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04 8½ - 감독은 좋겠다. 자기를 담을 수 있으니. (서울아트시네마)
감독은 참 좋겠다. 그것도 유명한 감독이라면. 영화에서도 배역을 따 내려하는 사람과 배역을 기다리는 사람, 제작자 등등이 언제나 감독 하나를 쳐다보면서 지낸다. 이들은 모두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로 인식되어진다. 자신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누구에게도 어떤 확신을 줄 수가 없다. 그러니 이들을 회피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타고 마음껏 혼자 즐기는 것이다. 언제나 미녀에 둘러싸여서.
페데리코는 이 영화를 촬영할 즈음에 이 영화와 유사한 경험에 빠져 있었다한다.
재밌다. 이런 유명감독은 슬럼프에 빠져도 그 빠짐이 한편의 영화가 되는 것을 보면 똥을 싸면 피똥을 싸는 사람도 있지만 음식을 싸는 사람도 있음을 볼 수 있으니.(‘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진다면’이 아니라 ‘똥이 음식이라면’ 이다.)
대단하다. 그의 고민이 한편의 영화가 되면서 그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바로 소재가 되어버린다. 여기에다 지금껏 갈고 닦은 자신의 철학과 영화사조에 대한 생각들, 구원의 문제, 죽음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주변이 자기를 비난할 것들도 모두 버무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버리니. 그 속에 자신의 나태함과 게을음 준비의 부족함, 영화 사조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나갈 길을 다 집어넣는다. 매우 멋진 말들도 동원하면서. 이리되니 누가 그를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이미 영화 속 기자나 주변인들이 자신을 다 비판해 버렸는데. 똑같은 비난을 하면 그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의 아내조차도 비판하지 못하겠구먼......
‘당신은 숨쉬듯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 하는 아내의 말과 ‘감독으로 영혼은 팔지마라’고 후배 감독들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현실. 재촉하는 모든 이들에게 회피와 상상으로 일관하는 영화속 태도와 창작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는 현실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상상과 현실의 대비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인 듯하다. 차이점은 영화에서 보여 준 현실과 보여주기 어려운 현실의 공존이겠다.
영화를 보는 중 '시네도키 뉴욕‘이 자주 떠올랐다. 연극을 하기 위한 연출가의 집념이 인생 자체를 거대 연극에 올려 보려는 욕망이 결국엔 무대에 올려 보지도 못하고 죽게 되는 -죽음, 질병, 절망, 고독, 관계의 문제, 형이상학, 그리고 삶을 다룬- 영화가.
어쩌면 찰리 카우프만은 페데리코의 ‘8½’에서 많은 착상을 받았을련지 모르겠다.
외로움과 상상 현실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http://www.youtube.com/watch?v=OtDQOF_pU8A
니노 로타의 테마곡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nWqC6kRCLjI&feature=related
영화의 첫장면이다.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 벗어나고픈 욕망과 그를 붙잡는 현실의 묘사가 절묘하다.
http://www.youtube.com/watch?v=jmEqBdde5H0&feature=rel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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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과 1/2]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자의식에 카메라를 직접 들이댄 영화로 제목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그때까지 만들었던 영화의 편수를 가리킨다.
너무 유명해서 뭔가 더 말을 보태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지만 사실 [8과 1/2]은 자서전적이라기보다 뻔뻔한 영화일지 모른다. [8과 1/2]의 현재 제작 과정이 틀림없는 이 영화의 부분부분은 분명 다큐멘터리와 혼동되는 순간이 있다. 곤경에 처할 때마다 빠져드는 감독의 백일몽을 통해 현재와 과거, 환상과 현실이 섞여들여오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모더니즘 양식으로 뛰쳐나간다. 하긴 스스로 광대였던 펠리니에게 자전영화란 애초, 서커스 무대 뒤 풍경을 찍는 것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찍기 얼마 전부터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욕망과 무의식의 중층에서 스펙터클을 발견한 펠리니가 서서히 동시대의 현실과 작별을 고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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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그랑프리, 1964년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영화감독을 주인공으로 창작의 고뇌를 그리고 있는 펠리니의 걸작. 영화감독 귀도는 어느 날 공중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있던 그는 요양을 핑계로 온천에 가지만 그곳에서도 생활과 일을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온천에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환상처럼 보기도 하고, 마음 속에 나타나는 창부 같은 모습의 성녀 클라우디아에게서 안식을 구하기도 한다. 현실과 환상이 점차 뒤섞이는 가운데 귀도는 소년 시절의 추억에 잠기면서 오래도록 잊고 있던 것을 생각해 낸다. 펠리니 자신이 “나의 두 번째 데뷔작 혹은 진정한 첫 번째 영화”라고 부른 작품으로, 이전에 장편영화 7편과 공동연출작 2편을 만들었기 때문에 8편 반째 영화라는 의미로 제목을 <8과 1/2>이라 붙였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 환상과 기억이 혼재된 여러 층위를 넘나들며 예술가의 내면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독백체에 담아 표현하고 있는 작품으로, 펠리니의 영화세계와 생애가 압축적으로 드러난 한 편의 영상자서전이라 할 만하다.(시네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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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이미 여덟 편의 장편을 만들었던 펠리니가 새롭게 만들었던 작품은 다름아닌 <8과 1/2>이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영화제작 과정을 영화화한,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품어왔던 환상을 실험적으로 투사했던 작품이었기에 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기도 하다. 펠리니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이 작품에서도 음악을 맡았던 니노 로타는 클래식의 명곡들과 함께 펠리니 정신세계의 샘이라고 할 수 있는 유랑 극단을 상징하는 음악을 만들어 영화의 감동을 더해준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아내, 애인, 상상의 여인 등등이 나오고 촬영 진행 중 멈춰져 있는 로켓 세트장이 환상적으로 서 있다. 상상은 혀실과 맞닿아있고 현실은 상상의 밑걸음인 듯 포스터도 짜여져 있다.
그는 촬영장에 왜 아내와 애인을 동시에 불렀을까? 그의 환타지를 완성해 보려는 의도인가?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이 장면이 잘나타내 주는 듯.
최고의 환상이다 모든 여성들을 할렘에 모아 함께 하면서 말 듣지 않으면 채찍하나로 다스릴 수 잇는 능력의 상상이니. 달콤한 인생에도 볼 수 잇듯이 영화계의 환락도 이러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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