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12 초이 앤 라거(삼청동) 그리고 청담동 및 송은 등 갤러리
한가위 전후로는 서울오기 어려워 둘째 볼겸 겸사겸사해서 서울 온다.
마눌님과 삼청동 <초이 앤 라거 갤러리>(종로구 삼청동 95-1)에 들려 “데이비드 레만” 아시아 첫개인전을 보고 난 이화여대 들렸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데이비드 레만>은 독일작가로 30대 초반이지만 독일에서 알아주는 예술가라 한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드니 50대만 되어도 젊게 느껴지는데 30 대라면 햇병아리 같은 느낌도 든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겸허해 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자기 중심적으로 변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길을 열어주지 못하고 자기 것을 뽈근 쥐고 ‘나의 경험이 진리다’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노인네들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유투브나 태극기 부대에 참여하는 노인들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운동 가르치는 60대 후반 아지매가 있다. 내게 종종 태극기나 일베 수준의 펀글을 보낸다. 한번은 물어보니 ‘혹 모를 것 같아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냈다’한다.
별 생각없이 하는 행동이지만, 나라는 상대가 자기보다 못할(못알) 것이라는 노친네의 생각이 깔려있다고 본다.
자연에서 동물의 세계는 나이 들면 도태된다. 자기 종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이기적 유전자’의 작용일 것이다. 사람은 이제 이런 것이 불가능하다. ‘인간’ ‘복지’ ‘생명; 등 여러 문제가 새로운 사상으로 자리 잡아 강제 축출은 불가능하다. 당연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다.
“데이비드 레만”을 보고 내가 뭘 알겠나!
- 이념 밖의 미로- 라는 일쏭달쏭한 부제를 단 전시회
갤러리 가는 중에 만난 이 플랭카드.. 이건 이념이 아니라 생존이다. 레만은 생존 방식의 다양성이나 인간 또는 사회의 이중성을 많이 표현한 것 같다.
작가의 성적인 묘사나 사상적 좌우나 인간적 남녀 등등 다양하거나 이중적인 모습들을 한 화면에 그려 자기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강한 색과 부리기 등으로 현란 모호한 어지럼을 캠버스에 붙여 놓는다.
실제로 ‘현기증’을 나타낸 작품도 있다.
이 작품에 군침을 삼켰지만 주인님의 단호함에 꼬리를 내룬다.
강한 색에 뜨거워 지다가 남자의 ‘성기’ 섹스 장면 등은 웃음 짓기도 하고 역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 히틀러는 뭐땜에 성기를 연상 시키는 핫도그를 드시고 있을까?
‘체게바라’형님 뺏지를 단 성기를 거낸 사람의 모습도 그리 존엄치 못하다
“완전한 현실”이라 해석하는 작품에서는 마눌님을 본다.
여인의 얼굴같은 형상에 선명한 눈은 ‘응시’ 보다는 ‘흐릿함’에 가깝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단순하고 깔끔한 처리다. 얼굴을 경계로 앞과 뒤가 구분되고 형상도 다르다. 세상의 경게에서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형상일까?
얼굴을 그린 작품들은 모두 뭔가를 주장한다.
횡설수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일장 연설을 강한 어조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머리가 깨져 피가 분사하는 듯, 분노를 탱천한 듯, 쭈삣 선 머리와 우주를 품은 흥분한 눈깔은 가슴을 떠겁게 한다.
덮다.
안그래도 더워 헥헥거리며 걸었는데 덮다.
그렇지만 깊게 빨려들게 한다.
내가 잘알지 못하는 세상의 표현을 보는 것은 허세 같기도 하지만 난 그냥 좋다.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망설이는 나에게
캠버스라는 사각 공간에 잡혀 그냥 허우적거리는 게 좋다.
다음 날 청담동에서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보고 체크해 둔 몇군데를 들린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밖에서 유리로 덮은 멋진 건물을 감상한다.
안으로 들어가려니 오랜만에 동행한 오랜 벗이 그냥 가잔다.
이 동네는 한국에서도 가장 다른 곳이다.
건물들은 일반적으로 세워 둔 것이 아니라 나름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그러했다.
더운 날만 아니면 하나하나 요리저리 뜯어보고 했을 것 같다.
<송은 아트스페이스>(http://www.songeunartspace.org/main.asp,청담동 118-3)로 간다.
이 동네 몇 개월 살았을 땐 이런 것이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관심도 없었다.
단지 가게에 들어가면 비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
아, 막내하고 한집에 들렸구나. 이탈리아 가정식 음식하는 곳인데 까마득히 잊고 있었네...
<송은>도 건물이 볼만 하다.
2층으로 오르니 전시회 중이다.
라오미: Form, Landscape, and Memories Lost
2021.07.23 ▶ 2021.09.04
전시 규모가 장난 아니다.
“라오미”? 처음 듣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데스크에 스위스 전시한 “경계를 넘어서”의 전단지가 있다.
반가워 ‘하나 줄 수 있느냐’ 하니 ‘작가가 한 장만 보내줘서 안된다’ 한다.
아쉽다. 사진 찍어 마음 달랜다.
2층에서 4층까지 트인 벽면에 병풍들이 쏟아져 내린다.
층마다 전시는 좀 독특하다.
4층의 붉은 그림들은 “이세연” 그림인 줄 착각도 한다. ‘그래서 전단지가 있었나?’
작품 크기나 규모가 대단하다.
그림 전시를 하고 그 앞에서 음악을 하는 연출도 있다.
귀에 익은 음악과 눈에 익은 그림.
분단으로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현실을 실은 것 같다.
가슴 아리고 숙연해 진다.
‘데이비드 레만’으로 마구 들떠 있는 마음이 한순간 가라앉는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듣는다,
따라온 벗이 눈에 밟혀 오래있지는 못한다.
정말 아쉽다.
힘들게 올라오고 겨우 온 청담동.
오늘 짧게 이별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밖을 나와 간단 식사를 하고 헤어진다.
난 다시 삼청동으로 가야한다.
버스 타러 가다가 “기아차 전시장”을 만나 들어가 본다.
우와~~~~~
여긴 전시장이 아니라 어지간한 갤러리 저리가라다.
차값은 똑같은데
부산 전시장 보다가 여길 오니 완존 촌동네와 뉴욕의 차이다.
안을 보고 차도 보고 나오다 보니 이상한 탑이 있다.
헐........
백남준이다.
<108개의 비디오>
108번뇌를 표현했나?.
작은 브라운관부터 큰 것 108개가 나선형으로 꼬여 하늘로 올라간다.
게단 같기도 하다.
지하에서 2층 까지니, 3~4층 건물을 관통하는거다.
황홀하다.
여기서 백남준을 만나다니.
아침에 <백남준기념관>에 들리려다가 그냥 왔는데,
‘나 여기도 있지롱!..’ 하듯 쨘하고 나타난다.
아래 위로 사진을 찍고 멍때려본다.
지하 벽면에 걸린 다른 그림들도 좀 보고.
다른 세계다. 완존 다른 세계.
그래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여기서 살진 못해도 들릴 수 잇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점점 더 이런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이 현실을 부수면 안될 것 같다.
이제 삼청동으로 다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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