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층 이층 삼층: 거미줄처럼 엮인 인연의 타래, 거장의 세심함

무거운 빈가방 2021. 12. 20. 07:20

 일층 이층 삼층⌟: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것을 이제 올리려는 참 머쓱하네.  내용 중심으로 흘러가는 건 어쩔 수가 없네.

 

어둔 밤 1충과 3층엔 불이 켜있고 2층은 어둡다. 집 앞 나무 한그루는 잎이 하나도 없이 앙상하다.(그림으로 표현해도 좋을 분위기인데 동영상에만 살짝 나온다)

 

2충에 불이 들어오고 여성 그림자 하나 그 여성은 밖으로 나오고 임신한 상태다. 산기를 느껴 홀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는데 차 한데가 달려오다 다른 사람을 치고 큰사고를 낸다.

1.2.3충의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온다.

 

1.2.3층은 각 층을 떼내어 한편씩 만들어도 괜찮을 정도로 옴니버스 같은 영화다. 3개 층 4가족은 각자의 삶이 한 아파트에 있으니 서로 엮일 수밖에 없고 이 경우는 좋은 인연이 되거나 악연이 되거나 그냥 무심히 지나치거나 한다.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넓으면 많은 사람을 끌어안는 이타성이 나오고 좁으면 매우 이기적이 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일층 이층 삼층이다.

 

딸 하나 있는 1층 부부는 딸을 끔찍히 사랑한다. 바쁜 일이 있을 때는 2충 노부부에게 마음 편하게 맡긴다. 노부부도 이 아일 사랑하고 자신들에게 즐거움을 둔다고 언제든지 대환영이다. 그런데 노인의 행동이 좀 이상하고 지나치다. 아이는 병들었다라 표현한다. 그래도 다급하니 아이를 맡긴다.

2층의 임신녀는 딸을 놓고 집을 온다. 남편은 있지만 직장 때문에 멀리 있고 늘 혼자다. 엄마는 환상이 지나쳐 상상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데 자신도 닮아서 그럴거라 겁을 먹고 있다. 이제 갓나은 아이와 함께 생활해야 한다.

3층의 판사부부는 사고뭉치 아들 때문에 골치다. 이번엔 음주운전을 하고 여자를 치어 죽였다. 그럼에도 반성없고 감옥에 못가도록 수를 쓸 것을 부모에게 요구한다. 아버지 하고는 원수나 다름없다. 아버지의 도덕적 기준 때문에 압박감을 심히 느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원망한다.

2층 노부부는 1층 아이를 성심성의껏 살펴준다. 아이와 아이스크림 사먹으로 나갔다가 영감이 길을 잃자 아이는 아버지와 자주 가는 공원으로 데려가서 아빠를 기다린다. 노인은 오줌도 지렸다.

공원을 찾아간 아빠는 노인이 아이를 성추행했으리라 가정하고 노인을 압박한다. 아이도 압박하고 진실을 밝혀라 강요한다. 엄마판사는 2층 여인이 교통사고를 목격했으나 혹시나 아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까 당시 상황을 묻는다. 2층 노부부는 아이를 좋아한 애정에 대한 결과로 돌아온 것이 자신들에게 대한 의심과 모욕이라 생각하고 분노가 치민다. 손녀는 자신들을 의심하는 1층 남자를 짝사랑했고 유혹까지 하게 된다.

 

  1.2.3층의 사람들은 몇 개의 사건으로 이렇듯 거미줄처럼 엉켜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 생각에서 한발자욱도 나가질 못하고 자기 주장만 한다. 소통부재가 이 아파트를 강하게 덮었다. 가족간의 소통도 그렇고 이웃 간의 소통도 그렇다. 한번 만들어진 분노는 가라앉기 어렵다.

 감독은 이 분노를 층별로 엮어 내어 하나하나 보여준다. 우린 화합하길 간절히 희망하지만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나를 포기 못하고 내 애착을 끊지 못하기에 사랑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의 고통을 외면한다.

감독은 이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까? 쉽게 풀어버릴 감독도 아니기에 거의 끝까지 답답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세상 일은 다 비숫하지 않을까? 내 성의가 남에겐 해가될 수도 있고, 이용당하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 키웠다, 아니 최선이 아니더라도 잘키웠는데 내 아이는 왜 저러지? 아이가 큰 애를 먹이지 않으면 복받은거다. 부모와 대화를 나누기만 해도 복받은거다. 사고만 저질지 않아도 복받은거다. 내가 베풀었다고 생각하는 이웃이 나를 공격하지만 않아도 복받은거다. 비록 고맙다 안해도 비난하지만 않아도 복받은거다. 내가 힘들고 아플 때 내 아내가, 내 남편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거다. 세상 살아가는 것은 환상 속에 있는 거와 비숫해 신기루를 걷어내기만 해도 잘 지내고 있는 거다.

이리 생각하며 살진 못할까?

일요일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들린 함창 카페 버스정류장’ . 따님과 함께 온 조영옥선생님. 모녀가 자분자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너무도 부럽고 좋았다. 조샘의 무심한 듯 넓은 인품도 따뜻하여 온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b212oevnNU 

< 여기에도 사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없다. 대체로 내용이 밝다. 영화는 밝지 않다.  그렇다하여 시종일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위트가 넘치는 감독이 이 영화에서는 위트 보다 심각한 삶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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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층 이층 삼층 Three Floors , 2021 제작

 

요약 이탈리아 외 | 코미디 외 | 119

감독 난니 모레티

출연 마르게리타 부이, 리카르도 스카마르시오, 알바 로르워쳐, 아드리아노 지안니니

 

난니 모레티가 <나의 어머니>(2015) 이후 6년 만에 연출한 14번째 영화 <일층 이층 삼층>은 그가 각본을 쓰는 대신 각색한 첫 번째 작품이다. 이스라엘 작가 에쉬클 네보 원작의 무대를 로마로 옮겼다. 예기치 않은 자동차 사고로 시작하는 영화는 중산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 가구의 이야기를 이리저리 구불구불 따라간다. 영화의 절반에서 5년이 지나가고, 다시 절반에서 5년이 지나간다.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 10년을 보내면서, 누구는 용서를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 난니 모레티는 대가의 솜씨로 그들의 가엾은 영혼의 방을 미장센으로 차례로 비워나가고 채워나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술 같은 도약을 볼지, 멜랑콜리한 해결을 볼지는 당신의 감흥의 문제이다. (정성일)

 

 

난니 모레티  Nanni MORETTI

 

1953년 이탈리아 출생으로, 영화 감독 및 프로듀서, 각본가, 배우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혁명의 열기로 가득했던 1960년대에 10대 시절을 보낸 그는, 1970년대 이탈리아 좌파 청년의 일상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에체 봄보>(1978)로 데뷔했다. 이후로도 문제의식을 작품에 담았는데 대표작으로 <좋은 꿈>(1981), <비앙카>(1984), <미사는 끝났다>(1985), <빨간 비둘기>(1989), <나의 즐거운 일기>(1993), <아들의 방>(2001), <악어>(2006), <나의 어머니>(2015) 등이 있다. <좋은 꿈>1981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아들의 방>(2001)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012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