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산일기 - 분단의 비극을 뚝심으로 외롭게 끌고 간

무거운 빈가방 2011. 6. 28. 09:43

무산일기 (2010) The Journals of Musan

 

분단의 비극, 탈북자의 고통을 뚝심으로 외롭게 끌고간 영화이다.

 

이미 탈북자들의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다. 그들에겐 지금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무인도의 사람들 처럼 살아가는 외롭고 고통스런 현실일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무산일기는 이런 상상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냥 해보는것이 아니라 탈북자와 함께 살았던 경험들이 오롯이 뭍어 있고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뭔가 전달하고픈 감독의 욕구가 구구절절 베이게 한다.

 

사람이 가지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 희망일수도 있고 생존의 맨 아래에서 허덕이는 음식이나 휴식의 갈구일 수도있고... 남한 사회로 탈출하여 내려온 이들의 삶에는 희망이 잘 보이질 않는다.

대북 강연으로 약간의 돈을 받아 쓰는 이도 있으나 이제는 너무 많아진 탈북자들에겐 이런 기회가 없다. 취직도 잘되질 않고 이들을 멸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고용주들, 그들은 그들끼리 세상을 만들어 보지만 여기서도 사기를 통해 약자의 돈을 노리기 일쑤다.

 

세상에 적응해 보려고 발부둥 치는 한 인간의 고뇌와 변화, 무산일기는 꼭 탈북자가 아니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그러기에 탈북은 이제 탈북자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현사회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가르키는 말일 수 있다. 의 영화를 뛰어넘은 세상의 영화다.

 

 

1. 캐나다에서 한국인 집에 민박을 했다. 벤쿠버에서 토론토 까지 그레이하운드 타고 움직이면서 이 때 많은 사람들이 해 준 이야기 중 하나.

' 이민 온  사람은 대체로 처음에 누굴 만나느냐에 의해 직업이 결정된다.' 참 무서운 말이다. 세탁하는 사람을 만나면 세탁소를 비싼 권리금을 주고 인수히여 운영한다. 이는 또 다른 한국 이민자에게 권리금을 받고 넘긴다. 악순환이란 말을 한다. 무산일기에서도 이것을 볼 수 있다. 

 

2. 전문배우와 비전문 배우가 섞여 있다는데 이들의 연기는 참 부드럽다. 특히 벽보 사장의 연기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우찌저리 잘하노! 이에 비해 탈북자로서 사기 당하는 이들이 경철을 쫓을 때 다소 절박함이 떨어진다. 이 영화 최고의 티다.

 

3. 돈이 부족해서 인지 참으로 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찍은 것 같다. 길에서 플랭카드 붙이는 장면, 버스전용 차로에서의 역추적, 바뀌지 않은 신호등에서 죽으라 뛰는 장면 등은 너무 위험해  손에 땀을 쥔다. 독립영화가 이것 찍기 위해 차를 세울 능력은 없을터이니.

 

4. 승철은 상고머리 같은 특이한 스타일을 버리고 머리를 깎는다. 스스로 변화를 꾀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조금 깍는다. 아하! 이 감독은 저런 머릴 너무 좋아하는구나! 얼른 기를려고 요렇듯 조금 깎고 마는구나! 자기 머리 깎는 것에 대핸 너무 인색하다.

 

5. 철거지역을 롱테이크로 비춰주는 화면은 참 황량하다. 모든것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감이다. 줄타기 하는 사람들의 삶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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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및 언론시사회

http://www.youtube.com/watch?v=k9VL-SH2vP4&feature=related

 

 

 

 

 

아래 3만원짜리 개는 '혜화,동'의 개처럼 마치 잘훈련받은 배우견인 것 같다. 경철이 요놈을 버릴려고 끌고가려는데 버티는 장면은 압권이다. 진짜로 3만원 주고 산 개라하니 3만원의 효과는 최고의 투자다.

 

 

 

경철은 같은 탈북자에게 사기를 쳐서 살아가는 검버섯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친구 승철에겐 매우 자상한 형이기도 하다.

 

 

 

 

 

 

 

요약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개봉 2011-04-14 | 홈페이지 국내 twitter.com/musan2011 제작/배급 세컨드윈드 필름 (제작), 영화사 진진(배급)

감독 박정범

출연 박정범 (승철 역), 진용욱 (경철 역), 강은진 (숙영 역), 박영덕 (박형사 역)

 

 

 

 

 

줄거리

125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게 붙여주는 숫자이다. 탈북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힘든 승철은 벽보를 붙이는 일로 먹고 산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낙은 일요일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숙영을 만나는 일. 그러던 어느 날 승철은 숙영이 노래방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알바로 들어간다. 하지만 숙영은 승철에게 교회에서 자신을 모르는 척 해달라고 매몰차게 이야기한다. 한편 유일한 친구였던 경철은 탈북자 브로커 일이 잘못돼 도망자 신세가 되고 승철에게 자신의 전부가 달린 마지막 부탁을 하는데...

 

 

태그라인 여기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제작노트

<연출의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주민등록 번호. 당연하게 입으로 뇌까릴 수 있는 이 번호에서부터 차별받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민족이지만 외국인보다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 탈북자. 이데올로기나 체제에 대한 고민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처절한 생존 의지만으로 국경을 넘어 바다를 건너 먼 길을 돌아온 그들이 남한 땅을 밟고 나서 보게 되는 현실은 무엇일까. 또 다른 생존 경쟁의 한 가운데 던져져 살아남기 위해, 또 다시 누군가에게 짓밟히고 누군가를 짓밟아야 하는 그들의 삶은 남한의 겨울을 지극히 차갑고 무채색으로 보이게 할 것이다. 그들에겐 이곳의 현실도 여전히 힘들도 버텨내야 할 것들 천지인 곳이다.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삭막한 서울 한 복판, 화려한 포스터를 붙이고 노랫가락이 울리는 가라오케에서 일하는 탈북자 전승철. 지독하게 외롭고 답답할 때도 구원을 바라던 그의 꿈이 너무도 간단히 어그러지고, 다시 바로 잡기 위해 친구의 위기를 이용해야 하는 승철의 모습을 통해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탈북자란 집요한 꼬리표를 떼어버리기 위해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 하는 고독한 인간이 다만 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초고층 건물이 올라갈수록 바닥에서 몸을 웅크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또한 투영될 수 있기를 바랐다.

 

 

 

54회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2011) 수상신인감독상(박정범)

후보신인감독경쟁(박정범)

13회 도빌아시아영화제(2011) 수상심사위원상(박정범)

후보경쟁작(박정범)

40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2011) 수상VPRO 타이거상(박정범),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상(박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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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회 서울독립영화제(2010) 초청장편초청(박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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