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
정읍-진안 : 목사님과 아직도 남은 조선의 가부장제, 그리고 가위박물관
마눌님 정토회관련 행사가 무주에서 토,일(토욜 돌아왔다 일욜 다시 가야하는) 있단다 이틀을 왔다갔다하는 것이라 하여 뫼시다 드리고 뫼시고 오는 일정을 짰다. 낮에 혼자 돌아다니다가 마치고 오시면 김보경 사범집에서 자고 모셔다 드렸다가 마치면 부산 오는 것으로 .
그런데 신종코로나 땜시 취소되었다한다.
매우 썹하다. 그래도 가자하여 자기 일정 하나취소고 가기로 확정.
생선장수 준호씨에게 전화가 왔다. 목사님께서 함 보자 하신다고.
목사님 강의 때 마다 멀리 봉사활동을 다녔었는데 정농회에서 축출(?) 당하고 난 뒤부터 봉사를 접었다.
몇 번 오라고 연락받앗으나 한번 안가기 시작하니 가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정읍, 여수, 홍성, 남양주, 상주, 함양 가평.......모두 거리가 장난 아니다.
그렇지만 이 시대 위대한 3인 중 한분을 뫼시고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으로도 충분한 보상이고 기쁨이었다.
날을 하루 당겨 아침에 정읍으로 출발이다. 너무도 익숙해 져 버린 길이라 마눌님도 감흥이 별로 안난다 하신다. 속도는 이전 보다 훨씬 늦으니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다. 앞으론 차 안에서의 이벤크도 준비해야할 요량이다.
정읍에 도착하니 목사님과 준호씨, 그리고 자주 보던 여성분 셋이 있다. 두사람은 부엌에서 점심 준비다. 인사드리고 몸 가볍게 잡고 바리 점심.
광어선회, 광어전, 광어튀김,, 청새치스테이크..... 광어회 빼고는 먹기 힘든 음식을 점심으로 먹는다.
스테이크 맛은 제법 별나다. 부드러우면서 쫀득한게 아주 좋다. 매실원액, 정종, 소금으로 하루 담구었다가 굽는 것이라 한다. 비린내는 거의 나지 않고 가끔 시작에 약간 걸리는 경우도 있다. 광어의 맛이야!
바다고기로 배를 채우고 이런 저런 이야기.
참기구한 이야기.
남편이 완존 조선시대 인정 머리없는 사내란다. 사내를 못낳았다고 구박구박, 시어머니는 주변 사람 모두 먹일 정도의 음식 솜씨와 힘을 갖춘 완전 사내란다. 근디 절대 밥은 자기 손으로 차려 먹지 않는단다. 며느리가 어딜 가더라도 절대 먹지 않고 기다린단다. 만약 부부가 같이 어딜 나가면 그날은 그릇 등이 다 깨어진단다(이건 그냥 표현이라고 해두자)
이런 여성은 집에서 숨을 쉴 수가 있겠나.
시어마시가 죽으면서 남긴 유언이 아들에게 ‘아들 낳아라....’
다늙은 사내가 아들 낳으려면 좀 더 적극적 바람을 피워야 겠제. 간통죄도 없어졌는데 망설일게 뭐 있겠노!
기구한 삶 속에서 몸이 다 망가져, 음식을 먹다가 체하기만 하면 숨을 못쉬고 죽는단다. 이것을 목사님이 만져줘 살아났다 하네. 그러니 목사님이 안계시는 본인은 죽은 목숨이라 생각하니 더욱 더 불안하겠지.
입원해 계실 때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나서 온몸에 링거 꼽고 계신 목사님 침대에서 딸이 커튼을 쳐 주고 안에서 몸을 만져 살려냈다하네.
그래서 1년 휴가를 얻어 목사님 곁에 있기로 했단다. 근디 가정부 들여 가정부에게 돈을 주니 자신에겐 줄 돈 없다면서 끊어버렸다하네.
돈이 없어서 살 수가 없으니 할 수 없이 이웃에게 돈을 빌렸다하네.(처음엔 쫄쫄 굶주리다가, 도저히 안되어 나중에). 이게 남편 귀에 들어가자 체면이 깍여 그제사 용돈을 보내주더란다. 남편은 제법 독실한 개신교신자인데 종교란 게 참 허울뿐이다 싶은 생각이 이런 사람 보면 더욱 더 강해진다. 더한 것들이 TV에서 설치는 걸 보지만.... 인간을 말아먹는 것이나 나라를 말아 먹는 것이나 그 골 구조는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참 기구하다...
숨을 못쉬는 이유에 대한 간단 설명과 그것을 막을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한 뒤
인사를 드리고 진안 가위 박물관을 들린다.
참 특이하다 여기에 어떤 연유로 가위박물관을? 어이 보면 <마이산>이 가위 날처럼 보이기도 하다. 입장료도 무료...
가위의 역사 가위에 얽힌 사연들, 생김새.... 제법 볼만하고 공부도 된다. 인간과 관련된 소품 하나라도 인간과 함게 하니 인간사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가위의 역할은 제법 많으니 인간발달사와 연관이 깊겠지. 며칠전 강도사 부부와 ‘제주돈’ 먹었을 때도 가위를 썻고, 오늘 김치 자를 때도 섰다. 지금은 음식이 더 중요한 풍요의 시대다.
가위를 보고 마이산 계단을 오른다. 문없는 천왕문에 오르니 좌우 숫마이와 암마이는 올라갈 수 없다. 겨울이라 통제하는 모양이다. 아래 탑사와 은수사는 갈 수 있는데 입장료가 있다. 궁금은 하지만 춥고 어두워지니 패스, 도로 내려온다. 중간쯤 전동차 타는 곳이 있단다. 박물관 들어올 때 아래에 전동차들이 있더만 그 시발점인 모양이다. 늦고 사람 없으니 다니지는 않지만 궁금하여 가본다.
매우 웃긴다. 프로포즈하는 동상이 있고 여기서 하면 잘된단다. 이성계가 말탄 동상도 잇다. 조잡의 극치다. 이런걸 구상하는 사람들의 머리 속엔 뭐가 들었을까? 설마 돈베어먹을 생각만 하는건 아니겠지. 잘할라하는데 도저히 대가리가 따라주질 않아 그렇겠지. 근디 이런 건 예술가에게 문의하여 하는 것 아닌감? 누구에게 맡길 것이냐하는 대가리가 전혀 작동안되는 모양이다.
< 계단 오르는데 아래로 내려오는 사람과의 사이에 놓인 다람쥐.. 갈길을 한참 모색하는듯.>
무주로 가는데 이재명열사 동상이 보인다 잠시내려 묵념한다. 억울하다. 열사는 더 원통하셨을거다. 기왕 찌른 것 심장을 확실히 찔러야는데 대역매국노 이완용을 완전 죽이지 못하고 그 폐해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니...
태어나신 곳은 평안도인데 뿌리가 진안이라서 진안에 모셨다는 내용도 제법 재미있다. 누가 모시든 뭔 상관이랴! 정의로운 행위를 정의롭게 빛내주는 것이 중요하지! 가문의 영광뿐만 아니라 나라의 영광으로 빛내주는 것이니...
잠시 내렸는데 살짝 기침이난다.
오늘 낮에 큰놈이 연락 왔다. 아침 일어나니 머리가 무겁고 열이 살짝 난다. 어제 옆건물에 기침 환자가 혹 싶어 신고하니 자기 동선이 다 나오더란다. 그런데 신종은 아니라 판정 받았단다. 큰놈도 혹시나 싶어서 ‘자가격리’를 하겠단다.
김보경사범 집에는 손주가 둘 와있단다. 아... 가면 왼되겠구나. 혹시나 싶은데 아이까지 잇으니.. 전화를 하고 부산으로 돌아온다. 그 먼거리 코앞엣 돌아오니 약간 억울하지만 우짜랴!
집에 와서 화이트와인과 얻은 청새치스테이크 먹는다. 와인과 곁들이니 낮에 먹은 것 보다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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