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19 리미츠 오브 컨트롤 - 고독한 킬러와 고독한 관객의 대결 아트모모
고독한 킬러와 영화를 보는 관객과의 싸움이다. 킬러의 긴여정은 그 길이만큼 관객에겐 의문을 준다. 아직도 타켓이 정해지지 않았나? 이젠 만나겠지? 만나는 사람은 많은데 그들은 모두 접선책일 뿐이다. 점선책은 ‘스페인어 할 줄 아느냐?’ 는 질문을 시작으로 오직 자기 관심사만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건네주는 것이 성냥갑 하나. 그 갑 속에는 뭔가 지시 사항이 있는데 글과 숫자(주소인 듯한) 몇 자. 다 본 그는 그것을 씹어 먹는다. 머리 위에는 헬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비행하고 있다.
주인공의 표정은 변함없다. 웃는 장면 한둘 정도이고 아침이면 쿵푸 동작으로 몸 풀기를 한 뒤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에스페레소 2잔을 시킨다. 왜 두 잔일까? 모른다. 그만이 알 것이다. 접선책을 부르는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미국인이며 그 지역에선 이방인이라 앉아만 있어도 알 것이다.
참 고독하다. 킬러도 혼자서 긴여정을 다니니 고독해 보이는데 컴컴한 영화관에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 화면에 집중하려는 나도 고독하다. 고독하다 지치면 잠에 빠지고 깨면 다시 긴여정이 시작된다. 내가 이해가 더디다고, 존다고 하여 예술이 예술 아닐 수 없다. 그의 여정 자체가 그림이요 기다림의 연속인 인생이다.
포스터에 기타를 들고 가는 장면이 있다. 난 그 안에 흔히 말하는 총이 들어 있는 줄 알앗다. 그냥 기타다. 킬러는 단지 기타에서 줄 하나만 꺼낼 뿐이다. 무슨 종교의식 같다. 그냥 킬러가 줄 하나 준비하면 되는데 많은 사람을 거쳐 중간에 만난 접선책에게서 덩치 큰 기타를 받고 그 안에서 줄 하나만 취하다니.
타켓을 만나 그를 해치는 장면은 압권이다. 우리가 보기 힘든 생각을 완전 바꾸는 압권이다.
자무쉬 영화는 이제 겨우 두 번째다 자무쉬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봄에 국제교류문화 센타에서 접한 ‘커피와 담배’. 커피와 담배는 이에 대해 길게 수다를 늘어 놓는 옴니버스식 구성인데 이들 수다가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이 때도 견디기 어려웠다.
자무쉬는 다시 만난 거대한 산이다. 영화에 그의 철학을 듬뿍 넣어 둔 듯하여 그의 시선을 쫓아 세계를 만나려하나 내 머리의 한계가 언제나 눈을 감게 만드니 이것이 나를 미치게 한다. 방법이 없다. 다시 그 산에 가서 넘어 보는 수밖에. 그러다 안되면 그 산을 우회하여 다른 산으로 가는 거지.
http://www.youtube.com/watch?v=YJQ5bLmYG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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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보 범죄, 스릴러, 드라마 | 스페인, 미국, 일본 | 116 분 | 개봉 2010-08-12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이삭 드 번콜 (론 맨 역), 존 허트 (기타 역), 빌 머레이 (미국인 역),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멕시칸 역), 틸다 스윈튼 (블론드 역)
알 수 없는 퍼즐과도 같은 그들과의 만남
그 끝에 마지막 미션이 숨어있다!!
공항에 들어선 한 남자. 그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남자에게 성냥갑 하나를 건네고, 스페인에서의 끝을 알 수 없는 임무를 지시한다. 그렇게 남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스페인에서의 여정을 시작하고 언제나 까페에 앉아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시킨다. 그런 그에게 접근하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에 대한 어떤 소개도, 남자가 해야할 일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악기, 영화, 슈베르트, 다이아몬드, 분자 등 오직 자신들의 관심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가 성냥갑 하나를 남기며 사라진다. 그리고 남자는 그 성냥갑으로 다음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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