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피와 담배 - 술 취한 와중에 커피에도 취하다

무거운 빈가방 2011. 4. 15. 00:30

짐 자무시의 '커피와 담배'는 눈 앞에 피는 연기와 내음으로 콜록이는 기분으로 영화를 봐야 한다.

마시는 커피도 맛있게 음미한다기 보다는 에스프레소를 한방에 마시듯 꿀꺽 삼키기도 한다. 참 맛없는 영화다. 그들의 대화는 일상적이나 종횡무진이고 사람 헷갈리기 일쑤다. 그러나 그들이 앉아서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모습들은 탁자에 늘려진 재떨이나 커피 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이 동네 탁자는 죄다 바둑무늬판이다. 한칸 뛰어 검은색을 칠한 흰과 검음의 바둑판.

블란쳇이 쌍둥이로 나와 마시는 장면은 예외다. 둘 다 여성이라선지 주변과 방 탁자 조차도 매우 깔끔하다. 그러나 블란쳇의 스타킹이 망사라서 대화의 무늬는 모두 바둑판이라할 수 있다. 감독의 뭔 의도가 잇는지는 잘모르겠다.

 

영화의 매연과 담배 피는 모습 때문에 입에서 뭔가 스글거리는 니끼함이 올라오다 시간이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담배를 찾게되고 커피 한잔 간절해 지는 참으로 이상한 영화! 그들의 대화는 그냥 일상의 대화다. 커피와 담배가 일상이듯 그런 일상을 보여주는 흑백 화면 속의 번잡함과 차분함이 함께하고 있는.

 

초등학교 때인가? 커피란 것은 너무 생소한 놈이엇는데 어찌되엇는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내가 '코피'라는 말을 했는데 그 중 한놈이 벌떡 일어나 반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야, 이기 코피란다. 너거들 코피 마셔라. 병창이가 코피라 한다.' 생각 해 본적도 없는 이 기억이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왠 생뚱? 당시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허구한날 놀림감만 되었던 참 빙시같은 날들(지금도 그런 경우 왕왕있다.).. 그래서 늘 열등감이 자리하고 매사에 자신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어릴 때 생활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근래에 구서동 미래교육원 맞은편 뒤쪽에 '야루타'란 커피점이 생겼다.

덕분에 커피향이 이리 좋은지 입안에 퍼지고 머무는 것이 질 좋은 잎차 못지않은 것을 느꼈다.

키피에서도 오미 비슷한 것이 우러나오고 코끝을 자극하는 향은 강하여 내음 중에서도 당연 압권 이니 커피에 푹 빠질 수 밖에.

 

아메리카노라 부르는 놈들은 우리씩으로 표현하면 '아무렇케나'라 할 수 있듯 그놈들은 진짜로 아무렇게나 만든 커피임을 이를 통해 충분히 느껴진다.

 

내가 갈아 준 커피를 마신 강도사도 내 술처음 마실 때 향음 되듯 감탄을 연발한다. '키피에 이런 맛이 다 있습니까?'

 

 

갓 뽁은 키피(2주 정도의 기간 안에 마시는 것이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하네. 대부분의 커피점은 1년 정도? 그것도 지났는 지도 모르겠다.)를 넣어 둔 비닐을 풀면 그가 벌써 주인을 알아보고 은은한 향으로 자신을 알린다.

봉지 속의 커피를 꺼내면 이젠 그는 약간은 도도한 듯 자신의 색을 보여주고 강한 존재를 알린다.

그를 갈 때는 어떠할까? 손끝에 갈림의 진동이 날이 살짝 밝아오는 시간에 악셀을 느끼는 발의 맛과도 닮았다.

이 때의 기계음은 음악 이상이다. 번지는 향까지 함께하니 어더한 예술행위에도 비견이 된다.(물론 예술은 길지만 이것은 순간이다.)

 

끓는 물을 부을 때 부풀어 오르는 거품과 어릴 적 똥과자(쪽자)를 바라 볼 때 입에서 우러나오는 침과 노오란 색깔의 자극 그리고 달디 단 내음들 등등 오만 생각과 향수와 입, 눈, 배 까지 자극하는 이 요상한 물건은 진정 무엇인고?

 

각성의 효과도 잇다 하니 옛사람들이 여러 용도로 사용했음이 능히 짐작된다.

 

물론 약점이 있다. 돈이 좀 비싸다. 커피점에서 마시는 것 보담은 비싸다 할 순 없으나 집에서 먹는 것 치고 제법 비싸다.

난 따로 배운 적은 없는데 커피를 갈 때 조금 굵게 가는 편이다. 갈리는 소리와 갈릴 때 느끼는 손의 진동은 참 기분 좋다. 너무 갈면 이런 기분이 좀은 상쇄된다.  약간 둔탁함이 주는 쾌감도 있겠지.

 

그러다 보니 커피가 덜우러난다고 구박(?) 받은 적이 있다. 누님에게....(요건 좋은 커피 이전, 볶은 지 1년 넘은 놈들에 대한 이야기)

근래는 워낙 비싸다보니(300g 3만원 정도?) 다들 아까운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아내로 부터 강도사 및 그의 아내 까지 애껴 먹으라 한다.

얇게 갈면 양도 늘어난다고 구박한다.

 

사실 난 낭비자가 아니다. 그냥 내가 느끼는 감으로 내 입맛을 찾아갈 뿐이다.(술도 비슷하다. 각종 제조법과 방법에서 까다로움이 가득하다. 호롱이 본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술도 상당히 내 감으로 한다. 스승이 알면 기절할 정도다.)

드뎌 결심했다.(오늘은 사실 이 한마디 하려고 여길 들렀다.) 이제 좀 잘게 갈자고 모두가 그리 원하는데 또 그러면 더 나눠 먹을 수 있다하는데.....

 

서울 올라오기 전 낮에 아내에게 커피 한잔을 권하면서 드뎌 결심을 실천했다. 좀 더 잘게, 얉게 간 것이다. 커피는 분쇄되어 밀가루 비슷하게 힘없이 뭍어 있다. 여기에 물을 부으면 커피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술만들 때 하는 범벅이 될 것만 같다.(범벅 음식을 생각하면 된다. 끓는 물과 재료가 함께 뭉쳐지는) 물을 부으니 물이 아래로 잘 내려가질 않는다. 입자가 너무 고우니 물과 입자가 어울져 하나의 막을 형성하는 덕분이다.

그래도 기다리는 미덕은 있지 않나? 기다리니 대부분의 물이 필터를 거쳐 내려오고 난 아내에게 공손히 바치고 입에 한모금 .

 

아~ 아무렇게나!

 

왜 커피점 아무렇게나의 맛이 그러한지를 바리 알겠다. 커피점의 아무렇케나는 수익을 위해 이리 잘게 간 것이다. 그러니 자연 커피의 맛 보다는 너무 잘아서 나오는 쓴맛이 입을 지배하게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커피점에서 마무렇케나 마신 우리는 커피가 당연히 쓴맛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인 모양이다.

우리 전통주가 절대 아닌 막걸리 맛으로 이것이 전통인 양 착각할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우리 궁민들 처럼...

 

잘간 커피 한모금은 세작의 미세한 오미와 다르지만 궤를 같이 하기도 한다. 은은함과 강력한 향의 차이도 통할 수 있듯이.

단맛과 신맛 여기에다 쓴맛, 매운맛, 고소한 맛 등이 다양하게 교차되는 것이 좋은 커피의 맛이다.

 

나에게 더 이상 잘게 간 커피를 강요하지 말라. 그럴려면 그냥 마무런 집에 가서 아무렇케나를 마시라. 그러면 더욱 좋을 것이다. 주변에 가득한 커피향도 더 많이 나오니.

 

아침에 커피를 갈고 마신 뒤의 오후, 집에 들어오려고 마루 문을 여는 순간 베여있다 퍼지는 커피향 때문에 여기가 어딘지 착각할 때도 있다. 약간 굵게 간 커피의 향이 그렇게 엄청나게 많이 간 커피점의 향을 압도한다는 이야기,

 

마신 커피의 찬송을 이리 엄뚱소리로 길게 늘었다. 팔 아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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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2003)

Coffee and Cigarettes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39616&videoId=9492&t__nil_VideoList=thumbnail

 

http://www.youtube.com/watch?v=pxYRsqkRS_k

 

요약정보 코미디, 드라마 | 이탈리아, 일본, 미국 | 97 분 | 개봉 2006-07-27

감독 짐 자무쉬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자네 여기 웬일인가> 역), 스티븐 라이트 (<자네 여기 웬일인가> 역), 조이 리 (<쌍둥이> 역), 쎙께 리 (<쌍둥이> 역), 스티브 부세미 (<쌍둥이> 역)

 

줄거리

<자네 여기 웬일인가?>

자기 전엔 언제나 커피 한 잔!

시끄럽고 허름한 카페, 로베르토와 스티븐은 커피에 중독되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도 연신 진한 커피를 들이켜댄다. 커피와 담배에 대한 예찬으로 일관된 선문답은 희한하게도 계속 이어지고 로베르토는 어이없게도 스티븐의 치과 약속을 대신 가주려고 하는데….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스티븐 라이트

 

<쌍둥이>

갑자기 나타난 웨이터 스티브 부세미의 ‘쌍둥이 이론’

불평불만 가득한 이란성 쌍둥이 형제 조이와 쌩께, 어린 아이들처럼 오늘도 투닥거리기 일쑤다. 이들에게 다가온 종업원 스티브 부세미, 그는 이들이 쌍둥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쌍둥이에 얽힌 자신만의 ‘부세미 쌍둥이론’을 털어놓는데….

출연: 조이 리, 쌩께 리, 스티브 부세미

1986년 Saturday Night Live 방영

 

<캘리포니아 어딘가>

너 담배 끊었다며? -끊었으니까 한 대 정도는 괜찮아!

캘리포니아의 한 카페테리아, 톰과 이기는 테이블에 앉아 금연의 미학에 대해 토론한다. 그들은 금연에 실패한 사람들은 모두 의지박약이라며 비난한다. 그러나 톰은 담배를 끊었으니까 한 대 정도는 괜찮다며 이기에게 테이블에 놓인 담배를 피자고 권유한다. 결국 담배를 꺼내 물게 되는 처지에 놓인 두 사람. 이기는 카페테리아 한 켠에 놓인 주크박스에 톰 웨이츠 노래가 없다고 말하고 둘은 갑자기 묘한 신경전 앞에서 서로를 견제하게 된다.

출연: 이기 팝, 톰 웨이츠

199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단편부문) 수상

 

<담배는 해로워>

그러니까 제발 담배 좀 끊으란 말이야!

비니가 여태 담배를 끊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조. 비니에게 수 차례 금연을 강조하지만 비니는 조의 잔소리가 귀찮은 듯 중독되어 버린 걸 어쩌냐며 도리어 큰소리다. 이때 둘의 대화에 끼어든 비니의 손자, 할아버지에게 간식 살 용돈을 달라며 성화다. 갑작스러운 비니 손자의 등장에, 조는 잔소리의 화살을 비니의 손자에게로 돌리고 불량식품은 몸에 해롭다고 호통치기 시작한다.

출연: 조 리가노, 비니 벨라, 비니 벨라 주니어

 

<르네>

아름다운 르네, 그를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르네는 카페에 혼자 앉아 엽총, 권총 등 무기가 가득한 카탈로그를 읽으며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당도를 가진 ‘르네만의 커피’를 즐기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달콤한 휴식을 방해하는 한 웨이터는 뭔가 르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출연: 르네 프렌치, E.J 로드리게즈

 

<별일 없어>

정말 괜찮다니까~!

아이작은 알렉스가 오랜만에 자신을 불러내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알렉스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싶다. “너 정말 괜찮니?” 아이작은 거듭 알렉스에게 같은 질문을 묻는다. 알렉스는 그저 만나고 싶어서 불러냈을 뿐인데 자꾸 의중을 떠보려는 아이작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

출연: 알렉스 데스까스, 아이작 드 방꼴레

 

<사촌>

너랑 내가 다를 게 뭐 있냐구…!

케이트는 유명한 인기 여배우이다. 그녀는 자신이 묵고 있는 최고급 호텔의 라운지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촌 쉘리를 만난다. 우아한 금발머리, 아름다운 악센트를 가진 케이트와 정 반대로 히피같은 차림새에 하고 싶은 말이면 무조건 내뱉고 마는 제멋대로의 성격을 가진 쉘리.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커피를 마신다. 쿨~한 척 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케이트가 너무나 부럽고 질투나 죽겠는 쉘리와, 착한 척 하고 있지만 존재 자체가 잘난 척일 수 밖에 없는 영화배우 케이트의 신경전은 점점 극에 달하는데….

출연: 케이트 블란쳇 (1인 2역)

2005년 Central Ohio Film Critics 올해의 배우상 수상

 

<잭이 멕에게 테슬라 코일을 선보이다>

우주에서 가장 위대할 뻔한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

잭은 멕에게 자신이 만든 ‘테슬라 코일’을 선보이기 위해 집에서부터 커피숍까지 커다란 ‘테슬라 코일’을 가지고 온다. 심드렁한 표정의 멕은 잭이 테슬라 코일로 전류를 생성하는 장면을 보지만, 잭이 만든 테슬라 코일은 번쩍하는 빛을 내다가 이내 멈추는 최후를 맞게 된다.

출연: 화이트 스트라입스

 

<사촌 맞아?>

우리가 사촌지간이라고??

알프레드 몰리나는 그동안 자신과 같은 영국 출신의 배우 스티브 쿠건을 직접 만나보기를 고대해왔다. 드디어 스티브를 만난 날, 알프레드는 스티브를 보자마자 스티브의 열렬한 팬이라며 적극적인 호의를 베풀고, 스티브는 알프레드의 칭찬에 도취되고 만다. 알프레드는 스티브와 자신이 사촌지간이라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그다지 신빙성이 없는 사실을 말하면서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접근하지만, 자신을 향한 동료애 이상의 애정을 보이는 알프레드가 조금씩 부담스러워지는 스티브는 조금씩 그를 경계한다. 그러나 우연히 알프레드에게 걸려온 스파이크 존즈와의 전화를 엿듣게 된 스티브는 다시 태도를 바꾸려는데….

출연: 알프레드 몰리나, 스티브 쿠건

 

<흥분>

지금 이 이야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아?

우탕 클랜의 멤버 RZA는 자신이 요즘 배우고 있는 대체의학에 대해 GZA에게 설명한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한결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갑자기 이들 앞에 나타난 웨이터 복장의 빌 머레이. 그는 이들 앞에서 커피를 주전자째로 마신다. RZA는 커피와 담배 때문에 건강이 악화된 빌 머레이에게 몇 가지 믿기 힘든 대체의학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출연: 빌 머레이, RZA, GZA

 

<샴페인>

쓰디 쓴 커피도 달콤하고 우아한 샴페인처럼

한가한 낮, 점심을 먹은 후 티테이블 앞에 앉은 테일러와 빌. 점심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무료하고 한가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테일러는 음악이 있고 샴페인이 놓여진 파티를 꿈꾼다. 테일러는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쓰고 맛없는 커피를 마치 샴페인처럼 생각하고 건배를 하자고 빌에게 권유해 보는데….

출연: 테일러 미드, 빌 라이스

 

이영화의 키워드 : 옴니버스, 음악,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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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일상에게 던져진 소소하고 색다른 유머

 

제작노트About Movie

경쾌, 상쾌, 유쾌… 지적이기까지~!

 

짐 자무쉬 감독이 선사하는 11개의 단편들이 모였다!

 

1984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같은 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하여 무명의 짐 자무쉬 감독을 미국 인디영화의 기수로 떠오르게 만든 영화가 있었다. 황량한 흑백의 화면 속, 무심한 듯한 표정의 세 주인공이 특별한 목적도 없이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그 영화 <천국보다 낯선>은 젊은이들의 방랑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짐 자무쉬의 대표작이다. 짐 자무쉬는 <천국보다 낯선> 이래로 <데드맨> <고스트 독>, 최근 개봉한 <브로큰 플라워>까지의 장편영화들을 통해 일상에서 만나는 비일상,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하는 유머와 아이러니가 담긴 색다른 영화들을 선보여 왔다. 그는 이러한 장편영화를 만드는 틈틈이 연작의 성격이 담긴 단편영화 작업도 쉬지 않았는데 1986년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쇼 ‘Saturday Night Live’를 위해 만든 콩트 형식의 영상물 <자네 여기 웬일인가?>를 시작으로 17년간 꾸준히 채워간 단편영화의 연작들이 바로 <커피와 담배>라는 옴니버스 드라마의 형태로 완성되었고, 마침내 2003년 장편영화의 형태로 개봉하게 되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필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11가지 대화들은 지적이고 매력적이며, 때로는 수다스럽고 엉뚱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화 속의 특이한 캐릭터들보다도, 그들의 화려한 입담보다도 <커피와 담배>가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나른하고 따분한 일상에 필요한 각성제처럼, 쳇바퀴 돌아가듯 고단한 하루에 던지는 농담처럼 달콤한 상상에 빠져드는 것을 잠시나마 허용해 준다는 점일 것이다. 죽기보다 일어나기 싫은 월요일, 잠시 커피숍에 들른 점심시간에 <24시간 파티 피플>의 스티브 쿠건이 내 옆 테이블에 앉아 “이 옷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거야.”라며 우아한 척 뻐기는 장면을 목격한다거나, 커피를 주전자 채로 마시는 불량한 커피숍 점원, 빌 머레이가 주는 진한 커피를 마시는 월요일 오후는 분명 상상만으로도 유쾌하고 즐거운 일일 테니까 말이다. <커피와 담배>는 장편의 형태가 아닌, 단편영화의 형태로도 이미 발표된 적이 있었다. 이기 팝과 톰 웨이츠가 출연했던 <캘리포니아 어딘가>는 칸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으며, 케이트 블란쳇이 1인 2역으로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던 <사촌>은 2005년 Central Ohio Film Critics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국내에서 역시 <커피와 담배>는 2004년 전주영화제에 초청되어,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성황리에 상영된 바 있는 기대작이다.

 

짐 자무쉬 감독의 ‘인디정신’ 가득한 영화 <커피와 담배>. 가끔은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팍팍한 삶에 작은 쉼표를 건네는 짐 자무쉬의 단편영화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보자.

 

지겨운 일상 속에 던지는 엉뚱하고 잔잔한 유머~!

짐 자무쉬에게는 휴식이자, 실험이었던 영화 <커피와 담배>

 

한결같은 영화관람 취향에도 가끔은 변칙적인 ‘라인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정밀하게 세공된 다이아몬드처럼, 말쑥하게 잘 빠진 웰-메이드 영화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가끔은 거친 원석의 아름다움을 지닌 영화에 매료되는 때가 바로 그런 경우일 것이다. 이는 관객 뿐 아니라 필름메이커에게도 마찬가지다. 장편영화를 찍을 수 있는 명성과 그에 따른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었지만 거대한 프로덕션의 규모에 가끔은 감독 자신조차 기가 눌려버리는 순간, 감독은 엉성하지만 자유로웠던 무명 시절의 영화작업을 조용히 꿈꾸게 된다. 바로 그 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커피와 담배> 같은 영화 작업일 것이다.

 

<커피와 담배>는 그런 영화이다. 일상에 찌든 관객에게는 사소하지만 즐거운 상상력을 선물해 기쁨을 주고, 짐 자무쉬 감독 개인에게는 현재 자신을 있게 해줬던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달콤한 휴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짐 자무쉬 감독에게 <커피와 담배>는 휴식과 동시에 하나의 실험이기도 했다. <커피와 담배>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의 모든 부분이 대화 씬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인데,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로 끝나는 영화가 지루하지 않다는 점에, 내러티브의 기승전결이 존재하지 않아도 영화는 흘러간다는 사실에 관객들은 놀랐고 그 새로움에 열광했다. 일반적으로 대화 씬은 대개의 극영화(드라마일 경우)에서 전체 분량의 약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지만, 씬과 씬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기에 급급했으며 정보전달이라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가졌기에 가장 안정적이며 일상적인 촬영방식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대화 씬은 영화 내에서 감독 개인의 스타일을 엿보기 가장 힘든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화 씬으로만 이루어졌으며 한 공간이 영화의 전부를 차지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연출자로서는 과감한 용기이자 실험인 셈이다. 또한 <커피와 담배>에는 기승전결이 담긴 내러티브도 없었다. 대단치 않은 이야기를 대단한 듯 이어가는 흐름에서 오는 독특한 유머, 그리고 그 자체로도 하나의 완결성이 형성되는 순간은 관객에게 색다른 체험을 안겨줬다.

 

이렇듯 <커피와 담배> 속의 단편영화들은 일부러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위한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린 자유로운 대화들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언제 웃어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주인공들의 허무개그, 그리고 짐 자무쉬의 초기 작품세계부터 현재까지의 일관된 정서를 살펴볼 수 있는 것 또한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제한된 설정과 조건 안에서의 대안 찾기! <커피와 담배>는 짐 자무쉬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개성파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짐 자무쉬와 친구들

로베르토 베니니, 스티브 쿠건, 이기 팝과 록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 그리고 빌 머레이까지…. 이름만 들어도 절로 웃음이 나거나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개성파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영화 <커피와 담배>는 출연진 전원이 ‘자기자신’을 배역으로 맡아 연기하여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심지어 <사촌 맞아?>의 스티브 쿠건과 알프레드 몰리나는 서로의 필모그래피를 논했고, <캘리포니아 어딘가>의 이기 팝은 톰 웨이츠에게 드러머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기 팝과 톰 웨이츠는 <캘리포니아 어딘가>에서 아예 카리스마까지 내던진다. 카페테리아의 주크박스에 ‘네 노래가 있네, 없네’ 따위의, 펑크록계의 큰형이나 호탕하기로 유명한 재즈 뮤지션 치고는 다소 유치한 대화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진짜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로 짐 자무쉬의 연기연출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사촌>에서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우아한 금발머리의 얌전한 악센트를 가지고 있는 유명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생각나는대로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내뱉고 마는, 게다가 자기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촌 쉘리-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1인 2역으로 출연한다-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은 거의 ‘자기 패러디’의 최고봉을 달린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커피와 담배> 속의 배우들은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캐릭터를 조금씩 과장해가면서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평소의 모습인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자기 패러디’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출연 자체만으로 화제를 모은 스타들도 있었다. 록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잭 화이트는 ‘테슬라 코일’이라는 엉성한 발명품을 만들어 멕 화이트에게 니콜라 테슬라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만화적인 캐릭터를 연기했고, 스티브 부세미는 수다스러운 종업원으로 분해 불만투성이 이란성 쌍둥이(조이 리와 쎙께 리)-둘은 실제로 형제이다-를 보자마자 엘비스의 쌍둥이에 얽힌 ‘부세미의 쌍둥이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짐 자무쉬 감독은 <커피와 담배>가 아니라면 절대로 만날 수 없는 50대 백인 남자배우와, 힙합 아티스트 우탕 클랜(Wu-tang clan)의 두 멤버 GZA와 RZA의 우연한 만남을 가장한 단편 <흥분>을 만들어 다른 문화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발생하는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개성 넘치는 스타들과 그들을 이끄는 짐 자무쉬의 감각적인 연출이 앙상블을 이룬 영화 <커피와 담배>. 짐 자무쉬의 상상의 공간 속에서 초호화 캐스팅이 펼치는 11편의 코미디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