가 부린 돈에 세금으로 뜯지만 어디에 쓰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 동네에서 쓴 돈은 일정 이 동네에 돌려줘야 하지 않나?

이런저런 생각.

그래 요새 오백원이면 그 누구도 부담 없겠다.

며칠 뒤 <오어선장> 펫북에 등대 1길이라며 사진이 올랐다. 방향이 다르지만 같은 곳이라 매우 반가웠다. 게다가 이 골목이나 길들은 아마 <나는 보리>(2018.김진유)에 나오는 길들일 거다. 영화 장면을 떠올리며 미소도 지어본다.

     <오어선장 사진. 아래는 내 사진>

새벽에 등대길을 돌고 누릉지로 아침 먹고 소돌아들공원을 걸었다.

강원도의 최고 유산 중 하나는 이 바위들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깊은 산에 간직한 엄청난 유산과 넓은 바다가 품은 유산들...

지금은 점점 파괴되어 사라져 가는 것들

한국 어디에 가나 흔한 아픈 풍광이지만 현재 지금 자기만이 벌려고 달라드는 매국노 같은 욕심자본가들과 그들에게 콩고물을 빨아먹는 관리들이 망치는 이 현실은 너무 괴롭다.

그기에다 우리도 매우 미약하지만 한 역할을 담당한다.

케이블카를 타는 순간 그들이 망가드리고 돈벌려고 한 행위를 찬성하는 것이 되는 것처럼.

왜놈 차를 사는 순간 왜놈들의 행위를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과 비슷한 것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고는 다 그렇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좀 애매하다 만은.

 

두 번째 방문한 주문진은 조용하고 차분한 행복을 우리에게 준다.

우리가 낸 것 보담 훨씬 더 많이.

또 다시 방문할거다.

우리 둘만은 말고 친구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