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24 란 (1985) 乱 Ran - 구로사와에 대한 경의를 한번 더 확인하는
아~ 색체가 주는 현란함은 색체의 권위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도 물들게 하여 영화와 하나의 동화를 이루게 하는 것 같다.
구로사와의 '란'은 지금까지 구로사와 영화를 집대성한 작품 같다. 처음 부터 보여진 그의 힘은 더욱 커졌고, 칼라의 맛을 본 노장은 수묵화에와 수채화의 마법도 잘도 꾸려낸다. 화가의 경지 까지 뛰어넘어 버린 듯하다.
지금 까지는 개별 전투의 사무라이의 모습을 꾸준히 담았지만 여기서는 군대의 싸움이기에 현란한 개인기는 없다. 집단적인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무엇 보다 자신의 군진을 표현하는 깃발이 중요하고 깃발은 각 부대별로 색체를 달리한다. 원색으로 칠한 깃발은 영화의 가장 강력한 배경이자 힘이다.
말이 달릴 때 내는 먼지, 성을 에워사는 안개, 타는 성과 불화살들 이 모둔 것둘이 색체와 함께한다.
무너진 성벽의 고요나 그 아래에서 번민하는 사람의 소리 조차도 색체와 함께한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배반이 아닐까? 잘못돤 권력의 이양은 결국 자신을 해하는 화살로 돌아온다. 이 모든 것이 업보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복수를 원하는 사람과 용서를 하는 사람으로 나눠진다, 복수를 원하는 이도 용서를 행하는 이도 모두 죽으니 세상은 이 만큼 혼탁하다는 의미 일 것이다.,
충성 - 각자 주군에 대해 바치는 충성도 대단하다. 물론 이 속에는 배반으로 주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도 있다. 한번의 배반은 또 다른 배반을 가져 오는 법, 배반의 계략으로 승리한 둘째가 자기에게 협조한 사람을 쫓으면서 하는 말이다.,
전쟁의 화려함과 비참함을 동시에 담는다. 그러나 비참함 보다는 화려함에 방점이 찍혀있다.
영화의 촛점은 성주 이치몬지이다. 17세 때 군사를 일으켜 주변 성을 점령하고 거대 성주로 성장한 그는 차지한 성의 여식들을 거둬 자기 자식과 혼례를 시킨다. 이것은 그 성의 백성들의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고대적 수법이다. 그러나 첫째며느리의 계략에 줏대가 서지 않은 자식들은 흔들리고 골육상잔을 시작하게 된다.
10대에 군사를 일으켜 승리를 해 왔고 그가 처단한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져 본적이 없는 그의 권력은 힘의 상징이지만 오만의 상징이 될 수가 있고 오랜 기간 잡은 권력은 차기 권력가(여기선 자식들)를 지치게 만들 수도 있다.
세째의 충언(지금 권력을 양도하면 내란이 일어날 것이라는)을 물리치고 첫째와 둘째의 달콤한 말에 녹아난 성주는 결국 자신의 일 처리 방식 때문에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넣게 된다. 성주가 구석으로 몰린다는 것은 그를 지키는 무장들은 죽음을, 여인들은 자결을 택하게 만드는 일. 홀로 살아남으니 미칠 수 밖에, 자신이 무너뜨린 폐허가 된 성 담벼락에서 달을 보며 하늘을 보며 날을 보내는 미친 노인의 모습과 심정을 통해 업보를 다루며 전쟁 없는 장면이지만 전쟁을 또 다른 형태로 표현한 압권 중 하나가 된다.
최고의 주요점은 전쟁이다. 리어왕을 전국시대로 옮겨 왔다고는 하나 인간의 비극이나 업보 등은 부차적이다. 전쟁의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에 나머지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구로사와는 이 힘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전쟁과 집단. 일본의 힘을!
1. 구로사와는 이 영화를 통해 집단성을 마음 껏 발휘하여 국가의 힘을 표출해 보려 한 것은 아닌지?
2. 다른 구로사와 영화 처럼 언제나 무사만 있을 뿐 민중은 없다. 장남 타로의 명으로 이치몬지에게 등 돌린 백성을 죽이라고 명하는데 백성은 잘못 없다고 설득하는 대사 단 한번만 있을 뿐이다.
3. 구로사와는 <란>을 두고 자신의 ‘필생의 역작’이자 ‘인류에게 보내는 유언’이라고 말했다 한다. '필생의 역작'은 충분히 이해가 되나 '인류에게 보내는 유언'은 무엇일까? 생은 배반의 연속이기에 틈이 생기면 골육상잔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일까? 자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를 기도로 용서하는 마음을 가진 '시에'처럼 살아라는 것인가? 인류에게 보내는 유언으로는 부족함이 너무많은 것 같다. 자신의 오만으로 자식에게 배반을 당하고 골육상잔 까지 하게 만드는 '이치몬지'처럼 커버린 자신의 위치를 너무 높이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엇을까? 높은 곳에 있으면 남을 설계하려 드는 경우가 많다.
구로사와 영화는 영화 자체에 매우 충실하고 천재성을 보이나 인류의 주구성원인 하층민에 대한 애정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인류에의 유언은 당치 않는 말이다. 그가 경이로운 감독임에는 틀림없지만.
배반, 권력의 이동, 주군에 대한 충성, 골육상잔, 전쟁의 비참함, 업보, 그러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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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utube.com/watch?v=AbbfDntoRRk&feature=f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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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포스터와 외국 포스터를 비교해 보면 무엇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 살짝 엿볼 수 있을 듯 하다.
이 첫장면의 고요는 아무 생각없이 다음 동작을 기다리게 만들어 준다. 처음 부터 너무 생각하면 영화가 힘들어 진다.
이 당당한 70세의 노인
한 때 그의 부하엿던 무사들도 등을 돌린다. 권력의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믿는 도끼가 발등을 노린다.
내가 본 압권의 장면 미친 영감을 사이에 두고 장남과 차남의 군사가 둘로 나뉘어 그를 바라 본다. 이 다음 장면은 성문을 나서는 장면인데 그 장면이 더 좋으나 사진을 찾지 못했다.
한여름밤의 꿈같은..
한국판 포스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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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보 시대극, 드라마, 전쟁 | 프랑스, 일본 | 160 분 | 개봉 2004-04-16 |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 나카다이 타츠야 (이치몬지 히데토라 역), 테라오 아키라 (이치몬지 타로 타카토라 역), 네즈 진파치 (이치몬지 지로 마사토라 역), 류 다이스케 (이치몬지 사부로 나오토라 역), 하라다 미에코 (카에데 역)
16세기 일본 전국시대, 손님들과 함께 멧돼지 사냥을 끝낸 성주 이치몬지 히데토라(나카다이 다츠야)는 일흔의 나이로 자신의 권력을 아들들에게 넘겨주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그리고 사냥을 함께 한 다른 영주는 자신의 딸을 그의 아들과 혼인시키려 한다.
아들들을 따로 불러 모은 그는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장남인 타로(테라오 아키라)가 자신의 뒤를 이어 가문을 이끌 것이라 선언한다. 그리고 둘째, 셋째 아들인 지로(네즈 진파치)와 사부로(류 다이스케)에게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성과 그에 딸린 영토를 주겠다고 한다. 자신은 난세에 외곽에서 호위대를 거느리고 자식들에게 기대어 안락하게 여생을 보낼 생각이라는 것.
하지만 막내인 사부로는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망령이 들었다고 비난하게 되고 이에 분개한 히데토라는 사부로와 절연한다. 충직한 탄고(유이 마사유키)가 사부로를 감싸지만 그는 들은 체 만 체다. 사부로는 형제들 사이의 권력투쟁을 예견했던 것.
그 과정을 지켜본 후지마키는 사부로를 자신의 영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처음에는 권력에 별로 욕심이 없었던 장남 타로가‘모든 권력과 호칭을 넘겨받지 못하면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아내 카에데(하라다 미에코)의 부추김에 차츰 히데토라의 권력을 완전히 차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이 히데토라가 타로의 부하를 화살로 쏴 죽이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갈등이 점점 고조된다. 분개한 히데토라는 본성을 나와 지로의 성으로 가게 되나 미리 타로의 급전을 받은 지로의 태도에 히데토라는 지로의 성마저 나와 헤매다 결국 3번째 성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고 바로 다음날 타로와 지로의 연합군이 성을 공격하게 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장남 타로가 전사하게 되고 지로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결국 성이 함락되고 히데토라는 거의 미친 사람이 된다. 그러면서 사부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EBS)
이영화의 키워드 : 희곡원작
제작노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 왕>을 일본의 전국 시대로 옮긴 구로사와 아키라의 마지막 시대극. 구로사와는 <란>을 두고 자신의 ‘필생의 역작’이자 ‘인류에게 보내는 유언’이라고 말했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아 3개의 성을 거느린 무장 이치몬지 히데토라는 장남에게 성주의 지위를 물려 주고 세 아들에게 성을 하나씩 맡기겠다고 선언한다. 장남 다로와 차남 지로는 이를 환영하지만, 막내인 사부로만은 형제끼리 피를 흘리며 싸우게 될 뿐이라며 아버지의 어리석음을 경고한다. 자식에게 모욕당했다고 생각한 히데토라는 사부로와 중신 히라야마 단고를 추방한다. 하지만 그는 오래지 않아 남은 두 아들에게 배신당하고, 다로와 지로는 가증스러운 싸움을 시작한다. 모든 것을 잃은 히데토라는 광기에 사로잡혀 들판을 헤맨다.
구로사와의 영화 중 가장 장대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작품으로, 화려한 색채와 극단적인 구도는 표현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촬영 중 자신이 원하는 영상과 사운드를 얻기 위해 스태프들과 격렬한 다툼을 벌인 것은 유명한 일화. 의상이 무거우니 바꿔 달라는 배우의 요청에 배우를 바꾸라고 일갈하는가 하면, 30초짜리 장면의 촬영에 8개월의 시간을 들이는 등 독재에 가까운 완벽주의를 보였다. 음악가 다케미쓰 도루는 구로사와와의 대립으로 인해, 차후 그의 작품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세를 이루었으나 주변 인물로부터 배신당하고 고립되는 히데토라는 구로사와 본인을 강하게 반영한 캐릭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와의 합작으로 완성되었으며, 1986년 아카데미영화제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의상상을 수상했다.
(한국영상자료원 - 2010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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