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20 지구를 지켜라 -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천재감독과의 만남 서울아트시네마
참으로 천재 감독이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과의 대화 내내 그의 모습은 돌아가는 머리를 잠시도 쉴 수 없는 운명에 놓인 사람처럼 보였다. 대답도 '그랬던 것 같아요' 식으로 하는데도 '그럴 수 밖에 없엇다'는 단호함으로 들린다.
영화 속 주인공의 외계인에 대한 노트를 한 내용이 종종 화면에 나타난다. 그 노트를 보면 그의 머리 속이 얼마나 많은 상상력으로 빼꼭이 차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치밀한 로켓 설계도 같은 그림들이다.
2003년 상영한 영화는 관객이 거의 만나지 못하고 막을 내렸지만 많은 이들로 부터 좋은 영화라는 아낌없는 칭찬을 들어왔고 외국 상영도 여러나라에서 하였다. 그런 뒤 그의 명성은 제법 세계에 자리했다. 최근 SF물 캐나다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스플라이즈)이 장준환 감독을 만나고 싶다고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둘은 만났고 씨네21에서 공동 인텨뷰를 했다.)
빈부의 격차와 계급적 모순으로 인한 사회적 영화로 끌고 가다가, 모두가 강사장(백윤식)이 악덕기업주인 것으로만 생각하다가 갑자기 보여주는 반전은 개구장이 감독의 재치를 보여준다.
강원도 골짜기의 허럼한 별장, 외계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잡아다 정보를 빼내고 고문하고 그러다 죽여 개에게 밥으로 던져 주는 지하 3층구조물, 벌을 키우는 이상한 사내, 서커스 출신의 여자아이, 그리고 납치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 납치당한 악덕 기업주 강사장, 이 강사장을 외계인으로 지목하고 끌고와 고문하는 벌치기 사내와 서커스 여자. 이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코믹과 약간의 숙연함을 썪어서 화면가득 매운 환타지는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만약 2003년도에 이 영화를 봤다면? 지금처럼 감동하지 못했을거다. 그렇듯 지금 이 때 상영관에 다시 걸어도 지난 번 보다는 많은 관객이 찾을 것 같다. 지금 한창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 를 버무리고 스타워즈의 상상도 쫓아가는 환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러나 가장 아쉬운 점은 제작사의 선전 과정이다. 포스터에서 보듯이 진지하고도 여러장르를 하나에 버무려 상상의 세게를 풍부하게 만든 이 영화를 단순한 코미디물로 선전함으로써 번덕이는 천재의 작품을 볼 기회를 오히려 놓치게 만든 것 같다. 직설적으로 '외계인에 대한 두 남녀의 비밀 파헤치기라든가' ' 지금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SF물의 개척' 등등 아주 다양한 접근이 있었을 것이다. (기획사도 못하는 것을 내가 잘할리 없으니 대충 갖다 붙여봤다.) 수준 높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작사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사장화되었다는 것이 한국관객으로써 매우 불행한 해였던것 같다. 2003년은. 만약 이 영화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곤객에게 볼 기회가 있었고 보앗다면 천재적인 장감독은 나름 SF물의 독보적 존재로 자리잡고 한국의 수준을 더욱 더 끌어올려 한국관객에게도 다양하고 질좋은 영화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주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너무 아쉽다.
http://www.youtube.com/watch?v=96naTOMvMZc&N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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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들을 보라, 완전 코미물로 취급해 버렸다. 당시의 조폭코미디물의 영향일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도 이 영화에 해당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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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2003) Save the Green Planet!
영화정보 > 지구를 지켜라!
코미디 | 한국 | 117 분 | 개봉 2003-04-04 |
감독 장준환
출연 신하균 (병구 역), 백윤식 (강 사장 역), 황정민 (순이 역), 이재용 (추 형사 역), 이주현 (김 형사 역)
줄거리“지구는 대한민국 청년 병구가 지킨다!”
병구는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 할 거라고 믿는다. 이번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에는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할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다. 병구는 외계인이라고 200% 믿어 의심치 않는 유제화학의 사장 강만식을 납치한다.
이제 외계인의 지구 파괴 음모를 밝히려는 병구의 일생일대 최대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개기월식까지는 네 시간. 월식이 끝나면 지구도 끝이다.
과연 병구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태그라인혹시 당신, 외계인?
덤벼라! 외계인
우리에겐 병구가 있다!
외국에서도 상 몇 개 탔는데 안나온다.^^
24회 청룡영화상(2003) 수상남우조연상(백윤식), 신인감독상(장준환)
후보촬영상(홍경표), 기술상(장근영), 기술상(김경희), 각본상(장준환)
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2003) 수상남우 조연상(백윤식), 신인 감독상(장준환)
후보최우수 작품상, 감독상(장준환), 각본/각색상(장준환), 남우 주연상(신하균), 여우 조연상(황정민), 미술상(장근영, 김경희), 촬영상(홍경표), 편집상(박곡지), 시각 효과상(장성호), 음악상(이동준)
40회 대종상영화제(2003) 수상남우조연상(백윤식), 음향기술상, 신인감독상(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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