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상수 전작전 -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카메라의 마술사

무거운 빈가방 2010. 6. 8. 01:12

10-06-03, 05 홍상수전작전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만난 홍상수 전작전 몇편 - 홍상수 영화를 하하하 제외하면 전부 무료로 상영한다. 요사인 서울에 있다 보니 부산 소식에 둔감하다. 와서 보니 특별전 한다하고 금요일 저녁엔 포름까지 있는데 맙소사, 김혜리씨 진행이라하네.... 꼭 보려고 아는 곳에 다 메세지 날렷는데 3분만에 매진되어 표가 없단다. 신문지석도 안되나 싶었는데 분위기 보니 어림없다. 발길 돌리려니 너무 아깝고 버티자니 볼 가능 없어서 우짤지 갈등이다.

 

영화제나 이런 행사는 하나의 축제로 봐야한다. 그러기에 이것을 보러 온 사람에겐 편리가 제공되어지고 안내도 좀 친절했으면 한다. 영화는 안되더라도 포름은 참석 가능합니다 라던지, 비록 신문지석이라도 감독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보는 것을 배려함은 좋은 일이다. 이것 때문에 마니아 층들이 짜증 내진 않을 것이라 본다. 관료화 되어지고 딱딱한 것은 행정에만 보는 것이 아니다. 국제영화제 때도, 웃음 하나 없는 시네마테크 부산의 진행원들에게도 해당이 될게다.

 

부산에와서도 뭐하는 짓인가 모르겠다. 칸영화제 감상기를 적은 김혜리씨 글이 생각난다.

'한 영화가 내 안에 온전히 들어서기도 전에 밀고 들어오는 다른 영화를 막지 못했다.'(씨네21 756호 '내가 영화를 꿈꾸는 건가, 영화가 나를 꿈꾸는 건가')

 

지금 내가 그 짝이다. 생각도 정리를 하고 일 처리도 하면서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야 할텐데 오늘 아니면 볼 수 없다는 식의 지구멸망을 앞 둔 사람의 마음처럼 다급하다. 목요일 두편, 금요일 세편(토요일은 몇개의 만남이 있어서 보질 못했다. 한 만남은 일요일로 미뤘고). 보기를 잠시 멈추면 금단현상으로 심리적 불안이 꼭지까지 오를 것을 두려워 끊지 못하는 담배처럼 붙들고 있는 기분이다. 본업에 충실하라! 본업이 뭔지 혼돈스럽다.

 

홍감독의 편집이나 촬영은 매우 독특하고 나름의 경지를 이루었음은 모두 잘알고 있다. 특히 이번 ‘하하하’로 제법 큰상을 받게 되어 더욱 알려졌을 것이다. 모든 것 생략하고 시네마테크 홈에 올린 글을 옮긴다. 강원도의 힘에선 같은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각각 다른위치에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데 재미있다. 최근 ‘하하하’의 장소는 같으나 시간대가 달라 만나지 못하는데 비해 ‘강원도의 힘’에서의 장소는 횟집에서는 안과 밖으로 나눠져 있고, 낙산사에서는 불상의 다리 부분에서 아래쪽으로 비춘 일행과 불상 위부분만 비쳐주는 위에 있는 일행이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줄을 보고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를 암시해 준다. 재미있다. 홍감독은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면서 혼자서 껄껄껄 하고 웃진 않는가 싶다.

 

꿈속(내 마음 속의, 내 꿈속의 은주다)의 은주가 나오는 ‘오! 수정’은 같은 컷들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나눠 촬영을 했는데 각자의 다른 처지를 한장소에서 보여주는 것도 신선하다.(오래된 영화라 신선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겟지만^^)

 

이들 영화들을 분리해서 적으려니 너무 많고 한곳에 하려니 힘들다. 많이 알려진 대표 감독이라 감상문 없이 그냥 줄거리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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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김의성, 박진성, 조은숙

 

변변한 작품 하나 없는 소설가 효섭은 후배의 출판사로 보낸 원고가 읽혀지지도 않았다는 걸 확인한다. 그 날 저녁, 삼류소설가 취급에 자존심을 다친 효섭은 술을 마시다 싸움을 벌이고는 철창신세를 진다. 효섭의 곁에는 그의 아내를 꿈꾸는 민재가 있지만, 효섭은 오로지 유부녀 보경과의 격정적인 섹스만 탐닉한다. 남편의 의심 속에도 마침내 보경은 효섭과의 탈출을 감행한다.

국내외에 큰 반향을 일으킨 홍상수의 문제적 데뷔작. 극사실주의적 묘사, 산포적이면서도 조밀한 구성, 전편을 휘감는 불안과 미스터리의 톤 등 이른바 홍상수식 리얼리즘으로 평단에 일대 충격을 던졌다.

* 1996 밴쿠버영화제 용호상, 1997 로테르담영화제 타이거상

 

오! 수정

이은주, 정보석, 문성근

 

케이블TV 구성작가 수정은 담당 PD 영수와 가까운 사이. 영수는 영화제작에 도움을 얻고자 부잣집 아들인 후배 재훈을 찾아간다. 술자리에서 재훈은 영수와 동행한 수정에게 관심을 보이고, 재훈의 고백에 수정은 술 마실 때만 애인이 되겠다고 제안한다. 점점 가까워진 두 사람은 어색함을 이기고 섹스를 시도하는데, 수정이 처녀임을 알고 재훈은 감격한다.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두 인물의 미묘하게 다른 회상으로 대비시킨다. 전작들의 불안과 공격성이 유머러스한 활기와 결합하며 영화의 결은 더욱 풍성하고 복잡하며, 미묘해졌다.

* 2000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강원도의 힘

백종학, 오윤홍, 김유석

3

0대 초반의 유부남 대학강사 상권은 자신의 강의를 듣는 지숙과 사랑에 빠져 있었다. 헤어진 후, 이별의 상처를 안고 상권과 지숙은 같은 시간, 각자 다른 일행과 함께 강원도를 찾아가고, 둘은 우연히 마주치게 되지만 서로 비껴간다.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늦은 밤의 서울 인사동, 오랜 이별 끝에 재회한 두 사람은 여관방에 있다.

데뷔작의 폭력성과 공격성이 잠재되었지만 집요한 자기 냉소와 더욱 단단해진 입체감과 풍부한 뉘앙스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 1998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특별언급

 

생활의 발견

김상경, 추상미, 예지원

 

연극계에서 제법 알려진 배우 경수는 감독과의 친분으로 영화에 출연하려다 좌절한다. 글 쓰는 선배를 찾아 춘천으로 내려간 경수는 자신의 팬이라는 여자를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지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선배가 짝사랑하던 여인이다. 춘천을 뒤로 하고 경주로 향하던 경수는 옆자리의 선영에게 강하게 이끌리고, 그녀의 집까지 무작정 쫓아간다.

홍상수는 ‘모방’이라는 모티브로 구애와 그 실패의 서사를 변주하면서 아찔할 정도의 미학적 미로를 만들어낸다. 이후 홍상수의 오랜 영화적 동료가 된 김상경과의 첫 작품.

* 2002 아시아태평양영화제 감독상

 

 

 

 

 가운데 전보대를 세워두고 화자를 둘로 쪼개는 모습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