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바이 로(1986) Down By Law
자무쉬의 영화는 늘 묘하다.
그의 카메라로 보면 아름다울 것 같은 장소도 황량하다.
도시는 쓰레기로 뒹굴고 사람들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주인공이라 여겨지는 사람은 부족하고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이방인이다. 한군데 머물러 있기 힘든.
“다운 바이 로”
법에 의해 꺼꾸러지는 인생? 지금 우리나라 개검 같은 이야기다.
건달 “잭”은 포주이지만 여자 관리를 잘못한다.
관리하는 여자와 밤을 보내고 그녀는 잭을 별로 겁내지도 않는다.
DJ “잭”은 활동을 멈추고 그냥 무위도식하며 산다. 그의 애인이 뉴욕에 가든지, 방송사 친구들에게 부탁하든지 라며 잔소리 한다. 그러면서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 두었느냐 힐책한다. “잭”은 “평생 현실에 안주할 수 없잖아!”라 말한다. 코웃음 나온다. 이런 허세가.
짜증난 애인이 물건을 다 던져 버리자 잭은 겨우 구두 한컬레만 챙긴다.
이 둘은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 감옥행.
참으로 허술하기 이를데없는 사람들이다.
한 감방에서 옥신각신 별 볼 일 없이 싸우는 데 이태리인이 살인죄로 같은 방에 온다. <인생은 아름다워>(1999, 로베르토 베니니)에서 본 "로베르토 베니니"다. 자무쉬 영화에 종종 나오는 제법 웃기는 사람.
셋은 탈출한다.
마눌님은 탈출 이야기 듣고 잠시 졸았다 싶었는데, 이들이 벌써 탈출하여 밖으로 도망가니 어떻게 되었나 묻는다.
자무쉬는 종종 공간 점핑을 한다. 탈출 장면 보여주지 않고 그냥 탈출에 성공한다.
옛날 <리미츠 오브 컨트롤>(2009)에서도 그러더라. 공간 이동을 잘한다.
영화의 절반은 꾸지리한 사람들의 이야기
절반은 탈출기이다.
우애곡절 끝에 자기들이 가면 큰일 나는 ‘택사스 주“ 근처 요상한 가게에 들리게 된다.
이태리인 “로베르토”(실제 이름도 로베르토)는 가게 주인 같은 이태리인인 “니콜레타”를 만나 사랑을 느끼고 머문다.
두 사람은 아웅다웅하다가 갈림길에서 헤어진다.
이방인은 주저앉고 미국인은 떠난다. 묘한 여운이다.
이들의 대화는 참 별볼일 없다. 그래도 어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꼬?
매우 짧은 말들이지만 온갖 베베꼬인 역설적 말들이 쏟아진다.
자무쉬의 언어, 카메라, 시선은 여러모로 참 독특하고 황량하지만 더 아름답다.
마눌님은 자무쉬 팬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이미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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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드라마 독일, 미국 106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짐 자무쉬
주연 톰 웨이츠, 존 루리, 로베르토 베니니 , 니콜레타 브라스키
삼류 건달 ‘잭(Jack)’과 한물 간 라디오 DJ ‘잭(Zack)’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던 중, 이탈리아인 밥이 그들의 감방 동료로 들어오고 밥은 잭과 자크와 어울려 감방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도주로를 발견한 밥이 탈옥을 제안하고, 셋은 감옥에서 나와 또 다른 방랑을 시작한다.
방랑과 유랑은 짐 자무시의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다. 짐 자무시 영화의 주인공들은 많은 경우 한 곳에 정주하지 않고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데뷔작 <천국보다 낯선> 이후 두 번째 영화인 <다운 바이 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데뷔작에 이어 역시 흑백영화이자, 자무시 스스로 ‘네오-비트-누아르-코미디’ 또는 ‘동화 같은 상상의 이야기’라고 말한 <다운 바이 로>도 떠돌이들의 이야기다. 그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여행자이거나, 유랑자이거나, 아웃사이더이거나, 이방인이거나, 이민자이거나, 실제 외국인이다. 짐을 꾸려 여행하는 사람들이고, 정서의 처소를 찾지 못해서 이질적으로 떠도는 사람들이고, 중심 문화로 들어서기를 거부하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고, 내 땅이 아닌 남의 땅에서 남의 언어로 사는 사람들이고, 그래서인지 이제 막 어딘가에 도착했거나 지금 막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이다. <다운 바이 로>는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모자이크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면서 삶을 살아간다. 남들이 보기에 보잘 것 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누구에게나 인생의 길은 널리 열려 있다.
짐 자무시의 두 번째 영화 <다운 바이 로>는 ‘방랑’이라는 그의 주제를 더욱 확장시켜 나간 영화다. 그는 이 영화에서 미국 남부의 유려한 자연 풍경과 아름다운 녹색을 보여 주는 대신 흑백을 택했다.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가장 황량한 방식으로 보여 주기 위해서 로비 뮬러 촬영감독은 흑백 촬영에 관한 한 그와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빔 벤더스의 70년대 영화들에서 탁월한 영상을 창조해냈던 로비 뮬러는 이러한 그의 내밀한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촬영감독이었다. 로비 뮐러의 정교하고도 소박한 흑백 화면은 짐 자무시가 바라본 미국, 아메리칸 드림의 껍데기 안에 존재하는 폐허와 다름없는 낯선 공간의 이미지를 가장 적확한 방식으로 드러냈다. 로비 뮬러는 <다운 바이 로> 이후 짐 자무시의 거의 모든 영화에 참여했다. 그는 자무시가 작품을 의뢰할 경우 다른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면서까지 기꺼이 그의 프로젝트를 기다린다고 고백할 정도로 짐 자무시와 공고한 관계를 맺었다. 더불어 짐 자무시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배역을 주길 즐긴다. <다운 바이 로>에 출연한 존 루리, 톰 웨이츠, 로베르토 베니니 역시 단골친구들이다. 뮤지션인 존 루리를 대학 시절 클럽에서 만난 뒤 자무시는 <천국보다 낯선>의 윌리, <다운 바이 로>의 잭(Jack)으로 기용했다. 오랜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톰 웨이츠 또한 <다운 바이 로>에서 잭(Zack)으로 출연한다. 특히 이들은 나눠가며 여러 편의 영화음악 작업을 맡는 것으로도 우정을 과시했다. 그러고 보면 <다운 바이 로>는 로베르토 베니니라는 새로운 친구 하나를 더 선보인 작품이다. 그를 이탈리아의 작은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만난 뒤, <다운 바이 로>의 귀여운 죄수, <지상의 밤>의 숨막히게 떠드는 떠버리 운전기사로 출연시켰다. 로베르토 베니니라는 코미디 배우를 세계적으로 알린 데에는 자무시의 공이 컸다. 더불어 니콜레타 브라치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호흡을 맞춘 로베르토 베니니의 연인이기도 하다.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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