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이상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무거운 빈가방 2010. 5. 19. 23:43

10-05-15 더 이상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

J'entends plus la guitare / I Can No Longer Hear the Guitar

 

부산에서 오랜만에 영화는 몇 개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화 첫날은 시네마테크에 와서 마음씨 좋은 키다리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호출이 왔다. 둘째날 영화 관계자 만나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무조건 영화는 한편 보자 싶어 같이 시네마테크로 갔다. 같이 영화 보고 영화 이야기 나누며 고견을 들을 기회인데............... 잤다. 이것참........ 처음 본 사람과 술먹으면서도 종종 자는 바람에 상대를 허탈하게 만들더니 이게 무슨 꼴이람.

 

살짝 늦게 들어갔는데 자막에 ‘더 이상 기타소리를 들을 수 없어’라는 구절이 뜬다. ‘아 장애인에 대한 영화구나’라 생각했다. 동유럽 영화라 했는데 말은 불어 같은데 지역이 어딘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살짝 물었다. 어디냐고. ‘파리’라한다. 동유럽 영화에 왠 파리? 똥파린감? 동유럽 사람이 파리에서 생활하는 이야긴감? 하긴 주인공은 직업도 없이 빌빌거리고 여러 여자들과 같이 지낸다. 어떨 땐 혼자지만 둘이 되기도 하고 셋이기도 하다.

위의 말 모두 다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기타소리는 제목이다. 난 누군가 말한 것이 자막에 나온 줄 알았다. 그리고 동유럽 영화가 아니다. ‘동시대 유럽 거장전’을 동유럽 거장전으로 본 것이다. 몇가지가 얽히니 헷갈리고 뭔가 목적 잃은 사람 마냥 멍하니 화면을 쳐다봤다.

 

서양인들의 사랑 타령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않는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기억나는 한가지. 남자는 사라이 뭔지 모르면서 표현할 필요가 없다하고 여자는 표현하다 보면 의미가 있게된다 한다. 난 언제나 여자쪽에 공감이다. 살면서 표현하지 못한 것 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뭐가 그리 아까워서 말을 아낄 것인가? 침묵은 동료를 팔아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가까이 있고 사랑하는 이에게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는가? 내가 도로에서 죽었을 때 나에게 표현 하지 않은 사람은 후회하지 않을까? 반대로 난들 후회하지 않을까? 지나친 확인이 불편하다는 것이지 표현은 언제나 감로수 같다. '팔만 뻗으면 언제나 닿을 것 같은' 그러나 뻗었을 땐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허공만 가를 뿐일 수도 있다.

 

카메라가 특이하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하니 관계자는 재미있었다하고 카메라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비춘 사람에게 오래 동안 비추는 기법을 사용했다 한다. 그랬다. 대화를 나누는데도 화자를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는다. 감독이 비춰주고 싶은 사람을 끝까지 비추고 그가 사라져야 다른 화자를 화면에 비춰준다. ‘1인칭 카메라 기법인가’? 어려운 말만 아니면 나도 말 붙이기에 일가견 있다. zz

 

담에 혹 누군가 정리한 것이 있으면 보완하여 올리겠다. 지금은 힘들겠다.

내 글 보다 더 긴 소개글을 올린다.(시네마테크부산 홈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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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필립 가렐

출연 베누아 레겡 (제라르 역), 요한나 테어 스테게 (마리안느 역), 얀 콜레트 (마르틴 역), 미레이유 페리에 (롤라 역), 브리짓 시 (알린느 역)

* 1991년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제라르는 새 여자친구 마리안느를 죽어서도 사랑하리라 맹세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의 관계는 식고, 결국 헤어지게 된다. 제라르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데, 어느 날 그는 마리안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충격에 빠진다. 점점 멀어져 가는 연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들의 사랑은 연속되는 시간적 맥락을 벗어나 쓰라린 이별에서 화해로, 존재에서 부재로 시공을 넘나든다. 시간에 종속되지 않는 이미지 속에서 연속적인 흐름을 표현해 내는 필립 가렐의 스타일이 잘 살아있는 작품. 사랑과 실연에 대한 필립 가렐의 자전적 경험이 투영되어 있는 영화로 자신의 뮤즈 니코에게 바친 영화이다.

 

필립 가렐 / Philippe Garrel

파리 출생으로 프랑스의 유명배우이자 연극 연출가 모리스 가렐의 아들이다. 겨우 19세의 나이에 1960년대 후반의 프랑스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준 첫 장편 <기억 속의 마리>를 연출하며, ‘스무 살의 랭보’, ‘고다르 이후 첫 혁명’이라는 극찬을 받는다. 1970년대 초반 이후 <내부의 상처> <깊은 고독> 등으로 영화작가로서의 명성을 얻는데, <내부의 상처> 이후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싱어 니코와의 로맨틱한 관계가 시작된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영화적 자화상, 개인적인 삶이 투영된 이야기 등 그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만들어온 영화들은 일상의 사건들을 실험적이고 시적인 영상에 담은 자서전적인 작품들로서 건조하고 쓸쓸한 정서 속에서 삶의 고통을 담아낸다. 장 뤽 고다르는 필립 가렐이 ‘마치 숨을 쉬듯이 영화를 만든다’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