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 21 라쇼몽 (1950) 羅生門 In The Woods -
세찬 비소리와 함께 들려주는 비장한 음악은 폐허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세상사 흘러가버려라 하듯
오케스트라를 이룬다. 근심 많은 스님은 한숨 쉬고 나뭇꾼은 한숨에 동조하듯 비를 바라본다. 여기에 등장하는 지나가는 행인 한명은 비를 피하기 위해 폐허가 된 라쇼몽(문 이름인가 절 이름인가?)에 모여 기이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내용은 아래에 적힌 줄거리 처럼 죽은 사무라이(가나자와 다케히로)와 그의 아내(마사코) 그리고 사무라이를 죽인 도적(다조마루)이 왜 사무라이가 죽엇는지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지나는 길에 시체를 보거나 일행을 본 목격자들이 관아에서 증언을 한다. 듣는 사람은 판관이겠지만 판관은 말 조차하지 관객에게 판관의
처지에서 함 생각해 보라 하듯 영화를 풀어낸다.
참 어렵다. 사무라이를 각자가 죽였다 한다. 모두 안죽였다 하여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도둑도 아내도 심지어 무당의 몸을 빌려 말하는 죽은이 자신도 자기가 사무라이를 죽엿다 한다. 이거 무슨 영문인가? 한 사건을 각자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니 같은 장소가 여러번 나온다.
모두 자기의 권위와 자기 변명이 있지 않을까? 잔인한 도둑으로 알려진 다조마루는 자기의 잔인성을 부각하고파 하고 아내는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둑이 아닌 자신을 경멸하는 남편에 대한 억울한 호소의 칼로 자기가 죽였다하고 죽은 사람은 아내가 도적돠 눈이 맞아 자신을 죽여라 하였기에 너무 분통이 터져 자결했다고 한다. 살인으로 벌을 받는 것 보담은 자신의 행세와 체면이 중시되는 장면들이다.
이 싸움을 끝까지 봣다고 하는 나무꾼은 싸움을 부추긴 마사코 때문에 두사람이 결투를 벌이는데 둘 다 서로에게 겁에 질려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고 시체만 봤다고 관청에서 주장한 내용과는 다른 말을 들려준다. 그러나 나무꾼도 마사코의 단검을 훔친 범인이니 그의 말도 진실되다 하기도 어렵다.
오리무중의 세상에서 오리무중의 사람들이 일을 일으키고 난장을 벌인다. 진리는 어디에 있고 무엇일까? 사건은 하나지만 여럿이 바라보니 사건이 여럿이 되어버린다. 마치 천안함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세상을 믿지 못하겠다는 스님이 버려진 아기를 키우겟다는 나뭇꾼을 보고 다시 인간을 믿게 되엇다는 결말은 다소 인위적이다. 이야기를 그냥 오리무중으로 끝냈으면 좋았겟는데 작위적인 결말을 지으니 잘나가든 이야기가 갑자기 옆으로 새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때 구로사와에게 뭔 일이있엇는가?
변화무쌍한 인간의 모습을 페허와 숲 그리고 관가라는 3군데의 무대에서 이야기와 행위로 펼쳐지는 라쇼몽은 진실은 실로 밝히기 어렵다는 명제를 제시한다. 더 놀라운 것은 중간에 나오는 음악이 볼레로인 점이다. 볼레로는 보데릭의 '욕망의 볼레로' 이후 침실음악으로 부상되어 사람의 가슴을 데워주던 음악이었다. 그런데 구로사와의 볼레로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서 흔들리는 진실에 대한 불신을 살짝 일으키는 정도의음악으로 흐른다. 연주자에 따라 음악의 해석이 다르듯 영화음악 또한 그러한 느낌이다.
1. 홍상수의 '오 수정'에서 한 사건에 다른 사람의 관점을 보여주었는데 참 흥미가 있엇다. 라쇼몽은 어쩌면 한장면 여러 해석의 원조격일 수 있겠다.
2. 요짐보의 주인공이 도둑으로 분했는데 요짐보 보다는 매우 흥분된 상태의 연기를 보여준다.
유튜브에 실린 동영상 아홉개 영화 한편이다. 일어가 되거나 영어가 되는 사람은 이것만 봐도 된다. 전부 다 들어있으니. 세상 참 웃긴다. 유튜브로 영화 한편 뚝딱 볼 수 있는 시대다. 이말도 못 믿겠으면 끝까지 한 보시든지.
http://www.youtube.com/watch?v=-XZCZHXmWbA
첫장면 페허와 내리고 흐르는 빗물 그리고 음악의 장엄함을 보라.
http://www.youtube.com/watch?v=XR9ZhLka6cM&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ISM9aY0sVHQ&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X-pOnZSm1FE&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fTi1AMRToTE&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FFjyg-Jm7i4&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JjCpCjNzKv4&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7qeJSebVqLQ&feature=related
칼을 들고 싸우는 것이 무사의 싸움인지 어린애들 장난이지 알기 어렵다.
http://www.youtube.com/watch?v=ufGhibcr4G0&feature=related
아래는 요약본 이다. 주요 내용이 잘정리되어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3iKN2klFN1E&feature=rel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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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보 스릴러 | 일본 | 90 분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 미후네 도시로, 모리 마사유키, 쿄 마치코, 시무라 다카시, 치아키 미노루
전란이 난무하는 헤이안 시대, 억수같은 폭우가 쏟아지는 '라생문'의 처마 밑에서 나뭇꾼과 스님이 '모르겠어. 아무래도 모르겠어' 라며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시 비를 피하러 그곳에 들른 한 남자가 그 소리를 듣고 궁금해 한다. 이들은 이 남자를 상대로 최근에 그 마을에 있었던 기묘한 사건을 들려준다. 사건이 벌어진 배경은 녹음이 우거진 숲속. 사무라이 타케히로(모리 마사유키)가 말을 타고 자신의 아내 마사코(교 마치꼬)와 함께 오전의 숲속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늘 속에서 낮잠을 자던 산적 타조마루(미후네 도시로)는 슬쩍 마사코의 예쁜 얼굴을 보고는 그녀를 차지할 속셈으로 그들 앞에 나타난다. 속임수를 써서 타케히로를 포박하고, 타조마루는 마사코를 겁탈한다. 오후에 그 숲속에 들어선 나뭇꾼은 사무라이 타케히로의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곧 타조마루는 체포되고, 행방이 묘연했던 마사코도 불려와 관청에서 심문이 벌어진다. 문제는 겉보기에는 명백한 듯한 이 사건이 당사자들의 진술을 통해 다양한 진실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즉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먼저 산적 타조마루는 자신이 속임수를 썼고, 마사코를 겁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라이와는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인 것이라고 떠벌린다. 하지만 마사코의 진술은 그의 것과 다르다. 자신이 겁탈당한 후, 남편을 보니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초리였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을 경멸하는 눈초리에 제정신이 나간 그녀는 혼란 속에서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무당의 힘을 빌어 강신한 죽은 사무라이 타케히로는 또다른 진술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오히려 산적 타조마루가 자신을 옹호해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자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진술 속에는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담겨있다. 좀처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없는 이때, 실은 그 현장을 목격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뭇꾼이다. 그는 마사코가 싸우기 싫어하는 두 남자를 부추겨서 결투를 붙여놓고 도망쳤고, 남은 두 남자는 비겁하고 용렬하기 짝이 없는 개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영화의 키워드 : 사무라이
제작노트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라쇼몽>으로 1951년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와 그 이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고, 서구 영화계와 지성계에 전광석화 같은 충격을 주었다. 인간은 자신의 주관적 진실에 아무리 충실하다고 해도 결코 진실 그대로에는 접근할 수 없다는 인식론적 주제를 명확한 표현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2000년 베니스 영화제 50주년에서도 의문의 여지없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실 국제 영화계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에게 인간의 이중적인 오묘한 심성을 가식 없이 일관되게 추구하였다고 평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금 보아도 여전히 동시대 범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연출가라는 극찬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의 권위있는 아쿠다가와 문학상을 탄생시킨 일본 작가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원작 소설 <라쇼몽>과 <숲 속>을 근간으로 하여 재구성하였다. 배경은 일본의 헤이안 시대인 11세기. 살인 사건에 관계된 산적과 무사 그리고 그의 아내와 목격자인 나뭇꾼이 등장하여 각자 자신의 입장과 행동에 따른 주관적인 해명으로 진실을 윤색한다. 구로자와는 한 가지 사건을 두고 각각의 개인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증언을 하기 때문에 인간사에서 진실이라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연출론을 밝혔다. 배경음악인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와 살인 사건의 판결자인 재판관은 화면에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위압적인 분위기로 사건을 풀어가는 기법과 숲을 지나는 나뭇꾼을 보여줄 때 키 큰 나무 사이로 햇빛이 영롱한 샘물처럼 살짝살짝 비치는 촬영 기법 등은 서구인들이 '움직이는 산수화 같은 영화'라는 호평을 던지며 열광할 수 있는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또한 서구인들이 특히 놀란 것은 이 영화에서 귀신이 강신하여 무당의 입을 빌어 자기 진술을 하는 샤머니즘과 심지어 "귀신도 거짓말을 한다"는 래디칼한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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