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락 - 가장 가벼운 기분으로 본

무거운 빈가방 2010. 7. 21. 00:57

10-07-15 열락 - 가장 가벼운 기분으로 본

 

 참 재밌다. 우선 부담이 없이 보니 편하다. 주인공 와키자카는 인생이 제대로 꼬인 사람이다. 그가 사랑하는 제자는 결혼하여 가버렸지만 그녀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그의 인생은 극도로 꼬인다.

 

 돈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생각하니 돈이 생기면 우짤래? 하듯 거금을 그의 손에 쥐어준다. 물론 이 거금의 그의 돈은 아니다. 사랑하는 쇼코를 강간한 나쁜놈을 죽여 그녀를 해방시켜주는데 그것을 목격한 공무원이 감옥에 가면서 맡긴 돈이다. 5년의 복역 이후 돈을 찾으러 오겠다하고 감옥으로 간 공금포탈공무원은 살인을 묵과하는 댓가로 돈의 보관을 부탁한다.

 

 이제 이 돈을 써버려야 한다. 5년 동안 다 쓰고 자결하면 그 뿐이니 인생의 향락을 이 시기에 다 즐겨보자는 것이다. 얼마나 간단하냐? 돈을 펑펑 써버리는 주인공을 따라 눈만 주면 된다. 그런데 이 양반은 쇼코의 그늘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그녀를 닮거나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여자를 사고 섹스하는데 다 탕진한다.

 

 마지막의 반전은 우리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오시마는 여전히 계급과 섹스를 중심에 두었으나 다른 영화처럼 크게 복선을 두진 않는다. 나도 이런 식으로 영화 만들 수 있다는 표시인가? 그래서 부담이 없다.

 

  그리워하는 쇼코를 생각하면서 다른여인을 보는 와키자카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고 웃긴다. 남은 진지한데 웃는 다는 것이 좀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웃음이 나온다. 돈 써버리는 용도도 웃긴다. 꼭 그렇게 탕진해야하나?  사람의 그늘 뿐만 아니라 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반인의 체념이 오히려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http://www.youtube.com/watch?v=qDjtwe9IBP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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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 열락

(悅樂 / The Pleasures of the Flesh)

감 독 : 오시마 나기사 / 大島渚 Oshima Nagisa

등 급 : 15세 이상 관람가

출 연 : 나카무라 카츠오 (와키자카 아츠시 역), 카가 마리코 (쇼코 역), 노가와 유미코 (히토미 역), 시미즈 히로코 (케이코 역), 히구치 토시코 (마리 역)

정 보 : 1965 | 91min | 일본 | 35mm | Color

 

주인공은 한 절도범의 협박으로 그가 복역하는 동안 거액의 돈을 맡게 된다. 빈둥거리던 그는 돈에 대한 유혹에 빠지고, 결국 그 돈을 먹고 마시고, 여자와 섹스를 즐기는 파티에서 모조리 탕진한 후 응징을 피하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다. 전후 일본의 물질만능주의라는 비판적인 주제를 기괴한 스토리로 풍자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