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키비 - 대담 및 질의

무거운 빈가방 2010. 12. 21. 00:00

 

이글은 영화 '미키 비'를 보고 난 뒤 철학자 조광제의 사회로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이다.

조광제교수는 철학아카데미출신이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는데 상장된 기업인 모회사에서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고 들었다. 가까운 지인에게. 조교수와 잠깐 얘길 나눳지만 구수하고 깊은 목소리에 상대를 배려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철학자(?) 같지 않은 친근감이 느껴졌다.

대담은 매우 진지하였고 감독, 사회자 관객 모두가 혼연일체 된 듯 긴시간이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이 대담 내용도 나중 정리된 것을 메일로 받앗다. 메일 기다리느라 정리가 늦엇다. 내 토룡비천체의 내 글도 보기 힘들 뿐 아니라 제대로 듣지 못한 내용들을 옮기는 것은 별로겠지. 이리 정리 본을 보내주니 너무 고맙다. 모든 대담에 이러한 성의를 보여 주면 참여자들의 관심도나 이해도는 훨신 더 크겠지.

 

 

□ 대담 및 질의 · 응답(일반인 대상 워크숍)

조광제

저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마찬가지로 오늘 충격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 같습니다. 가장 놀랍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톰 맥길 선생님께서 영화 끝나고 말씀해 주신

대목이 아닐까 합니다. 즉 한국사회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교육을 포함한 모든

교육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주신 부분입니다. 한국교육이 한국 사회를 그대로

대표하는 것이라 볼 때, 톰 맥길 선생님의 말씀이 한국 사회에 대해 커다란 경종을 울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교육의 내용에 있어, 연극, 영화, 다큐멘터리 등에 피교육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그 결과물이 전 세계에 상영이 된다는 점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언어를

통한 교육과 행위를 통한 교육의 차이를 생각해 볼 때,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행위를 통한

교육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문화예술분야는

무엇보다도 수동적 관람이 아닌 직접적인 참가를 통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향유하기도

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까지 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또한 체험하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의 근본적 변화를 체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자본주의적 무한경쟁 속에서 자기 존재를 돌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고, 이런 방향으로 사회 전체가 이런 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이 영화는 바로 우리의 존재에 대해 가장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외부적인 여건도 그렇지만 내용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백베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무대를 감옥으로 잡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톰 맥길 감독이 우리 사회를 일정하게 감옥처럼 해석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교도소를 배경으로 잡은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서의 연유나 이 프로젝트 자체의

성격도 한 몫을 하겠지만, 톰 맥길 감독 스스로가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정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봅니다. 셰익스피어의 백베스가 특수하게 국소적이고 일부러 꾸며낸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우리 인간 사회를 보편적 방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고전이라

불린다 생각합니다. 즉, 인간이라면 누구나 빠져나가기 힘든, 특히 현재 자본주의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권력과 욕망, 그리고 이에 따른 비이성적이고 광기에 찬 행동, 이를 통한

운명적 비극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셰익스피어가 말했다고 봅니다. 영화 미키 비 역시도,

우리와 동떨어져 있고, 멀리 있는 내용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 아니고, 우리 존재 자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축소하여 최대한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영화의 장면, 장면이 모두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마지막에

체스놀이와 카드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카드놀이에서는 부를 읽었고,

체스놀이에서는 권력을 읽었습니다. 철학자 하버마스에 따르면, 권력과 부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왜곡된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그처럼, 오늘날 우리의 무의식적 욕망 속애

권력과 부가 강력히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톰 맥길 감독을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처음에 영화를 볼 때는, 감옥의 수용자와 교도관을 기용하여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에 초점을 두었었습니다. 이것이 워낙 희귀한 사례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오늘 영화를

보면서는, 이것이 특수한 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라는 것은 도대체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갇혀 있는 분들에 대해 우리가 도대체 어떠한 의식을 가지고,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교도소 밖에 있는 사람이나 안에 있는 사람이나

인간이기는 매한가지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겠으나, 실질적으로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마치 사람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의 존재론적인 정체를 생각해

봄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정체를 거꾸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감자들의

존재, 정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문제입니다. 국가적,

사회적으로 범죄자를 다루는 방식에 관한문제 말입니다. 물론, 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톰 맥길 감독의 이야기 중, 그들을 존경과 신뢰로 대하니

해결이 되더라 하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존경과 신뢰로 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우리는 성차별, 인종차별을 금기시 합니다. 수감자들에게도

이것이 적용될 수 있을까요? 강력한 악행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들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소수자, 타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주류 사회에서

쫓겨난 것 같은 아웃사이더들에 대해 배려를 말하고, 환대하고 배려해야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배려해야 하는 인들의 영역에 수감자들도 포함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내릴 수 있겠죠. 이

문제에 대해, 톰 맥길 감독은 정답을 내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포함되어야

마땅하다고 말이죠. 그런 점에서, 우리의 평소 통념과, 무의식에 대해 상당한 자극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톰 맥길 선생님의 한국 방문과, 워크숍에서의 강의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방향을 예시 혹은

예견하게 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드리자면, 저로서는 미키 비의 배경이

과연 현대 사회와 어떤 은유 내지는 상징적인 관계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톰 맥길

한 영화를 보고도,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보았을 때 해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저 같은 경우 맥베스를 떠올리면 멕베스의 배경인 스코틀랜드가

떠오르고, 또 교도소가 떠오릅니다. 저는 스코틀랜드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국경에서 교도소의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또한 이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일어나는 이야기라면, 이 이야기를 현대로 옮겨놓는다면 어디로 옮겨놓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기서 스코틀랜드의 왕 역할을 했던 던컨을 어떤 사람으로 배역을

정해야 할 것인가 생각했었습니다. 또한 교도소라는 환경을 생각해 보았을 때, 미키비를

교도소 안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의

기회를 가지고, 우리 스스로의 가치가 무엇인지, 교도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조광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자본주의는

우리의 욕망들을 부추기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나고 자란

북아일랜드를 생각합니다. 그곳에서의 저의 욕망은 회피였습니다. 교도소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회피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마약을 복용하거나 알코올 중독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회피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여기서 상징적으로 나타나는데요, 영화에서 던컨은

교도소에서 마약상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했지요.

 

조광제

저의 추측이 대략 틀린 것은 아니군요. 질문을 하나 더 하겠습니다. 저는 교도소에서 철학을

강의한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교도소에서 철학을 강의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철학 강의가 언어적인 방식으로, 수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도 교도소에서는 인문학교육을 대단히 귀찮아합니다. 그런데

톰 맥길 감독님의 경우 강의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일을 치러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하셨습니다. 따라서 저는 대단히 존경스러운 마음입니다. 이러한 작업이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하고 의문을 품었었는데, 톰 맥길 감독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셔서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틀림없이 창작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 소수자에

대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저로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 내에서의 의식의

변화라고 봅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어떤 의식들이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겠는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의식변화가 이루어

져야 하겠는가 하는 것이 질문입니다.

 

톰 맥길

사회적 합의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재소자 역시도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역량과

능력이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재소자들이 다시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교도소가 재소자들을 가혹하게만 대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가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시로 드렸던, 상해치사로 형을 선고받고 26년을 복역한 샘 맥클린의 경우에도 그 기간 동안

교도소에서 가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인간의 정신이란 위대한

것입니다. 이것들을 모두 견뎌내고 그는 일주일에 4회씩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재소자를 우리가 인간적으로 대하면 어떤 변화를 볼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합니다. 우리는 어떤

한 존재를 궁극적으로 무너뜨리거나 망가뜨릴 수 없습니다.

관객 1

사람들은 대부분 규제를 따르고 준수하는 틀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사람의 인생에는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 선택의 기로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교육 받은 사람들로서 어떻게 그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이들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교도소 안에서 하는 일들은 단순한 생활의 반복일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 그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톰 맥길

동감합니다.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들이 실제로 하는 일들은 의미가 없는 것들입니다. 제가

예술교육에 입문하게 된 것은, 프랭크 스테드라는 사람 때문입니다. 이 사람은 IRA의 단식

투쟁자로서, 영국과 아일랜드의 합병을 지지하는 편에 선 저에게는 적이나 다름없었죠. 그런데

이 분이 저의 스승이 되어 저에게 교육을 받으라고 권한 이후로 저는 바뀌었습니다. 사실상

교도소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는 바닥을 닦을 것인가, 카메라 케이스의 찢어진 부분을

바느질할 것인가, TV를 닦을 것인가와 같은 의미 없는 행동들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자동

기계처럼 다루게 되죠.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은, 중요한 선택을 창조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허구의 것일 지라도요. 이 영화에 출연한 이들도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선택했고, 또한 자신이 어떤 동기를 가지고 이 행위를 했는지,

이것의 결과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성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느끼기에는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역시도 결국 도덕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사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끔찍한 일을 벌일 수도 있죠. 여러분들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행했던

최악의 나쁜 일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느낌을 계속 안고 살아가는

것이 재소자의 삶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인생에서 자신이 가장 잘못한

일로서 자신이 규정되는 것입니다. 교도소는 매우 슬프고 화나고 좌절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그러한 화를 밖으로 표출해 내느냐, 아니면 안으로 승화시켰느냐에 따라 우리가 교도소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도 나눠질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객 2

ESC라는 단체의 뜻을 몰랐을 때는 컴퓨터 키보드의 ESC라고 생각해서, 감옥에서 탈출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오늘 영화를 보고 설명을 들으니 깊은 취지에 공감이 갑니다. 2년 동안

영화 제작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 노력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자료집을 읽어보니, 배우를

맡으신 분들이 대사를 외우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여러 여건 때문에 리허설 기간도 짧았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영화를 완성하셨는데, 연기지도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이

역할에 맞는 분들을 어떻게 캐스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앞으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라든지, 5대 희극이라든지 계속해서 영화를 만드셔서 앞으로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톰 맥길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미키 비가 더 많은 곳에서 상영되기를 바라고, 한국이 이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캐스팅 조건에 대해 우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들은 교도소

환경에 순응하지 않는 이들로, 어떠한 교육도 받지 않았고, 어떤 직업도 가져본 적 없는,

대부분 종신형 선고자들이었습니다. 또한 마약을 복용하거나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의 거친

행동을 하는 이들이었는데, 저는 캐스팅을 할 때 일부러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었습니다.

제가 배우명단을 추려서 보안담당 총 책임자에게 내밀자, 그 리스트를 보더니 그는 12명의

더러운 쓰레기들을 골랐다고 하더군요.

연기지도에 대한 답도 여기서 나올 것 같은데요, 이러한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저 스스로 물어보았습니다. 이 사람들뿐만 아니라

배우(actor)들에게 연기(acting)는 무언가를 직접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싸우는

장면에서 제가 연기지도를 어떤 식으로 하면, 이 재소자들은 자신의 직접적 경험을 통해

싸우는 장면을 직접 수정하여 연출하기도 했죠. 저도 폭력으로 인해 구속된 적이 있었는데도,

싸움 장면에서는 이 분들이 오히려 저를 지도할 정도였습니다. 연기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연기학교에서 맥베스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왕을 죽이는 상상을

해보라고 하면, 잘 상상하지 못하죠. 그러나 재소자들은 이러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연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경험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그들의 가능성을 열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죠. 생각하는 것보다 실행하는 것, 이것은 그들에게 잘 맞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연기지도는 어려운 부분이 아니었고, 저는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실제 잠재력 이상으로

요구한 것이 없었습니다.

교도소 프로그램 중에, “범죄행위 설명하기 addressing offender behavior”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는 어떤 자신이 어떤 형을 받게 되었고, 어떤 동기에 의해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영화에 참여한 이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영화제작 참여를 통해, 가상으로라도

자신들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이

프로그램을 실행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객 3

저도 교정시설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어려움이 많이 있는데, 오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현재 교정시설의 프로그램은 처벌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데요, 문화예술을 통해 교정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이 있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영화를 만드시면서 그런 부분에서 의심이 들지는

않으셨는지요. 또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교정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현재 한국에서는 교정 프로그램이 매우 짧게 이루어지고 있어,

이러한 짧은 프로그램으로는 실제적으로 교정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적으로

이들이 교정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 또한 출소 후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극복하기

힘들어 재범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면에서 사회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톰 맥길

공감합니다. 일반적으로 교도소는 교화보다는 처벌에 중심을 두고 있는데요, 이는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이 사람들이 머물 곳을 해결해주는 자원, 재원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이러한 시스템이 고통을 주는 처벌 프로그램인가 아니면 이들이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느냐에 대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재소자들을 처벌하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에 찬성하는 이들은 교도소 안이나 밖에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우리는 어떤 행위를 집중적으로 계속 하면, 결국 그 똑같은 행위를 재강화 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혹행위를 계속 하면, 그 안의 사람들은 저항할

수밖에 없고 결국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될 것입니다. 미키 비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에 2년이 걸렸고 65,000파운드가 소요되었는데, 이는 재소자 한 명을

1년 동안 수감시키는 비용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그 효과를 측정하고, 이를 사회에 증명하는 구도가 필요합니다. ESC의

상근자는 0.5명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자원봉사자나 프리랜서입니다. 우리는 출소한

재소자들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독려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기여하고

있습니다. 재소자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가집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죄책감에 대해 스스로 보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조광제

저도 갑자기 질문을 하고 싶어지는 군요. 영화를 완성하는 데에 2년이 소요되었고, 영화를

만드는 비용이 우리 돈으로 9천만원이라고 하셨는데, 톰 맥길 감독님은 어떻게

생활하셨습니까?

 

톰 맥길

우리는 연기자에게 돈을 지급할 필요가 없었고, 식비, 촬영장소, 의상비용, 세트비용 등,

비용이 드는 부분은 모두 교도소에서 제공되었습니다. 이 외의 것들은 그 때 그 때 창조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근근히 살아갈 수 있었고, 또 약간의 월급도 받으면서

생활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 일을 돈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좋아해서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에, 우리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싶기 때문이죠.

 

관객4

이 영화가 예술로서보다는 교육으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소자들이 소외계층으로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직업을 얻지 못하는 이들이므로,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교육적 성격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피해자들의 삶을 박탈한 사람들입니다. 피해자들의 인권에 대해, 이들의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요.

 

톰 맥길

그에 대해 매우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저는 재소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피해자들에 대해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스스로 동기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로부터 교훈을 얻고, 다시는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생각할 수 있게

말이죠. 연극이나 영화 같은 허구를 통해서, 스크린 속의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들

자신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고 알아차리기를 바랐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57~67퍼센트는 출소 후 2년 내에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로 인해 희생자들을 한 명이라도 줄이게 된다면, 이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것입니다. ESC는 범죄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들과도 함께 작업합니다.

우리가 얼마 전 만든 <동전의 양면>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ESC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으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범죄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피해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피해자들과도 오랫동안 일을 해온 결과, 누구나 인간은

인생에서 힘든 상황들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파괴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건강한 자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예술교육가들로서, 고통과 죄책감들에 대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공유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라는 매체는 자신의 모습을 거리를

두고 바라봄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주므로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광제

듣고 보니, 두 사람의 철학자가 떠오릅니다. 니체는 어떤 경우에든지 우리의 삶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장 폴 사르트르는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 하나를 받겠습니다.

 

관객 5

영화제작을 계속 하고 교육하기 위해서는 예산 충당부분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산

확보는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교도소 내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어떻게 허락과 지원을

받게 되셨는지요.

 

톰 맥길

북아일랜드 교도소청, 핀란드의 자선재단, 북아일랜드의 은행, 그리고 영국

예술위원회로부터도 받았습니다. 사실 예산확보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재소자들을

지원하는 일에 돈을 쉽게 내려고 하지 않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프로젝트니까요. 교도소의 지원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교도소 내의 세트는 모두 상황에

맞게 각기 재활용 된 것입니다. 죄수복도 지원받았죠.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북아일랜드의

경찰이 빌려준 것입니다. 교도소 측에서 이에 놀라기도 했죠. 쉽지 않았으나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조광제

오늘 좋은 질문 덕에 톰 맥길 감독님으로부터 더욱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백두대간의 대표이신 이광모감독님의 한 말씀 듣겠습니다.

 

이광모 감독(아트모모 사장이자 영화감독인데 작년 보다 올해 활동이 많다. 내년엔 영화제를 더 많이 유치할 거라 한다.)

오늘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어떻게 사회를 개선해 나가고,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밝혀

나갈 것인지, 매우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많이 배우고 생각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워크숍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