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밥정: 오 어머니! 세상의 어머니께 드리는 따뜻한 한끼

무거운 빈가방 2020. 11. 25. 06:04

밥정(2018) The Wandering Chef

 

다큐멘터리/드라마 한국2020.10.07 개봉 82, 전체관람가

감독 박혜령

주연 임지호, 김순규

 

 

더 늦기 전에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눌러 담은 그리운 인생의 참맛

 

자연을 재료 삼아 요리를 만드는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 친어머니와 양어머니에 대한 아픈 사연을 간직한 그는 길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음식을 대접하고, 지리산에서 만난 김순규 할머니를 길 위의 어머니로 10년간 모신다. 그러나 끝끝내 찾아온 3번째 이별 앞에 임지호 셰프는 낳아주신, 길러주신, 그리고 마음을 나눠주신 3명의 어머니를 위해 3일 동안 108접시의 음식을 장만한다.

으로 을 나누는 인생의 참맛, 더 늦기 전에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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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정

첫장면, 눈이 나리는 벌판을 누군가 걷는다.

세상은 온통 희고 바위는 검다.

한폭의 그림이다.

이 걸음은 어딘가로 향하기도 하고, 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에서 생명의 힘을 얻으려 체취하기도 한다.

 

12살 때 집을 나와 세상을 떠돌면서 요리를 배우고 음식을 만들어 베풀기도 하고 식당을 차려 경영도 한 임지호씨의 이야기다.

다큐를 차용했지만 영화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키워준 어머니를 미워하다 사랑을 느끼게 되었지만 그녀도 떠난 자리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

그의 이런 아픔을 영화를 통해 푼다.

이것이 <밥정>이다.

길을 걷고 길에서 만난 어머니에게 밥 한끼 대접한다.

그의 밥상은 특별하지 않지만 툭별하다.

주변에 자라는 풀들을 재료를 쓴다. 대부분 못먹는 것으로만 알았던 보배같은 잡풀들이 식탁에 오른다..다들 이것도 먹느냐고 놀라고 맛에 놀라고 성심성의를 칭찬한다.

 

카메라는 그의 투박한 연륜의 손을 자주 비추고, 요리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냉장고에 쌓여 있는 것들을 꺼내어 이리저리 조합하여 즉석 요리도 만들어 낸다.

두부와 달걀의 조합 우린 이것을 보고 며칠 째 두부달걀찜을 해먹고 있다.

만들기 간단 하지만 맛있고 배도 부르다. 아침 간단 요리로 참 괜찮다.

공연을 앞 둔 마눌님은 빠쁘지만 이것을 아침으로 내어 놓고 얼릉 묵고 연습하러 간다.

 

음식에 대한 대화는 어머니들하곤 끝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 요리 한 것이 제일 많지 않겠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듣고 만들고 하는 모습은 참 귀하다.

본인도 나이를 많이 먹어 주름진 얼굴을 가졌지만 어머니라 부르는 할매들은 더 주름졌다.

함께 나누고 먹는 모습에서 주름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양 아름답고 찬란하게 보인다. 감독의 의도가 그러한진 모르겠지만 엄마들의 깊은 주름과 미소가 화면에 채워질 땐 우린 마음이 편안하고 기쁘다.

산중에서 만난 영화의 마지막 어머니

노부부가 산다.

음식을 만들어 주변사람을 다 불러 나눠 먹는다.

마을잔치가 된다.

사람들은 케메라 앞인데도 마냥 자연스럽다. 맛있는 음식. 오랜 만에 나누는 정 때문에 카메라는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다.

못먹는 풀이라 했다가 음식으로 나오자 웃으며 먹을 자격 없다는 말은 모두를 흐뭇하게 만든다. 이동네 모든 사람이 못먹는 줄 알았단다.

세상은 아닌 듯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많다. 우린 공기처럼 그냥 고마운 혜택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노동의 힘으로 돌아가는 세상. 오늘 한끼 묵은 것도 노동의 힘이다.

노부부와 헤어져 다른 곳을 다니다 다시 오니 엄마는 돌아가셨다.

그는 음식을 만든다.

마루에 가득 찬 음식. 마루가 제상이다. 혼자 며칠을 만들었겠지.

그는 절을 올린다.

나중 유가족들이 합류하여 같이 음식을 나눈다.

나누는 경건함.

<밥정>은 나눔의 이야기다.

밥을 지어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받치는 가운데

주인공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아쉬움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두 다 사람과 어머니 그리고 따뜻한 정이 서린 내용이다.

나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잠시 떠올린다.

관객 모두가 다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을 것이다. 각자 다른 형태로 살았겠지만 나름 화해하고 고마워하고 추모하거나 잘하겠다 각오하거나 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니를 놓지 않는 이 영화는 어머니에 바치는 한편의 시 같다.

주인공의 묵직한 독백도 가슴을 울린다.

** 그냥 사람들이 좋아서 요리했다한다.

사람에 맞춰 요리 하는 즉석이지만 깊은 요리.

제주 해녀 어머니는 죽도록 일만 했다한다. 두사람이 청각을 가지고 엎치락 뒤치락 주장하는건 미소가 절로 나온다.

*** 음식은 자연순환의 원리로 해야 한단다.

잣방울로 다시물 우려내는걸 본다. 강원도 가면 좀 주워서 우려봐야 겠다. 진득한 향기와 송진의 맛도 나겠지...

백지꽃나물은 장출혈일 때 좋다.. 토란국 도토리 묵. 다래, 전호. 망초대. 지칭개. 청각김밥. 도라지나물, 배추김치, 돌옷.

돌에 붙은 이끼 같은 것을 돌 옷이라하는데 이것도 데쳐 먹는다네.. 구수한 향이 나는 듯하다.

**** 막연한 그리움이 음식 속에 있을까..

생일날 기다리는 어머니를 외면한 것이 너무도 후회스럽단다.

임종자식 따로 있다고도 이야기 한다.

 

구구절절 어머니와 그리움에 대한 한끼 밥의 정. 숙연해 지고 회한이 우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