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7층 이쁜이

무거운 빈가방 2020. 2. 25. 00:10

7층 이쁜이

 

처음 롯데로 이사왔을 때 7층에 살았다. 3년 쯤 살다가 경사진 롯데 보다 어머니에겐 덜위험하고, 전철 가까운데 살아보고 싶어서 부산대 앞 대우아파트로 이사 갔다. 그 때 전세가 2억이었는데 55평이다. 동시에 서울 한티에서 24평 아파트 전세를 25천에 주었다. 지금은 어림도 없으나 10년 가까이 된 그 때는 그래도 좀은 싼 편이다.

대우에 있으면서 어머니를 복지원 낮반에 보내었다.

처음엔 집을 잘 찾아왔는데 어느 순간 집 찾기를 잘못하신다.

이전엔 음식물이나 분리 수거 등은 어머니가 하셨다.

그런데 집을 못찾으니 이제 모든 쓰레기 문제는 내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오후 복지원에서 오면 반드시 출입문 까진 담당자가 모셔야만 되었다.

대우에서 2년 살았는데 복잡한 곳으로 오니 이상하게 정이 안들고 마음에 안들었다. 좋은 점 하나는 밤에 나가면 포장마차들이 있고 소주를 들고가서 살작 마시면서 오뎅으로 시간을 보내는 이다. 이게 가장 좋은 추억거리가 되었고 큰놈도 이걸 제일 좋아했다.

 

다시 롯데로 왓다. 이번엔 2층집을 구햇는데 앞 정원이 바로 우리 것이 된듯하고 이전 보다 꼭대기 인데 들어가는 입구에선 산 내음과 산골로 들어가는 느낌 까지 있어서 참 좋다. 전철역가지 거리는 대우 보다 3배 가까이 더 멀고 , 이전 밑에 살 때 보다 더 먼데도 오히려 가깝게 느껴진다. 심리란 참 묘하다.

 

새로 이사온 곳은 2층인데 어머니는 이전 7층으로 인지되는지 자주 7층으로 올라가신다.

7층에는 초딩여자아이와 그 엄마가 살고있었는데

항상 둘이 어머닐 모시고 내려와 띵동 한다.

미안키도하고 고맙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탈 때 마다

어머이 우리집 몇층?’ 하고 묻고 ‘2이란 대답을 자주 듣지만 몇 번에 한번씩은 7층으로 올라가신다.

 

7층가족은 그렇게 한번씩 얼굴을 보는 이웃이 되었다.

만나면 반갑고 즐겁다.

아이는 늘 이쁜이’(사실 이름도 모른다)라 불렀고, 가끔 보면 주머니에 먹을 것이 잇으면 주었다.

그리고 영화 관련 초딩 수준의 것이면 주기도 하고...

 

오늘 모녀가 밖에서 사진을 찍는다.

며칠전 이사갈거란 말은 들었는데 그게 오늘인지 몰랐다.

뭔가 허전하고 매우 섭섭하다.

이 아파트에서는 EV를 타면 누구든 인사를 한다.

인사는 여전하지만 근래 1년 동안 기존 사람들은 거의 이사 다가고 4가구 정도만 남아있다. 그런데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정이 든 모녀가 이사를 간다는 허전함이 이루말할게 없다.

집에 들어와 아이 줄만한 걸 찾으니 잘안보인다.

다행이 <책과 아이들>에서 전시를 하면 판 책이 있다.

, 나뭇잎 등으로 동물을 그리고 자연을 그린 작가의 그림책이다.

올라가서 주고 가족들과 사진 한 장 찍었다.




  < 아저씨는 차를 주로 달인단다.  서울에 함 놀러와 차한잔 하잔다. 아래 위층에 살아도 못 마신 차를 ...ㅎ,

    당구장에서 날 한번식 봣는데 확신이 안써서 인사를 못했다 한다. 차와 당구를 서울에서 ㅋ>


이쁜이에게

니 길가다가 날 보면 잘모르겠제? 혹 기억나면 꼭 인사해라. 맛있는거 사주께..’

 

언제 만나지겠노?

우린 아주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인사만 하는 사이이지만 괜시리 오랜 시간 함께 한 듯, 정이 듬북 들었다.

할머니는 작년 가을에 돌아가셨다

이쁜이 니한테 참 고마워 하셨을거다.’

 

엘리베이터 타면서 가끔 부딪치진 않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젠 이 기대감도 없어진다.

그들은 이사를 하고 난 일상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