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19 아는 여자 - 알듯한 여자네. 영상자료원
토요일 피로하거나 일들로 머리가 좀 복잡할 수 있는 오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화면에만 집중하면서 입벌려 헤헤 웃을 수 있는 영화. 그래서 그냥 기분 좋은 하루가 되어버린 영화 ‘아는 여자’다.
그냥 이나영이 나온다는 정보 하나로 영화를 보는데 정재영이 분위기 나는 나무숲 사이로 여자와 걸으면서 독백하는 장면이 첫장면이다. 정재영이 잘어울리겠나?는 생각 쉽게 금방하면서 약간은 어색하게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보는 내내 웃었다. 말도 안되는 내용이 나와도 재미있다. 일주일 내내 지친 몸과 마음이 다 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코미디 물은 원래 거의 안본다. 그냥 싱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사실성이 부족한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는 여자’가 사람을 워낙 시원하게 만들어주니 고정 관념이 좀 무너진다. 왜 많은 사람들이 찡그린 영화 보다는 코미디물을 좋아하고 해피엔딩의 영화를 즐기는 지 이젠 알듯도 하다. 누구든 즐기고 웃을 권리가 있다. 난 그런 권리가 없이 그냥 찡그리며 살아야 하는 줄 알았던 사람이나 같다. 이제사 웃으면서 좋아하고 ‘이리 가벼운 영화도 좋은 영화겠구나는’하는 새로운 앎을 담았으니.
마치고 GV까지 하니 너무 좋았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 많다던데 그럴 수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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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시나리오 장진
출연 정재영 (동치성 역), 이나영 (한이연 역), 임하룡 (반장 역), 박준서 (도둑 역), 정규수 (노의사 역)
3회 대한민국 영화대상(2004) 후보각본/각색상(장진)
25회 청룡영화상(2004) 수상여우주연상(이나영)
줄거리 : 내겐 주사도, 첫사랑도, 내년도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사랑을 찾고 있다
한 때 잘 나가던 투수였지만 현재는 프로야구 2군에 소속된 별볼일 없는 외야수 동치성. 애인에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고받은 날, 설상가상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는다. 실연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치성에게는 해당사항... 없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마음으로 단골 바를 찾아가 술 석잔에 엉망진창으로 취해버렸다. 눈떠보니 여관 방. 낯익은 바텐더는 그를 봉투에 담아왔다고 하며 그에게 주사가 없음을 알려준다. 참 이상한 여자다. 다음날 야구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연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지난 밤 남자의 이야기가 '필기 공주'의 사연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덧붙여지는 사랑 고백. '나를 아.는.여.자? 진짜 이상한 여자다...'
너무 오래되서 그를 왜 좋아하는지 까먹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사랑을 하고 있다
주업은 100% 당첨률의 라디오 사연 응모. 부업으로 바텐더를 하고 있는 여자 한이연. 10여년 전, 치성과 이웃 사촌이 되던 날부터 그의 발자국을 세어가며 조금씩 계속된 사랑. 그런데 어제, 술도 못먹는 그 남자가 찾아와 갑자기 술을 달라고 했다. 그냥 만원어치만. 아니나 다를까 거푸 세 잔을 마시곤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할 수 없이 그를 여관으로 옮겼고 잠든 그를 멍하니 지켜보다가 곁에 누워보았다. 하지만 미친듯 방망이질치는 내 심장 소리에 그 남자가 깰까봐 슬그머니 여관을 나왔다. 그 사람 옆에 더 있고 싶었는데... 그냥 나왔다. 다시 아침. 처음 모습 그대로 아직 잠들어있는 치성. 이 남자 주사도 없네. 부스스 눈을 뜨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아는 체를 한다. '어? 바텐더?'
그 남자와 나 사이, 39발자국 접근 완료. 이제 그냥 아.는.여.자. 로만 있을 수 없다!
난생 처음으로 그 남자와 눈맞은 기쁨을 라디오에 실어보냈다. 경품으로 날아온 휴대폰. 남자에게 건네며 전화번호 입수. 또 다른 프로에서 받은 식사권과 영화표로 데이트 신청도 성공. 어느새 그와 나 사이, 39발자국으로 좁혀졌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그냥 좀 '아는 여자' 말고 그 남자 가슴 속 특.별.한.여.자. 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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