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중앙시네마가 문을 닫는다는 것을 . 다양한 프로그램을 늘 하던 곳에서 지난 달은 프로그램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가 보질 못했는데 문 닫기 전에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기 위해 5월 한달 자리하고 있었음을 오늘에야 알았다. 참으로 무심하다. 이럴수가 있는가? 서울에 올라와 영화와 인연을 맺으면서 가장 많이 찾은 곳이 중앙시네마다. 일반상영과 독립영화를 일정 같이하니 나의 갈증을 이곳에서 다양하게 채울 수 있고 버스 정류장과도 거리가 가장 가까워 모든 점에서 좋았다. 세월지나 낙후된 시설들이야 어디 부산의 국도예술관만 하겠는가? 이 정도도 매우 훌륭하다 싶었다. 리키 등 몇몇 영화들은 소리에 문제가 좀 있었더라도.
잘가라 얼굴 한번 못 내밀었는데.. 고마웠다고 인사도 못했는데... 그냥 그리 가버렸단 소식 들이니 가슴이 미어진다. 오랜 세월 사겼던 친구와의 이별과 같다. 가슴에 고인 눈물이 허전한 마음을 씻어주진 못하겠지. 잘가세요. 그동안 수고 많았고요 너무 고마웠습니다.
중앙시네마와의 이별이 문득 사람에 대한 무심했음에대한 반성으로 다가온다. 사물에도 이리 가슴아픈 슬픔이 느껴지는데 외려 사람에 대해선 이리 무심했던가 하는 마음이.
여러가지로 많은 이들에게 먼저 가신 분들에겐 더욱 더. 미안합니다.
중앙시네마에서 찍은 몇 컷들이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중앙시네마 가는 길, 마친 길 몇 컷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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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와 중앙시네마로 가는 첫길. 한남대교를 달리면 눈에 띄는 꼭대기의 교회, 잘 보면 오른족 아래에 이슬람 사원도 자리잡고 있음이 흥미롭다.
중앙시네마에서 혼자 본 영화. 그래서 사진도 찎엇다. 이러니 문 닫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여기는 2층이 있는 1관인데 마이클잭슨의 추모영화를 한 2관도 별반 다를 것 없다. 우짜다가 손님이 좀 있는 경우가 있으나 한둘이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중앙시네마 마치고 시네마 테크나 인사동 가는 길 골목이다. 이 피맛골은 거의다 철수하여 철거를 기다리는 중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종로를 걸으면 화려함과 붐빔으로 눈부셨던 곳 중 하나였는데 이젠 장례를 기다리는 썰렁한 옛골목이 되었다.
피맛골 골목벽의 낙서
중앙시네마 영화 본 뒤 옆으로 나오면 바로 명동성당이다. 세상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몇번 찾고 머물렀던 곳
명동성당 마주보는 골목안에 있는 티벳음식점에 걸린 대형 사진
돈달라는 할매 달래 찍었다.무려 천원을 투자한 사진이다. 탑골공원 옆쪽 골목이다. 아직도 상영되고 있는 구석기시대 향수를 간직한 에로물과 거리의 할매.
종각 쪽 SK빌딩 옆에 세워진 탱크차. 서울에는 종로 곳곳에만 해도 이런류의 글들이 너무 많다. 주로 일방적 철거에 반대하는 글들인데 종각, 광화문 등등에서도 쉽게 본다. 세종문화회관 옆볼때기에는 밤이면 용역들이 지키고 있는 곳도 있다.
이 정도로 중앙시네마에 대한 추모를 마친다. 너무 아쉽다. 중앙시네마 내부 사진 찾으면 다시 올리겠다.
잘가시오, 중앙시네마. 시대를 풍미했으나 그 땐 난 몰랐고 이제 쇠락의 길로 들어섰으나 그럼에도 내게 풍만한 몸을 보여 주어 황홀했었소. 고맙고도 아쉽네요.
안녕. 잘가오. ㅠㅠㅠㅠ
불꺼진 중앙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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