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란다스의 개

무거운 빈가방 2010. 3. 22. 00:18

 

10-03-17 플란다스의 개(시네마테크 서울)

플란다스의 개. 당근 개 이야기이네. 나처럼 보신탕 먹는 사람에겐 개가 각별하다.(요새는 거의 먹을 일이 없다. 음식에 대해 크게 밝히지도 않으니.) 옛날 개봉했을 땐 좀 궁금했었다. 뭔 이야기를 펼쳐내었을꼬? 잠시였다. 그리 영화를 즐겨 보던 시기도 아니었고 영화관에도 거의 안갔던 때였으니.

 19일날 임상수 감독은 ‘봉감독 같은 사람은 허리우드에 가도 그들 보다 영화 잘찍는다’면서 추켜세웠다. 좋은 감독이다.

옛날 꼬마 때 생각해보면 영화가 매우 남발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포스터는 ‘신성일 출연 500회 기념’이란 포스터다.(이 기억이 잘못 될 수도 있다. 진짜 꼬마 때 길거리에서 본 포스터라...) 무슨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의 남발은 감독의 남발과도 연관 되지 않겠나?

가끔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 중 하나가 ‘배우들의 출연료’ 문제이다. 이 문제가 왜 나오지? 배우들은 자기 몸을 던져 몸값을 받는 사람아닌가? 이들이 고용자도 아니고 무슨 착취자도 아니다. 출연료가 비싸면 안쓰면된다. 왜 감독은 비싼 배우를 쓰는가? 자기 영화를 잘팔기 위한 수단 아닌가? 돈 없는데 정말 어울릴 딱 하나의 배우가 있다면 설득하면 될 것 아닌가? 배우들도 보면 때론 무료 출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하던데.... 출연료가 문제가 되는 것은 본질의 전도다. 많은 스텝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은 배우 때문이 아니라 영화산업의 구조에 있는 것이다. 이것을 배우의 출연료 문제로 슬쩍 옮겨 자기들 산업이 가진 구조적문제를 비켜가려는 것이다고 생각한다.

말이 길었다. 종종 본질을 비껴난다. 나도. 본질을 비껴가는 이유는 내가 잘안다. 본질을 논하는 것에 자신이 없으니 당근 엄뚱 소리 늘어놓는 거다. 지금 이야기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플란다스의 개> 이야길 하려니 별 할말이 없다. 좋은 영화 임은 분명하고 첫장편 작품치고는 펼쳐 놓는 것이 천원샵이 아니라 소도시에 자리한 전문서점 인 것 같다.

 

 봉감독의 영화들은 대체로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로 꾸려져 있고, 아무 특별하지 않는 이들이 어떤 모순점에 부딪치면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아니면 사회의 구조를 간단한 몇가지의 구도나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표현해 낸다던지.

<플란다스의 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좀 다른 것은 특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끝날 때 까지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주(이성재)와 현남(배두나)이 개 때문에 만나지만 둘의 직업, 주변에 대하는 태도, 장래에 대한 고민, 살아가는 방법 등이 매우 다르다. 그래도 특별하진 않다. 주변에서 가까이서 언제나 볼 수 잇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을 통해서 부조리한 사회, 일반인들의 삶의 무게, 아픔을 잘표현한다. 큰 고민 없이 뭔가 결정하고 행하는 낙천적 사람인양.

 

 제일 큰 불만은 영화가 끝날 즈음과 엔딩이 시작하면서다. 하나는 교수가 된 윤주가 수업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 교수가 되었든 좀 더 권위적으로 표현했으면 좋겟다. 초창기 연약한 모습을 버리고. 그것이 사람의 진짜 모습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올챙이와 개구리가 다르듯.

그 다음은 표현상의 문제인지는 모르겟으나 자막에서 현남의 친구 윤장미(고수희 분)를 뚱녀로 표현한 엔딩이다. 뚱녀가 어떻느냐고? 일반적 관례일 지는 모르겟으나 이것도 몸집이 큰 사람에 대한 이지메라 생각한다. 관객의 눈에 확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인종, 종교 뿐만 아니고 신체에 의해서도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

게이의 몸짓으로 마이크를 잡고 손을 치켜 올리는 ‘밀크;의 장면이 생각난다. 차별에 대한 항거.

봉감독 정도면 어쩌면 이런 문제점을 발견해 보라고 일부러 슬쩍 넣엇는가도 모르겠다.

개를 통한 가벼운 환타지가 <플란다스의 개>다. 까메오 비슷하게 임상수 감독을 잠시 볼 수 있는 것도 한 재미가 되겠다.

두 주인공에 대해 한번 배치를 해 보았다. 재미로

박사 - 여상

교수직 바라보고 - 아파트 관리실 근무

로비를 통해 교수되려고 - 뭔가 한껀하여 TV에 나와 봤으면

개소리에 민감한 - 개 잃어버린 사람을 도와 주고픈

자신의 장래에만 고민이 - 남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픈

결국 교수직을 - 관리소에서 해고당하고 산으로 여행을

 

이성재(윤주), 배두나(현남), 김호정(은실), 변희봉(경비), 임상수(윤주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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