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0의 마지막과 2011의 시작

무거운 빈가방 2011. 1. 2. 02:28

31일 어디론가 가야한다. 아침 먹고 10시에 강선생에게 전화했다. 어디론가 갈 생각없느냐고 . 1시간 뒤 답이 왔다. 순창쪽으로 눈 보러 가자.

2시경 강선생 부부와 창원으로 출근한 바깥아내와 함께 하기 위해 창원으로 넘어가 네치서 순창으로 향한다. 참으로 오랜만의 조용한 여행이다.

그야말로 번개로 떠나는 여행이라 그저 잘자리가 있거나 눈이라도 보면 금상첨화다. 안되면 코스 바꿔도 탈 날 일이없다.

 

 함양을 지나고 남원을 지나는데 와~ 이거 대단하다. 10년 저무는 해를 세게최악의 고속도로인 88에서 볼 줄이야. 붉기는 이루 말할 수 없고 크기도 그렇다. 산에 걸린 붉은 기운이 사람이 만든 시기 구분(년도로 나눈)에 조응하면서 두부부에게 마지막 빛을 가슴에 담아주듯 우리를 향한다. 길에 차를 세우고 그를 카메라에 담았다.

 

 

 

 

 순창으로 들어가니 어둡다. 눈길이 미끄러워 속도는 50단위 정도 다. 산으로 향하니 눈은 더욱 쌓여있고 가슴은 불안과 기대로 동시에 어울진다. 오르막을 차고 가지 못하는 빌빌이를 길 가쪽에 두고 묶을 곳에 전화하니 차가 온단다. 그 차를 타고 숙소에 다다르니 와~ 두번째 감동이다. 그냥 눈 세상이다. 허벅지 가까이에 머물러 미소짓는 천사의 희눈이다. 길을 잘못 찾아들어간 것은 이 눈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되니 생략한다.

 

 

 

 

10년의 마지막과 11년의 시작을 경건하게 보내어야 하는데 우린 그림을 손에 쥐고 머리싸움(강선생이 창안한 어른들의 최고의 놀이인 점수 고도리)을 했다. 그 중에 잠시 KBS틀었다 재수없는 인간이 나와 얼른 꺼버렸다. 머리싸움 창안자인 강선생은 의기양양이다. 역시 머리 좋은 사람만이 머리싸움을 만들 수 있다하며 희희낙락이다. 마무리를 하니 그는 꼴찌에서 두번째였다. 두번째로 머리 나쁜 사람이다.

 

 

 

아침은 역시 떡국이 최고다. 늦게 아침먹고 강천산을 향한다. 아~ 또 죽인다. 눈 때문에 눈이 다 아프다. 사진찍는다 비명지른다 난리다.

가는 길도 그렇고 도착하여 구장군 폭포 가는 길과 폭포 주변 경치도 패죽인다. 몇년 만인지 눈 속에 푹 뭍혀 그저 즐건 비명을질러본지.

그래도 너무 걸었다. 눈길은 마-길보담은 3배 이상 더 힘들다. 배고픔과 피곤에 지침도 눈 때문에 용서된다.

 

 

주행중 음주 선탑중 맥주 한켄 이 맛도 먹어 본 분만 아신다. ㅋ~

 

 

앞에 촐랑거리는 붉은 윗옷의 낭자, 그 심정 충분히 알만하다.

 

 

 

 

 

 

 

 

 

 

저 위의 구름 다리는 막혀있어서 오르지 못했다. 하긴 뚫려 있어도 못오르는 놈(?)은 못오른다.^^

 

 

 

강도사와 함께 여행을 하면 반드시 함께 해야할 것들이 목록에 몇가지 있다. 음식엔  백숙이요, 다음날엔 목욕이다. 담양온천 노천탕도 우와~다. 가조온천의 노천탕만큼은 아니지만 눈에 묻혀 온천하는 것은 따시고 시원하다. 여탕엔 사람이 너무 많아  줄 서서 샤워하고 서서 때를 미는 사람도 있었다 한다. 남탕은 그 정도는 아니다. 난 그저 두사람의 발을 밟았을 뿐이다.

강선생 왈 '일본 갈 필요가 뭐있노...'

 

또 하나 더 우와~ 열쇠 받는 곳 머리맡에 DJ와 노통의 글씨가 나란히 걸려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메타스콰이어 길을 지나 5.18묘역으로 갔다. 지금까지 즐거움으로 소리 질렀지만 이젠 경건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눈에 덮여 하얀 모습만을 보여주며 적먹한 묘역을 바라보는 내 머린 그저 하얗다. 이전엔 슬픔과 분노로 떨리는 몸을 가누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는 짐승 하나다.

제법 먼 길을 또 걸어 찾은 리영희 선생님 무덤앞에 절을 올리면서도 그냥 절이다. 밧데리 때문에 후뢰쉬가 터지지않아 검게되어버린 사진만 아쉬워 한다. 그래도 추운 날 시린 손 만큼 마음은 찹찹해야 하는데 사진처럼 그냥 검다.콜록이며 함께한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만 든다.

 

 

 

 

 

 

 

저녁은 또 먼거리를 이동하여 강선생 소원이다하는 육전으로 했다. 너무 비싸고 공기밥 추가가 되지 않는 집이다. 행복해 하는 강도사 때문에  퍼붓고 싶은 욕은 참는다. 맛에 비해 너무 비싸다. 난 이런 것 안먹는 것이 행복하다. 그냥 국밥 한그릇이나 순대 한사발로도 충분히 족한데........

 

 

 

부산에 도착하니 강도사 왈 '2시간만에 왔네.'

 

10년과 11년 두해를 참으로 보람있게 보내었다. 12년도 이렇게 보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