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서 작가의 전시 “해피어게인” 그리고 진구청의 높은 수준 21.08.29
진구청 백양홀에서 ‘조현서’ 작가의 전시회가 있단다.
페이스북에 ‘진구청장’이 올린 작품들을 보니 매우 특이하다.
재봉틀을 이용하여 재봉선으로 그림 그리듯 작품을 만든다 하니 놓치기 아깝다.
전에도 진구청 전시회를 몇 번 놓쳤는데 이번엔 기필코 본다.
오전에 가면서 재봉틀의 여신 ‘한경숙선생’에게 전화하니 받질 않는다.
혼자 들리니 첫손님이다.
첫 작품부터 기분이 엄청 좋다.
<the woman>(95x92, 2008, Machine drawing on FRP)
작품명은 알겠으나 뒤에 껀 잘모르겠지만 작품을 제목보고 감상하는 건 아니니 별관계없다.
두툼하게 튀어나온 재료에다가 재봉선의 점들이 줄을 만들고 줄에서 색을 뿜어 내고 작품을 완성시켰다. 2차원의 캠버스에 그린 것이 아니라 3차원의 공간도 함께 한다.
게다가 그림에서 느끼지 못하는 공이, 여기서는 그대로 느껴진다. 재봉을 하는 시간.
그러다 보니 작품에서 공간과 시간을 느끼니 이것이야 말로 4차원의 작품이 아닌가!
첫인상이 엄청 좋아서 연극연습 중인 마눌님게 메세지 보낸다.
"천경자의 굵은 선같은 느낌.
미소가 절로 나온다
스마일어게인 이라 전시 제못과 참 잘어울린다.
다양한 사람들 툭히 여상을 중심으로 그들의 모습과 미소를 두툼한 재봉으로 담았다.
재봉을 이용한 작품이다 보니 두툼한 재료에서 오는 질감과 두께가 실제 모습과 닮아 현실감이 크다. 산모의 불어오른 가슴과 배, 벌린 입속에도 한땀한땀 새긴 선들과 마무리."
입체적인 것들과 평면적인 것이 반반이다.
가족에서 임신녀의 부른 배와 터질듯한 가슴, 남편의 똥배, 가운데 아이
작가의 입체적 작품 대부분은 입술이 매우 두툼하다.
두툼한 입술이 웃는 모습을 하니 보는 나도 절로 따라한다.
조커의 두툼한 웃음은 공포를 주지만....ㅋ
자신의 자화상 같은 상상적인 모습에 다양한 인격을 넣어 모든 순간이 자신이라는 “나, 지금 여기에”
권투시합 이후 얻은 상처와 승리의 표현을 한 “챔피언“
평면이지만 재봉의 요술이 화면을 튀어 나와 입체감을 만든다.
가까이 만화주인공 같은 표정들은 더 정겹게 하네.
입체작품은 옆에서 보니 그것도 재밌다. 사람을 옆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재미도 준다.
< '김환기'의 그림을 보면 종일 쳐다 봐도 지겹지 않을 정도다. '하늘과 땅'의 경우는 더 그렇다. 그가 한땀한땀 그리거나 찍거나 하여 이뤄진 무수한 점과 선들이 하늘이 되고 땅이되고 그런 뒤 다시 만나는 모습은 경이롭다.
'조현서' 작품을 보면 이런 느낌을 선 하나에서 같이 느겨진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재봉 선은 그냥 선이 아니라 하나의 점같은 실이 선을 만든다. 그 선이 모아 공간을 만들고.. 기존 실을 이용하여 몇가지 합해 착시를 활용하여 새로운 색을 창조한다. 재봉선에서 김환기를 느끼는 것은 너무 과한가?
너무 큰작가와 비교해서 거시기 한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리 느꼈다.>
도록은 그냥 준다. 웬 떡!
첫장에 진구청장의 인사가 있다.
글이 평론가 같다. 궁금타 과연 누가 적었을까? 직접?
구청을 나와 걷다가 코앞에 있는 <시민공원>엘 들린다.
만든지 제법 되었는데 난 이게 첫방문이다.
세상의 모든 공원을 부러워하면서 여긴 왜 한번도 안들렸을까?
적페의 시대에 공원을 만들기에 난 이리 생각했다.
‘공원을 방문하면 시원한건 있겟지만 돈만 쓰고 효과 없는 꾸밈들로 짜증이 날 것이다’
적폐시대의 건물들이나 여러 공원들이 대부분 다 그렇다.
조각은 동네 양아치한테 시켜 만든 것 같은 것들, 그리고 잔 구성들이 개판인게 너무도 눈에 잘드러나 어디든 그냥 들리기 쉽지 않다.
오늘 들린 것은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나무들이 자라고 숲이 좀 더 형성되었을 것이니 보기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군이 사용하던 건물 하나가 민주공원 형성 과정을 기록해 두었다.
여기엔 공원이 만들어지기 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시민들의 투쟁”은 없다.
왜놈들 경마장,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이후 군사기지, 미군부대 등 외형적 역사만 있다.
한국이란 나라의 역동성은 세계가 인정한다.
침략과 식민지 여기에 처절한 저항이 있었고, 긴독재에도 국민들의 투쟁이 있었다.
사실 그 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저항이 없었으면 독재는 영원하였을 거고 한국 사람들은 영혼조차 사라졌을 것이다.
적폐들의 기록엔 이렇게 저항을 지워버린다.
저항이 만든 발전과 영광에도 본질을 없앤다.
오히려 여기 기록엔 부대와 주변 민중들의 관계를 역겹게만 만든다.
우리 민중들은 마치 이 기지 중심에 빌붙어서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니다.
왜놈들의 장비나 미군들의 옷가지 등을 꾸몄지만 그 속엔 처절한 한국인의 죽음과 삶이 함께 있었다는 것!
적폐들은 대부분 매국친일파들이고 그냥 미국추종주의자들이다.
그들이 하는 것은 늘 이렇다. 역겨운 놈들..죽일 놈들..
시민공원 한모퉁이 겨우 봤는데 한선생 전화다.. 작품 이야길 하니 오겠다 한다.
다시 진구청으로.
한선생 눈이 휘둥그레진다. 처움 보는 형태의 작품들이니.
사진찍고 감상하는데 작가인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입구에 앉는다.
물어보니 역시나다.
“조현서”작가는 매우 친절하게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한다.
때론 교수에게 강의 듣는 학생 기분도 들지만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설명하는 작가의 모습이 참좋다.
그가 이런 형태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과정과 이런 작품들에 들어간 노동력과 시간,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준다.
한선생이 ‘챔피언’에 눈이 가는 모양이다.
가격이 우릴 만족시키지 못하니 망설일 수밖에. ㅋ
마무리 즈음에 작가들이 가지는 몸의 통증에 대해 이야기 하길레 짧은 시간 손가락,손목, 팔꿈치를 다스리는 법을 설명하고 잠시 그 부분만 잡아 준다.
진구청 소속의 전시장 담당자도 몇마디.
물어본다. 구청장 글은 혹시 써준 것 아니냐고?
아니란다. 구청장의 작품 이해도가 대단하단다.
인정하고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6tO4k7yL23A
(kbs에서 촬영한 조현서 작가에 대한 내용. 작품 이해도를 억수로 높여준다)
‘차마당’에 차한잔 하려고 걸어가는데 굴다리가 있다.
지나는 데 ‘길거리 전시’(서면愛 굴다리 아트벤치길)
이름은 완존 국제적이다. 한글, 한자, 그리고 영어....
곁눈질하며 스쳐 지나가는데 작품 하나가 눈에 뛴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 보니 작품 수준이 높다. 일반적으로 거리 작품은 대체로 별로였는데 여기선 제법 선택을 잘했다.
줄에 매달려 아파트 벽 작업 하는 인부 그림은 가슴도 뜨거워진다.
<이 그림의 구도가 매우 좋다. 정말 골목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듯...>
대체로 구청의 형식적인 전시와 지원들에 화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 본 진구청의 매우 짧은 단상에서는 최고다!
전시와 공간 활용을 그냥 허투르 하지 않고 시민들이 제대로 보고 즐기도록 배려를 한 것 같다.
참 고맙다.
덕분에 전시 잘보고 길에서도 많은 느낌을 가져간다.
두 사람간의 공간을 어이 이어 보려고 했는데 마... 황칠이 되었삣다... 후회 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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