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보고 들은 것을 이제 올린다. 적은 것은 몽땅 올릴끼다. 언제까지 이럴 지 몰라도. 내맘이다. 당분간은 멈추지 못한다. 시작이 아까워. 내 정리이면서 일기라고 생각한다. 강의 내용은 매우 좋앗으나 정리가 좀 헷갈릴 수는 있겠다. 서울에서의 이방인 이탈리아 설계사들. 서울에서 먹는 스파게티 맛 같다.
2/18(목) 이탈리아 스타일전 그리고 특별강연 ‘한국 속의 이탈리아디자인’
‘한국국제교류재단문화센터’에서 이탈리아스타일전이 열렷다. 어찌 알았느냐고? 중앙시네마에 영화 보러갔다가 찌라시 있어서 봣더니 이탈리아전이다. 유리, 공예 등의 전시인데 ‘한 미술관’하는 나인지라 가려고 했다. 어느날 날짜보려고 인터넷 검색햇더니 왠 떡 강연도 있단다. 설 다음날 부산에서 전화걸어 강연 신청했다. 화요일도 있었는데 교통이 복잡할까 신청했다가 취소했다.
이탈리아 스타일 전
‘인간성을 회복하는 감성적 디자인을 제시’ ‘수공예 전통과 장인정신의 계승’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의자, 수납장, 조명, 식기 등의 수공예를 연도별로 나열하고 특징들을 살려 주면서 전시가 이뤄졌다.
제법 황홀하다. 조명은 빛나면서도 눈부시지 않고 은은함을 갖춰 편안하다. 수납장 등도 수수하다. 일반 나무로 만들었으면서도 적절히 붙이고, 칠하고 하여 큰돈 안들이면서 색채감을 갖췄다. 은식기는 어떻겠노? 눈부시다. 동시에 실용적이다. 우리 은은 독살 방지용으로 주로 수저에 썼다. 언놈이 독탔나 의심되면 은수저를 담구어 은의 빠른 변화를 활용한 자기보호 법이다. 주로 궁궐에 많이 사용했다. 그래도 독살 당한 왕들 제법있다.
의자.... 참으로 아기자기하다. 간단한 소재로 이리 예술성을 갖춘다는 것이 신기하다. 왜 많은 가구 회사들이 이탈리안 스타일로 만들며 그리 선전하는가를 이제 이해할 것만 같다. 재료비는 정말 얼마 안들은 듯하다. 수수하지만 의자의 기능을 살리고 동시에 민첩함과 안락함을 갖췄다. 저렴한 비용으로 실용성과 예술성을! 금상첨화 아닌가?
많은 것들 전시하여 같은 위치에서 보는 장점이 있으나 부러 2층에 올라가 전체 전시를 보는 것도 참 재밌다. 가장 아쉬운 것은 왜 하필이면 이 때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을까? 내일이나 모레쯤 다시 가서 사진 찍어야겠다.(결국 사진 못찍었다. 못갔으니.. 아쉽다.)
‘한국 속의 이탈리아디자인’ 두명의 이탈리안이 나온다. 모두 한국에서 객원교수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강의는 영어로 한다. 통역자는 ‘다 알아들으시겠지만 혹시나 하여 통역하겠다’ 한다. 뜨끔하다. 그 혹시나가 바로 나를 지칭할 줄이야. 두어번 정도는 안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이상한 아지매다(처이인지는 몰라도 나를 놀라게 하니 무조건 아지매다.) 그럴 때 못알아듣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그냥 웃을 뿐이다. 누구 시처럼.
2/18(목) 한국 속의 이탈리아 디자인
MOTOElastico 마르코 브루노(Marco Bruno) 건대교수 , 시모나 까레나
강의를 위한 찌라시엔 이렇게 적혀 있다.
본강의의 개념은 ‘Space Tracing(공간 추적)’이다. 이 용어는 모토엘라스티코(MOTOElastico)가 2007년 가을 트라이어 갤러리(Traiad Gallery)에서 개최한 첫 번째 한국전시의 제목과 연계되어 있다.
이번 강의에서는 모토엘라스티코가 한국이라는 지역문화환경 속에서 2002년부터 2010년 까지 착수한 프로젝트들간의 상호관계를 논할 것이고, 특히 디자인 과정에 큰 영향을 준 물질 요소들에 대해 다룰 것이다. 또한 한국의 현대 문화 틀 안에서 육성된 기존의 작품들과 공간, 그리고 행동 간의 다양한 관계를 확립할 것이다. 본 강의는 새롭고 창의적인 형태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교육 방법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데 목적을 둔다.
이번 강의에서는 아래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괄호의 지명 등과 그 뒤의 재료 등은 듣고 간단히 적은 것이다.)
- 두에미오 본점(명동)
- 루이 까또즈 본점(청담동) ; 시장의 찍찍이, 종이 쌓은 것 활용
- BBQ 분점(노원)
- 안양 오징어 정거장 ; 장애용 보도블록 이용
- 잠원 상업 빌딩 ; 간판 활용
-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키오스크(Kiosk) ; 간판으로 병풍을 만듬
- 그라파 라운지(홍익대) ; 의자와 바닥에 앉는 방법 활용(앉기, 서기, 의자의 혼용)
시설비 5천정도, 수수료는 15% 정도 - 나중 질문해서 알았다.
- 라티아 본점(청담동) ; 포장마차 안의 디자인 활용
- 경기대학교관(수원) : 기와장의 이미지 활용
- 창천 하우스(창천동)
- 아산미디어센터
- 기무사 게이 폴리스스테이션 ; 경찰 방패 활용 (운전병 대기 공간)
- 한옥(종로) ; 28평
<강사소개>
모토엘라스코는 서울에 기반을 둔 몇 안되는 외국 건축설계사무소이자 두명의 이탈리아 건축가(시모네 카레나, 마르코 부루노)가 운영하는 유일한 사무소이기도 하다.
도시개발, 건축,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 등 다양한 학제간의 활동을 하고 있다.
모토엘라스티코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노하우(Know-how)와 노와이(Know-why), 디자인과 건설, 투자와 수익, 꿈과 현실, 배움과 나눔, 전통과 혁신, 기술적 발전과 환경적 지각 사이를 오가는 “탄력적 움직임이다.(elastic movement)”이다.
이양반들 한국에선 9년이나 있었는데 2001년에 도착하여 2002년부터 작업 시작했는데 건축물을 실험적으로 변형한 과정들 많다.
회사 이름부터 고민의 흔적이 나타난다.
모토 = 오토바이, 모션, 형식, 혁명, 무비먼트, 원형(일어), 불(소와일리어)
일라스틱 = 탄력적 움직임(스프링 같이) 오리지날 스테이트로 돌아가는 것을 뜻함
모토일라스코 = 복잡한 이름, 실수하면서 배우고 탐 한다.
두 이탈리아 인이 영어로 진행 하는 강의, 대학교수(아마 직책상 강사 일듯)로 있으면서 설계사무실을 가지고 인테리어 등의 다양한 일을 하고 있고, 그들의 사무실부터 그들이 진행한 프로젝트가 매우 재밌고 신기하기도 했다.
나도 건물을 비록 하나지만 짓게 해 봤고, 여러 건물과 인테리어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한 것들을 보니 건축의 설계나 인테리어 그리고 수리 등이 그리 단순한 사고로 작업 할 일은 아니구나 싶다. 내가 본 무수한 건축들 그리고 인테리어들은 그냥 공간을 꾸미거나 메우는 작업이고 약간의 아이디어로 어떤 물건을 붙이고 각을 어느 정도 비틀고 하느냐는 문제의 고민 정도였겠다 싶을 정도로 기존의 것을 폄하 하고 싶어졌다.
미래교육원을 보라! 저건 제법 잘나가는 설계사가 설계를 했으나 외형의 실질적 구상은 용학형이 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형이 그려 준 것은 아니지만 매우 복잡한 초기의 설계를 보고 한 말 ‘사람도 큰 사람이 장신구를 너무 걸치면 보기가 그리 좋지 않다. 작은 사람이 치장을 하면 아기자기하고 이쁘게 보이지, 63빌딩 보라. 거대하니 매우 단순하지 않는가?’
그랬다 그 이후로 동래여고 앞에 있는 두 건물, 세정(인디안)과 위에 노란 혹을 단 건물의 호불호가 바뀌고 말았다. 그리 단순해 보이던 세정이 깔끔하면서도 눈을 피로하게 만들지 않는 비례의 극치로 비치기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미래교육원의 수려하면서 준수한 외모는 이리 탄생했다. 전문가인 설계사 설득하는 데 힘이 들었지만.
이 친구들은 아이디어를 일상에서 얻는다. 위의 프로젝트 옆에 간단히 적어 두었지만
찍찍이를 활용한 점포(구두, 가방 등 판매점), 시장에 쌓아 둔 종이나 포목점에 쌓인 포목의 모습을 활용한 디자인(루이까또즈), 장애용 보도블록을 활용한 것, 서울엔 불법 간판만 하루에 50여개를 뜯는다 한다. 이것을 수거하여 광주비엔날레의 조형과 작업실, 의자 등으로 활용한 것, 한국인은 바닥에 그냥 앉거나 의자에 앉거나 하는 앉는 방법을 활용한 술집, 포장마차의 실내, 일식집의 회전탁자, 경찰의 방패, 미사일 , 너무 많은 간판으로 건물의 본모습을 잃는 현실을 감안하여 간판을 최소화 시킨 건물(미래교육원도 이 생각을 가지고 가급적 간판을 적게 부착하는 방식을 택했다.) 등등의 아이디어 돋보였다.
그 밖에 스크린이나 간판을 기와 모습으로 만들거나 우산의 펼침, 검도 마스크, 한옥에서 문을 천정에 걸어두는 것을 활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건물이 빽빽이 들어 선 한국의 아파트 모습도 활용하는, 그들이 본 것들을 놓치지 않고 디자인에 활용하는 직업정신이 참 좋았다.
문화의 토양이 다르지만 그 지역의 문화를 활용하는 전통성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고민, 한국인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고안하여 보여주면 90% 정도가 신선한 것으로 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한국의 현실.... 빠른 속도의 발전과 변화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현실을 이들이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덕분에 길 걷는 것이 어려워 졌다. 그냥 보이는 건물들을 그냥 볼 일만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이 그냥 지나치면 되지만 한번쯤은 다시 쳐다봐 주고 사진도 찍어주면 좋아할 건물이나 디자인들이 있음은 그래도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